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5박6일 설악 대종주 ③

저산너머. 2012. 10. 31. 14:21

  

■ 5박 6일 설악 대종주 | 설악 서남단 원통에서 동북단 고성 죽변봉-운봉산까지

 

 

♣ 셋째날

 

 

  ▷ 원통터미널~원통교~장수샘~가리능선[732~821~945~1044.8~임도~961-1144~1229~1246~삼형제봉~느아우골 상단 안부]

  ▷ 가리능선[주걱봉~가리봉~필례령~천연보호구역 표시석]~자양천~도둑바위골

  한계령~서북능선[한계령삼거리~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신선대~노인봉]

  ▷ 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북주능선[마등봉~저항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 상봉 샘터

  ▷ 신선 상봉~화암재~신선봉~큰새이령~마산~죽변봉

  ▷ 운봉산~학야리

 

 

 

 

간밤은 도둑바위골 안에서 보내 바람을 직접 맞진 않았지만, 능선엔 밤새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7시쯤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한계령으로 걸어오른다.

한계령에서 산행 시작하기는 참 오래간만인 것 같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네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흥얼거려진다.ㅎㅎ

 

 

 

8시쯤 한계령에 도착.

가을 피크 시즌이라서 그런지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령은 등산객들로 벌써부터 북적북적이다.

휴게소가 영업중이라 보충할 물품 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어느새 내 앞엔 산채국밥이 놓여져있다.

어라~~ 난 시킨적 없는데...

아마도 내 배란 넘이 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몬하고는 몰래 주문했는가보다.

나약해 빠지긴... 갈길이 아직 멀고도 먼데 이틀 밥 몬묵었다고 그깟 밥에 환장하다니...

이거 어쩌나.. 물릴 수도 없고....ㅎㅎㅎ

 

밥을 먹었으니 그만큼 더 힘을 내서 열심히 올라야지...

내 탓이 아닌 순전히 내 배 탓에 결국 한 시간여를 소비하고, 9시 좀 넘은 시각에 산행을 시작했다.ㅋ

 

오늘은 컨디션이 극악이다.

채 풀리지 않은 용소골~잦은바위골 산행에 지난 이틀간 산행의 피로가 완전히 누적되었는지 한계루를 거쳐

서북릉 한계령 삼거리까지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

다리에 알도 밴거 같고... 무릎엔 서서히 신호가 오는 것 같고... 배낭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던지...ㅠ

 

이 길은 참 신기한 길이다.

한계령이 해발 900대 초반에 삼거리는 1300대 초반, 기껏해야 400미터 차이이고, 도상 2km가 못되는

거리인데인데, 이 길은 왜 올때마다 높이와 거리를 무시하고 몇배쯤 힘들게만 느껴지는걸까?

마치 오색~대청 등로를 오르고 난 것처럼 말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칠형제봉, 만물상.

 

 

설악루 건립 기념비.

읽다가 '위대한 영도자' 어쩌구 저쩌구... 순간 화진포 김일성 별장처럼 6.25 이전 북한에서 세운 줄 알았다.

 

 

처음보는 머릿돌이다.

하긴 재건 한참 전에 다녀간 이후로 이 길은 처음이니.....

 

 

한계루.

 

 

 

가리봉.

조망대에 올라 잠시 주변 풍광을 둘러 본다.

어제 걸어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귀때기청.

상단부 맨 오른쪽 바위는 삿갓 쓰고, 도포를 걸친 채 먼 곳을 바라보는 길손같고, 상단부 가운데 바위는 고깔쓰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여인같고...

사연은 알 길이 없으나 서로 왜 등지고 있는걸까?ㅎㅎㅎ

 

10:30 AM, 한계령 삼거리 도착.

드디어 남설악과 내설악의 경계에 접어들었다.

 

 

 

 

귀여운 괴물 바위.

 

 

 

점심때가 다 되가는데도 음지엔 서릿발이 많이 남아 있었다.

 

 

 

중청과 끝청.

 

 

석고덩골과 온정골을 가르는 능선뒤로 점봉산이...

 

 

 

한계령~대청 등로의 명물.

참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다.

 

 

1:15 PM, 끝청.

 

조망이 참 시원한 곳.

시계까지 말끔하니 조망이 더더욱 장쾌하다.

내설악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설악 점봉산과 가리봉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펼쳐지고...

오전엔 극악이었던 컨디션이 급회복되는 느낌이다.

역시 최상의 회복제는 멋진 "山이 있는 풍경"이라는...ㅎㅎㅎ

 

 

 

내 배낭을 보고는 비박할 계획이냐고 묻던 분.

왠지 낯이 익은 분 같기도 하고... 만일 종주가 아니었다면 이날 이분과 함께 산행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종주가 최우선이므로...ㅠ

 

 

 

 

대청에서 중청으로 이어지는 저 곡선은 언제봐도 참 유려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화채 너머 속초.

 

 

 

 

 

중청대피소에 들러 라면 하나 끓여먹었다.

낮시간대엔 가능한한 라면 끓여먹지 않기로 했는데, 이 놈의 간사하기 이를데 없는 배가 또다시 돌출행동을...ㅎㅎ

덕분에 다시 한시간여 소비.

한계령과 중청대피소에서 각각 한시간을 지체하고, 서북릉 올라오면서 풍광 감상하느라 시간을 뺏기고...

원래 계획은 마등령이었는데, 야간 산행을 하지 않는 한 어렵게 되었다.

어차피 5박 6일 예정인데 뭐...ㅋㅋㅋ

 

중청대피소에서 라면 3개 보충했다.

 

 

 

 

소청 부근.

이제 남설악을 완전히 벗어나 내설악 권역이다.

내설악 조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청이 코앞이다.

 

 

 

용아릉과 봉정암, 봉정연봉.

 

 

 

 

 

4:21 PM, 희운각.

이곳에서 라면 몇개와 초코파이 등 2차 보급.

 

 

이제 곧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과 외설악의 뷰.. 새삼 말해 무삼하리오.

그래서, 신선대는 반드시 봉(峰)이 아닌 대(臺)로 그만한 대접을 해 주어야 한다.

 

 

 

 

 

 

 

신선대를 되돌아본다.

 

 

공룡릉을 걸으며 느끼는 최고의 맛중 하나는 1275와 노인 연봉이 중첩되는 풍경인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왔다.

1275가 가까이 보인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찌기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山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우리 어찌 잊으랴

 

1986년 8월 16일 친우 일동

 

 

 

 

 

5시 45분경 노인봉 아래 샘터에 도착했다.

오늘은 바람도 심한데다 다른때와 목표가 다르니 노인봉 사이트에 굳이 오를 이유가 없다.

샘터 옆, 등산로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갈수기라 샘이 완전히 말라 먼저 물을 뜨러 내려가야한다.

1275쪽에서 내려오는 골과 노인봉 샘터 골 합류점 부근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물 흐르는 곳이 나왔다.

약간 비좁은 자리지만 타프를 치고 난 후 저녁을 해먹었다.

 

 

 

>> 달밤의 체조

저녁식사를 끝내고, 커피 한잔 마신 후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달밤 체조를 한다.

종주전부터 종주를 목표대로 마치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다.

설사 밥은 굶더라도 이것만은 꼭 하기로한... 

 

하루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내일 산행에 대비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발목/팔목, 허리, 목, 어깨 등등 뭉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기 위해 부위별로 각각 30~50회 2~3세트.

무릎은 원래 고질적인 직업병(?)인데다 가끔씩 재발하고, 장기 산행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특별히

왼발 오른발 각각 50~70회 5~6 세트.

산행 일수가 늘수록 스트레칭 횟수도 점점 늘려갔다.

모두 마치려면 30분 이상 걸린다.

마치고 나면 스트레칭으로 인한 또다른 피로감이 밀려올 정도로...

 

타고난 체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산이라면 모르겠지만..

설악 종주를 위한 장기 산행이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필수일 듯...

 

--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 컨디션과 산행중 쌓이는 피로감이 확실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