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5박6일 설악 대종주 ②

저산너머. 2012. 10. 29. 11:35

 

■ 5박 6일 설악 대종주 | 설악 서남단 원통에서 동북단 고성 죽변봉-운봉산까지

 

 

 

 

 

 

♣ 둘째날

 

 

  ▷ 원통터미널~원통교~장수샘~가리능선[732~821~945~1044.8~임도~961-1144~1229~1246~삼형제봉~느아우골 상단 안부]

   가리능선[주걱봉~가리봉~필례령~천연보호구역 표시석]~자양천~도둑바위골

  ▷ 한계령~서북능선[한계령삼거리~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신선대~노인봉]

  ▷ 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북주능선[마등봉~저항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 상봉 샘터

  ▷ 신선 상봉~화암재~신선봉~큰새이령~마산~죽변봉

  ▷ 운봉산~학야리

 

 

 

 

새벽 1시쯤 잠을 깼는데, 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차츰차츰 거세지는 느낌이 여실히 느껴지더니 설상가상으로 나중엔 비까지 더해져 폭풍우로 변했다.

얼마나 대단한지 이건 바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넘어서 마치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칠 때 들리는 소리같다.

그리고 잠시도 쉴 줄 모르고 끊임없이 밀어부치기만 하는 바람이다.

설악의 능선에서 칼바람을 많이 경험했지만 이토록 강한 바람은 생전 처음.

금방이라도 타프가 날아갈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다음날까지 무사히 버텨줬다.

바람이 훨씬 더 강할테고, 타프치기도 애매한 가리봉 정상까지 진행하지 않은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던 듯...ㅎㅎㅎ

 

거대한 폭풍우 속에 혼자라는 두려움에 이쯤에서 남은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몃...

그렇지만 난 믿는다.

지금은 산을 삼킬 듯, 바위를 무너뜨릴 듯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지만, 이는 머지않아 그칠 것이다.

나는 지금 납작 엎드려 기다릴 뿐이다.

폭풍위 뒤에 올 찬란한 빛을.....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다 여기가 어디지?

전날과는 완전히 딴판인 풍경이다.

폭풍우가 얼마나 거셌는지 무성하던 단풍이 거의다 떨어져버리고 능선은 어느새 초겨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늘은 투명하다못해 시리도록 푸르고, 기온은 급강하해서 무척이나 쌀쌀했다.

 

비는 오전 11시 넘어서야 완전히 그쳤다.

그때까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타프 아래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아점으로 대충 때우고, 자리를 정리한 후 1시 다된 시각에 가리봉을 향해 출발했다.

폭풍우로 인해 반나절을 그대로 까먹은 셈..

 

 

 

   

 

 

폭풍우가 물러가고 난 뒤 티끌하나 없이 짙푸른 하늘.

단풍이 다 떨어졌다.ㅠㅠ

 

 

주걱봉을 스쳐 지나며 바라본 가리봉.

 

 

 

 

주걱봉 사면.

 

 

빼놓을 수 없는 협곡 풍경.

 

 

주걱봉 다음 암봉의 사면.

 

 

1:44 PM, 로프 구간.

아래쪽은 50~60m의 낭떠러지.

 

 

가리릉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시작된다.

 

 

가리봉을 오르며 바라본 1246봉과 삼형제봉.

 

 

 

가리(산)골.

 

 

 

 

설악 지역에서 2006년 수마의 상흔이 가장 심한 가리봉 남서사면.

 

 

 

 

 

화려하게 치장한 채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저마다 각선미 뽐내기 바쁜 외설악 능선의 여성적인 카리스마와는 달리

가리릉 그곳엔 시골 촌놈의 까무잡잡하고 우락부락한 다리통처럼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있다.

황소의 뿔처럼 직선적이고, 단순하고, 우직한.....

 

 

 

안산.

 

 

두개의 탑.

주걱봉과 안산을 동시에 담아본다.

 

 

 

시계가 워낙 깨끗한 날이라서 안산 뒷편으로 금강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3:30 PM, 가리봉 정상에 도착해 바라본 점봉산 방향.

 

 

시계가 극히 깨끗한 날.

설악의 능선과 골, 사광의 빛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촘촘한 잔주름에 설악은 더욱더 웅장하고, 높고, 깊게 느껴진다.

이런 하늘을 직접 산에서 맞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가리능선의 힘, 설악의 힘.

서북릉보다 가리릉을 조금 더 좋아하는 이유인 듯하다.ㅎㅎ

 

 

 

중가리봉.

 

 

가리봉 정상에서 바라본 귀때기청과 대청봉 일원.

 

 

마산봉.

 

 

신선봉과 황철봉 방향.

앞으로 모두 거쳐야할 곳들이다.

 

 

 

 

   

 

 

십이연봉.

가리릉에서 한계령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한 편이고, 점차 고도가 낮아지는 하산 일변도의 구간이지만 능선의 

굴곡이 꽤 있고, 바위턱을 내려서야 하는 구간이 가끔씩 나타나 의외로 힘들고, 길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필례령의 구멍뚫린 고목.

 

가리봉 정상을 출발해 필례약수·대목이 고개 방향 하산로가 갈라지는 지릉(1416봉)을 지난 후 한참후에 필례령에 도착(5:10 PM)

설악엔 산죽 군락이 흔치 않은데, 필례령 부근은 대단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사이로 보이는 멀어진 안산.

 

 

되돌아본 가리봉 정상부.

 

 

점봉산.

 

 

 

 

 

 

필례령을 지나 능선을 따라 내려온 뒤 약간의 바위지대를 지난후, 천연보호구역 표시석이 서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미 사위는 어둑어둑해진 시각.

좌측 자양천 하산로로 내려왔다.

오늘밤엔 도둑바위골을 훔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