Sorak/Sorak_Walking

[설악산] 흘리~소똥령 트레킹

저산너머. 2013. 1. 10. 12:43

 

 

 

 

 

♣ 진부령~알프스리조트~안흘리~소똥령~소똥령마을(장신유원지)

 

송년산행 --- 12월의 비.

맹위를 떨치던 한겨울의 추위가 하룻밤사이에 완전히 바뀌어 2월말이나 3월초에나 가능한 기온이다.

 

9시에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싣고 속초를 향해 달리는데, 강원도에 들어선 후에도 비는 계속 된다.

용대리를 지나고, 미시령터널을 지나는데도 눈발은 날리고 있지만, 길바닥은 온통 슬러시 상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속초터미널에 도착해서 한동안 고민에 빠진다.

애초 계획했던 산행을 위한 숙박지로 영금정 언덕위 정자, 속초해수욕장 솔밭, 터미널 인근의 모텔

등의 대안이 제시되지만 바닥이 온통 슬러시 상태인데다 예보로는 내일 아침까지도 비소식이라

이러기도 저러기도 참 애매한 상황.

최종 결론은 결국 용대리 솔방울 펜션으로...

 

늦은시각까지 우리를 기다리느라 잠도 못자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솔방울 형님.

산악인의 집에서 로키햄이 준비해오신 맛난 유부오뎅과 늘빛햄의 양념듬뿍 닭꼬치, 구슬동자의

세상에 이런 맛도 있었다니--막창구이를 끓이고, 굽고, 튀기고... 고본주, 마가목주 등등이 어울어진

심야의 파뤼를 마친후 일단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늦게 기상해 해장국으로 아점을 마친 후 산행을 어디로 할지 다시 옥신각신한다.

녹아내린 눈으로 완전히 질척질척한 상태이고, 저지대엔 나뭇가지의 눈이 이미 다 떨어진 상태라 이런 땐

산행하기에도 편하고, 아직 설경도 남아있을 고지대로 일단 오르고 보는게 상책이므로 알프스리조트로

향하기로 한다.

백담사입구로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인근의 옥수골, 백담계곡트레킹으로 꼬드기던 회유파...ㅎㅎ

 

운좋게도 백담사 입구에서 5분 정도 기다린 후에 진부령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중간에 승객 한명이 내린 후론 우리 4명만을 위한 전세버스다.

 

 

 

 

진부령에서 하차한 후 알프스리조트까지 설경을 감상하며 걸어간다.

알프스리조트가 리모델링 공사중 부도난 뒤론 이 동네에선 등산객을 제외하곤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스키어들로 한창 북적북적한 철일텐데...

 

 

 

 

알프스리조트를 스쳐지난다.

마산봉으론 가지말자는데 의견이 일치되어 일단 흘리 쪽으로 도로를 따라 트레킹해 보기로 했다.

 

 

알프스리조트를 지나 눈쌓인 도로를 따라 흘리 안쪽 마을로 향한다.

 

 

내 기억으론 이 건물이 스키인의 집으로 알고 있는데, 완전히 흉가로 변해있었다.

2008년 2월초쯤에 안흘리 마을의 풍경이 궁금해 속초에서 흘리행 첫시내버스를 타고 온적이 있다.

당시엔 하늘이 티없이 투명했고, 한파가 절정인 날씨에 눈이 1m 넘게 쌓여있었는데, 지붕위에 하얗게 눈덮힌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안흘리 안쪽 마을로 접근하려다 풀어놓은 개 3~4마리가 으르렁거리며 한꺼번에 덤벼대는 바람에 겁나서 도저히

진행을 못하고는 눈물을 머금은 채 돌아섰는데, 이번엔 같은 집 같은 그 개새끼(?)일텐데도 4명이 같이 가서 그런지

시끄럽게 짖어대기만 할 뿐 덤비지를 못한다.ㅎㅎㅎ

안흘리 고원 풍경 함 보자고 추운 날 그 먼길을 갔었는데, 나쁜 넘들.. 비겁한 넘들...

 

당시 미완으로 끝났던 흘리 트레킹을 우연히도 이번 기회에 마치게 된다.

 

 

눈녹은 물로 골짜기마다 계류가 넘쳐흐른다.

 

 

안흘리 마을.

흘리는 광활한 고원위에 들어선 마을이다.

 

 

대관령을 연상케하는 흘리 고원 설경.

 

 

언덕위의 멋진 소나무.

나무 아래쪽에서 식사도 하고 커피 한잔 끊여먹으며 쉬어갔다.

 

 

마산봉에서 죽변봉 방향으로 200m 이상을 내리쳐야하는 가파르고 긴 내리막길.

마산봉 정상은 구름에 덮혀 있었다.

 

 

멀리 희미하게 향로지맥의 산릉이 눈에 들어온다.

 

 

 

환상적인 고원의 설경.

 

 

 

안흘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축사(?)

 

 

광활한 고원 풍경.

 

 

이 건물 이후론 더이상의 민가가 없고, 소똥령 마을까지 길게 이어지는 임도가 갈라진다.

 

 

 

 

 

때론 우연이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한다.

이번 흘리~소똥령마을 트레킹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애초 계획했던 화암사~신선봉~마장터 코스가 어이없는 이유로 취소되면서 일단 맥이 풀려버리고, 날씨와

습설 때문에 갈만한 코스도 애매한 상황에서 말이다. 

 

진부령에 올랐다면 거의 대부분 마산봉~마장터 코스로 진행하기 마련이다.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

 

 

흘리에서 소똥령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트레킹하는데, 다들 눈쌓인 임도 위의 하룻밤 비박이 넘 땡기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개미새끼 한마리 지나가지 않을 그 임도 위에서 불도 맘대로 때고 얼마나 좋을까... 

 

비박 장비만 챙겨갔다면 송년회를 뿌리치고 그대로 눌러 앉아 비박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우리는 공식적으론 트레킹중 폭설속에 철저히 고립되버린 것이다.ㅎㅎㅎ

 

 

 

 

* 보너스 : 2008.2.1 흘리

 

스키인의집.

당시만 해도 지붕은 왠만했는데, 지금은 완전 흉가 분위기로...

 

 

1m가 훨씬 넘게 쌓인 눈.

 

 

눈덮힌 향로봉.

 

 

 

원래는 안흘리까지만 진행한 후 다시 알프스리조트~진부령으로 원점회귀하려 했는데, 임도따라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장신유원지의 소똥령마을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 소똥령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시작되는 곳.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헤치며 걷는 맛 어떨까?

이번 트레킹의 히어로 구슬동자.

트레킹 내내 선두에서 러셀을 했다.

앞으로 구슬동자 없인 겨울산행은 힘들 것 같다.

누가 감히 그 힘든 러셀을 풀코스로 해준단 말인가.

 

러셀도 잘하고, 정산도 잘하고, 인물도 좋고, 막창도 맛있고... 암튼 인물이여~~~ㅎㅎㅎ

 

 

 

경방기간 통제를 알리는 임도 차단기.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임도를 따르면서 구비구비 동강 트레킹과 비슷하단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날이 개기 시작하면서 구름사이로 이따금씩 파란 하늘도 드러났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임도가 능선 사면의 등고선을 따라 굽이굽이 돌다보니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로키햄이 환한 웃음으로 어서 오라시는 듯...

왜일까?

 

 

 

현장에 도착해보니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지점인데다, 향로지맥의 사면쪽으로 환한 햇살이 들면서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보다 100배쯤은 더 근사했다.

 

 

 

 

 

 

설악에서 이어지는 산자락이라서 그런지 숲도 참 좋다.

 

 

 

소똥령부근 조망대의 안내판.

실제 조망은 그닥...

 

 

 

 

 

 

임도 삼거리.

이곳에서 소똥령마을(장신리유원지)와 어천리로 향하는 임도가 갈라진다.

이곳에서 어천리까지는 16km라고 한다.

하룻밤 비박 트레킹 코스로 딱일 듯...

 

 

 

 

장신리쪽 조망.

 

 

 

 

 

 

 

 

 

진부령에서 오후 12시가 지난 늦은 시각에 트레킹을 시작한데다, 길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진행했고, 임도가 워낙 길게

이어지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었다.

장신유원지의 소똥령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해진 시각.

 

하산을 마친 후 북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치고 북천과 평행선을 긋는 길을 따르다 다시 되돌아오는 바람에 한차례

시간을 잡아묵고...

 

올해 소똥령마을에 오셨다는 로키햄님의 기억에 따라 어렵사리 다리 건너는 지점을 찾아 46번국도상에 도착.

 

 

 

마침 동네 할머니 한분이 마실나가시길래 진부령행 버스편을 물으니 이미 끊겼을거라고 하신다.

근데, 이 할머니 보통 시골할머니가 아니시다. 

택시를 직접 불러주겠다고 하셔서 참 친절한 분이라 생각했는데, 잠시후 헉~~ 커피와 계란 후라이까지 직접 해오신다.

이북의 원산이 고향인데, 일년중 대부분을 집에 거의 안계시고, 해외로 여행 다니시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신다. 

 

아무튼 할머니 덕분에 따뜻한 커피와 계란 후라이로 간단히 요기하고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택시로 아니오니골 입구의

폭포횟집으로 직진했다.

 

 

 

 

 

용대리 솔방울에서 송년회...

 

 

귀곡산장, 즐거웠던 순간들.ㅎㅎ

 

 

 

 

 

 

 

설악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