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5박6일 설악 대종주 ⑥

저산너머. 2012. 11. 7. 23:58

■ 5박 6일 설악 대종주 | 설악 서남단 원통에서 동북단 고성 죽변봉-운봉산까지

 

 

 

 

 

 

♣ 여섯째날

 

 

  ▷ 원통터미널~원통교~장수샘~가리능선[732~821~945~1044.8~임도~961-1144~1229~1246~삼형제봉~느아우골 상단 안부]

   가리능선[주걱봉~가리봉~필례령~천연보호구역 표시석]~자양천~도둑바위골

  ▷ 한계령~서북능선[한계령삼거리~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신선대~노인봉]

  ▷ 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북주능선[마등봉~저항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 상봉 샘터

  ▷ 신선 상봉~화암재~신선봉~큰새이령~마산~죽변봉

  운봉산~학야리

 

 

 

 

악 중심부의 산릉 먼 곳에서 항상 바라만 보던 죽변봉(680.9m).

내가 오래전부터 죽변봉에 그토록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동해를 향해 용틀임치듯 뻗은 능선 끝에 우뚝 솟은 채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듯 해안 저지대를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죽변봉.

그곳에서 바라보는 설악과 동해안의 조망은 과연 얼마나 장쾌하고, 시원할까?

이점에선 죽변봉보다 고도는 낮지만 동해 쪽으로 훨씬 더 뻗어나간 운봉산(286m)도 비슷할 터이다.

운봉산은 위치도 모양도 마치 죽변능선의 마침표 같은 느낌이다.

 

 

 

 

디어 5박 6일 대장정의 마지막 날.

오늘은 죽변봉에서 운봉산까지 하산 구간이라 서두를 일이 없으니 느즈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간밤엔 바람과 흙먼지에 시달려야했다.

바람이야 원래 그려러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헬기장 바닥에 깔아놓은 토사에서 흙먼지가 거센 바람에 날려 타프 안으로

달려드는 통에 타프 안쪽이 온통 먼지 투성이...

그런데, 그 흙먼지는 내가 헬기장에 발자국을 남긴 곳에서만 일어나는 먼지이니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ㅎ

 

오늘은 대종주 마지막 날인데다 그토록 기대했던 죽변봉, 운봉산이라서 시계가 깨끗하길 내심 바랬는데, 죽변봉에서 지척인

운봉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침부터 시계가 극악이다.

하긴 6일내내 청명한 하늘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리라.

가리봉에서 반나절을 제외하곤 5일내내 파란 하늘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신선봉, 울산암, 화채, 대청.. 힘차게 뻗어내리는 죽변능선.

연무가 짙은 날이지만, 희뿌연 가스층 너머로 아스라이 펼쳐지는, 설악의 능선들이 그려내는 실루엣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죽변봉에 오랜시간을 홀로 서있으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느낌마저...ㅎㅎㅎ

덕분에 정상에서 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죽변봉에서의 하룻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죽변봉을 꿈꿔본다.

하늘이 좀더 투명한 날.

비스듬히 멀어져가는 설악의 산릉을 일몰 무렵의 사광빛이 부드럽게 비추는 장엄한 풍경을...

붉은빛의 아침노을이 설악의 능선과 골짜기에 화선지위의 먹처럼 번져가는 신비한 광경을...

 

 

 

일출 후막.

 

 

 

대청과 화채, 울산암이 희뿌연 연무사이로 아스라이 바라다 보인다.

 

 

마산봉까지 길게 이어지는 죽변능선.

멀리 마산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죽변봉 정상석.

 

 

강풍에 펄럭이는 타프.

 

 

해가 높아지면서 시계도 약간 회복되었다.

왼편으로 신선봉, 오른편으론 마산봉이...

 

 

마좌리 방면.

죽변봉 북서사면 마좌리엔 대규모 군 훈련장과 포사격장이 있고, 군부대도 많으므로 내려가지 않는게 좋다.

 

 

오른쪽 고성산과 왼편의 관대바위.

저곳도 언젠가 가봐야하는데...

 

 

10:30분경 발길을 떼기 싫은 죽변봉을 출발해 운봉산으로 향했다.

 

 

연무 사이로 운봉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신선봉 왼편으로 펼쳐지는 외설악의 풍경.

 

 

 

설악 방면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바위.

 

 

죽변봉 정상부.

 

 

 

산불의 영향인지 싸리나무 등 키작은 나무나 잡초만 있을 뿐, 소나무 일색으로 잘 가꿔놓은 정원같은 죽변능선의 적송림.

 

 

능선을 내려오면서 되돌아본 죽변봉.

 

 

 

죽변봉에서 운봉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지형이 매우 복잡한데다 숲으로 시야가 막혀있어 능선 날등을 정확히 따르기가

무척 까다로운 곳이다.

마산봉에서 죽변봉까지 힘차게 이어지던 능선이 죽변봉 직후 완전히 힘을 잃은 채 여러갈래의 잔능선이 동사면으로 빗살처럼 

촘촘하게 흩어지며 흘러내려 정확한 하산 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후 운봉산까지도 능선의 흐름이 매우 복잡한 

구릉지대가 드넓게 펼쳐지는 탓이다.

실제 죽변봉 정상에서 육안으로 직접 관찰하면서도 능선이 워낙 복잡하고 굽이치는 형세라서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곳인지

이어지는 곳인지 정확한 마루금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죽변봉을 내려와야했다.

길은 물론 없다.

 

죽변봉 남릉을 잠시 따르다 운봉산으로 갈라지는 능선 분기점을 찾는데, 숲에 가려 도대체 전방이 보여야 말이지... 

이리저리 한참을 살피다 포기하고는 동물적 감각과 운을 따르기도 한다.

혹시 잘못 내려오게 되면 중간에 계곡을 한두 차례 트래버스하는 수 밖에...

 

만일 죽변봉에서 운봉산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산한다면 이 남릉을 따라 그대로 내려오면 될 것 같다.

 

 

 

되돌아본 죽변봉.

 

 

날도 좀 풀린데다 햇살은 따사롭고, 저지대라서 그런지 약간 후덥지근한 느낌에 땀까지 나려고 한다.

장기 산행을 하다보면 산행이 힘든 탓도 있지만, 산에서의 단조로운 생활 패턴 때문에 먹고 싶은게 많이 생긴다.

내려가면 우선 밀키스를 배터지도록 마셔야지.

그리곤 고기가 듬뿍 들어간 제육볶음이라도 먹어야겠다.

상콤달달한 과일도 실컷 먹어야겠고...ㅎㅎㅎ

 

 

 

이건 뭔지...

언뜻 보면 나뭇가지 같은게 인기척을 느끼더니만 건드려도 죽은 척, 나뭇가지인 척 아예 꼼짝도 않는다.

 

 

 

 

능선 중간중간 분기점이 여러차례 나타나는데, 역시나 모두 시야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다시 운에 맡기기로 하고 그대로 내려왔다.

다행히 신기할 정도로 한차례도 능선 마루금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히 능선을 따라 내려오니 죽변봉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느낌이

완연한 작은 공터와 안부가 나타난다.

어떻게 내려왔는지 순전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지금 다시 가라면 아마도 절대 내려온 길 그대로 정확히 못내려올 것 같다.ㅎㅎㅎ

 

 

 

작은 공터 너머로 보이는 주변 조망이 좋은 작은 암봉.

주변 정찰을 위해 저곳에 잠시 올랐다.

 

 

조망 좋은 암봉에서 바라본 죽변봉.

죽변봉에서 사진상 왼쪽 하단부로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폭포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갈수기인데다 그리 큰 계곡이 아니라서 수량도 많지 않을텐데, 도대체 정체가 뭘까?

 

 

마좌리쪽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멀리 설악 방면 조망.

 

 

 

 

안부에서 조망이 훤히 트이는 작은 암봉위로 올라 주변 지형을 살핀 뒤 도로로 내려섰다.

 

내겐 의미심장한 이 길.

이 길을 따라 학야리 쪽으로 진행하면 곧 운봉산 아래 잔디구장까지 갖춘 대규모 군부대의 후문에 도착하게 된다.

 

 

학야리 방면으로 군부대로 이어지는 도로.

길 너머로 운봉산이 보인다.

 

 

 

작은 암봉에서 도로로 내려서는 지점에서 트럭을 끌고 다니며 폐잡목 정리중인 빨간모자 아저씨를 만났다.

도로를 따라가면 운봉산으로 갈수 있느냐고 물으니 갈 수는 있겠지만 길이 험할 것이라고.. 실제 가보진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하신다.

 

도로를 따라 부대 후문쪽으로 향한다.

예전 군시절 행군때 이 부대 후문을 몇차례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 장신리나 어천리에서 행군을 시작하면 관대바위 고개를 넘어와 이 부대 후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관대바위 고갯길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특히, GOP에서 철수한지 얼마되지 않아 훈련이 제대로 되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여름 뙤약볕 작렬하는 관대바위 마사토길을

넘을 땐 앞서 가던 부대원들이 하나둘씩 픽픽 쓰러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무거운 60mm 박격포를 맨 화기소대원들이 먼저 쓰러지고, 다음엔 M60을 맨 화기분대원 순으로...ㅎㅎㅎ

언제적 얘기인지... 아마도 황철 너덜이 생기기전, 그러니까 황철봉이 아직 거대한 암봉이었을 즈음인 것 같다.ㅋ

 

관대바위~고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언제 함 가봐야하는데...

파릇파릇하던 20대 초반의 땀방울과 기억들이 점철된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내 손엔 스틱 대신 소총이, 등산화 대신 군화가,

등뒤엔 완전군장을 맨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듯하다.

환청처럼 들려오는 우렁찬 함성, 군가, 10분간 휴식.. 담배 연기.. 건빵.. 수통...ㅋㅋㅋ

 

 

혹시모를 문제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카메라는 일단 배낭안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후문엔 근무자는 커녕 개미 한마리 없이 조용했다.

워낙 규모가 큰 부대라서 소리쳐 부른다고 들릴만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하긴 부대를 통과할 목적도 아니고 근무자에게 운봉산쪽으로 진행하는 문제에 대해 몇가지 물어보기만 할 예정이었으니

일단 철책으로 이어지는 부대 울타리를 따라 운봉산 쪽으로 진행한다.

잠시 진행하다보니 작은 언덕 위 초소에 경계근무중인 군인들이 있었다.

난데없는 민간인 등산객 출현에 흠칫 놀라는 듯...

진부령에서 산행을 시작해 마산봉에서 알프스리조트로 내려가려다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죽변봉을 거쳐 내려왔는데, 후문에

근무자가 없어 다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진부령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올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눈치다.

철책을 따라가면 운봉산까지 갈 수 있는지 물으니 갈 수는 있지만 길이 험할 것이라고 아까 도로에서 만난 트럭 아저씨와

똑같은 대답.

 

철책 주변은 보통 경계를 위한 시야 확보 차원에서 잡목을 정리해두게 마련인데, 일부 가파른 비탈 구간엔 빽빽한 잡목

그대로라서 통과하느라 한차례 애를 먹기도 했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살짝 긁히기만해도 옷이 쭉 찟어지는 날카로운 원형철조망 더미를 피해가는 것도 꽤 고역이고...

 

그 구간을 벗어나려 한참 낑낑대고 있는데, 아까 그 장병이 철조망 너머로 헐레벌떡 쫒아와서는 신원확인을 해야 한단다.

우쒸~~ 부대 안으로 통과시켜주지도 않으면서 무슨 신원확인이냐고 따지니 그렇긴 하지만, 상부에 보고해야한다고 난색을

표한다.

처지가 딱해보이고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요구하는 신상정보를 불러주니 길이 험하니 조심해서 가시라고 한다.

중간에 큰 포물선을 그리는 울타리를 벗어나 능선 지름길로 진행하려다 빽빽한 잡목지대를 만나 다시 한차례 고생.ㅎㅎ

 

 

 

운봉산 사면의 너덜지대.

 

 

여차여차 운봉산 코밑에 도착하니 너덜 전 임도같은 길이 눈앞에 나타나더니 너덜 바로 아래에서 곧 끊겨버린다.

너덜이 꽤 가파르게 보여 주변 능선쪽으로 혹시 길이 없나 찾아보니 길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이 너덜을 그대로 타고 오르기로 한다.

중간중간 꽤 가파른 곳도 있었지만, 쉽게 붕괴될 정도로 돌더미들이 작지는 않아 조심조심 그런대로 오를 만했다.

 

 

이곳 너덜의 돌더미 들은 모양이 좀 특이하다.

대부분이 오륙각형의 기둥 또는 공기돌 형태를 띠고 있다.

 

 

 

너덜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죽변봉 방면 풍경.

 

 

너덜지대를 빠져나와 잠시 잡목을 헤치며 오르다보니 곧 등산로와 함께 등산로 안내판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마도 학야리 부대 정문 쪽으로 이어지는 듯...

 

 

 

운봉산 정상에서 산아래 절에 계신다는 스님과 신도들을 만났다.

담소를 나누다 주변 교통을 묻고, 과일 몇조각을 주셔서 먹는데, 일주일여만에 먹는 과일이 얼마나 맛있던지...ㅋ

 

운봉산 정상의 조망은 시계가 워낙 탁한데다, 잡목에 약간 가려지는 부분이 있어 예상보단 못했다.

 

 

 

운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

 

 

도엽명 "오호" 내에 설치된 2등 삼각점 21, 1993년에 재설치.

해석이 맞나?ㅎㅎㅎ

 

 

정상에서 바라본 백도 해수욕장, 문암항, 천학정 방면 조망.

동해안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희뿌연 하늘로 인해 아쉬웠다.

 

 

 

 

죽변봉, 마산봉 방면.

 

 

처음엔 인공으로 깔아놓은 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너덜에서 보던 오륙각형 그대로의 자연석이다.

 

 

무등산 입석대나 제주도의 주상절리를 닮은 운봉산의 바위들.

운봉산은 규모는 작지만 사방으로 너덜지대가 길게 흘러내리는 독특한 산이다.

 

이 주상절리형의 돌들, 사방 어느 방향에서 봐도 모양이 똑같은, 평지에 우뚝 솟은 종모양의 산세로 보면 운봉산은 혹시 화산활동의

결과로 생겨난 산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예전 이 지역 사단의 명칭을 이 산에서 따오기도 했었다는...

 

 

하산길에 나타나는 또다른 너덜 지대.

 

 

 

 

 

스님이 알려주신 샛길을 따라 운봉산을 내려오는데, 헐... 중간에 길이 희미해지다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등산 안내판대로 부대 정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르는건데...ㅎㅎ

길을 포기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거쳐 숲속으로 그냥 치고 내려와 학야리 도로에 도착했다.

 

이로써 5박 6일간의 설악 대종주 모든 산행 완전 종료---

 

 

 

하산 후 학야리에서 바라본 신선봉.

 

 

운봉산.

 

 

 

아무래도 교통이 나을 것 같은 학야리-도원리 갈림길에 도착하니 도원리 쪽으로 시내버스 한대가 들어가고 있다.

그 버스를 타고 속초로 나갈 생각으로 얼른 개울로 내려가 불편하지만, 묵은 때를 대충 씻고있는 도중에 그 버스가

도원리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려 늦었구나 포기했는데, 다행히 학야리로 방향을 튼다.

학야리는 코앞이므로 금방 회차해 나올테니 부리나케 정리하고는 가까스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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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골 상단에서 폭풍우 몰아치던 첫날밤

티끌하나 없이 파랗고, 투명했던 가리능선의 하늘

마등령과 마등봉의 눈부신 조망

북주릉에서 비공과의 만남과 헤어짐

신선 상봉과 신선봉

늦은 시각까지 죽변능선을 헤매던 밤

죽변봉 정상의 마지막밤

 

 

5박 6일이 걸렸지만 날씨나 위험지대(?) 통과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4박5일에도 가능할 것 같다.

해가 좀더 긴 계절에 좀더 일찍부터 서두르고, 부지런히 진행하고, 운봉산을 제외한다면 3박 4일도 전혀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고...

물론 수박 겉핡기 식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미는 없겠지만...ㅎㅎㅎ

 

 

 

튼, 참으로 징그러웠던 5박 6일간의 설악 종주..

산을 내려오며 당분간 산에 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서울에 도착하고 나면,, 아니 서울로 가는 차를 타자마자 나는 다시 설악이 그리워질 것을 안다.

언제나 그렇듯 설악은 짧고 서울은 길다.

 

 

산이 높고 크면 감동의 크기도 그만큼 다르고, 큰산행에선 큰산행에서만의 감동과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종주 산행에선 다른 산행에선 느끼기 힘든 그만의 매력이 분명 있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일년에 한두번쯤은 장쾌한 맛이 일품인 설악 능선 종주도 괜찮은 것 같다.

 

힘들었지만 이번 산행은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아주 의미있고, 특별한 산행으로 남을 것 같다.

 

 

 

 

악은 항상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준다.

심신의 휴식과 안정

山, 그 안에서의 무한한 자유

거대한 풍경을 눈앞에 둔 채, 사태처럼 엄습하는 전율, 카타르시스

암봉과 능선, 계곡, 폭포

치유의 숲 -- 원시림

아침이슬 머금은 야생화를 바라보는 소소한 기쁨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존재도 설악이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내게 가장 큰 환희와 감동을 주는 존재도 설악이요

무디어져만가는 나의 감성을 일깨우는 것도 바로 설악이라

 


설악!

넌 도대체 무엇이길래 항상 이토록 그립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냐?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