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5박6일 설악 대종주 ④

저산너머. 2012. 11. 1. 02:10

■ 5박 6일 설악 대종주 | 설악 서남단 원통에서 동북단 고성 죽변봉-운봉산까지

 

 

 

 

 

 

 

♣ 넷째날

 

 

  ▷ 원통터미널~원통교~장수샘~가리능선[732~821~945~1044.8~임도~961-1144~1229~1246~삼형제봉~느아우골 상단 안부]

  ▷ 가리능선[주걱봉~가리봉~필례령~천연보호구역 표시석]~자양천~도둑바위골

  ▷ 한계령~서북능선[한계령삼거리~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공룡능선[신선대~노인봉]

  공룡능선[1275봉~나한봉~마등령]~북주능선[마등봉~저항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 상봉 샘터

  ▷ 신선 상봉~화암재~신선봉~큰새이령~마산~죽변봉

  ▷ 운봉산~학야리

 

 

 

노인봉 샘터에서 맞는 뽀얀 새벽.

오늘도 아침 낯빛은 시리도록 창백하다.

 

간밤에도 1275가 무너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풍이 몰아쳤다.

동선상 조금이라도 시간과 체력을 아낄 목적도 있었지만, 바람 때문에 지난밤 노인봉 백만스물셋 펜션을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기온이 무척 낮아 아침에 침낭에서 빠져나올 엄두가 나지 않다보니 기상이 늦어진다.

 

새벽부터 등산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피소의 그 많던 등산객들이 모두 천불동으로 내려가는지

새벽 4시경 한 팀이 지나가고, 기상 무렵 두어명 지나가고 난 후 조용하다.

7시쯤 천천히 일어나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는 등산화 끈 질끈 동여매고, 1275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나선다.

 

 

 

7:47 AM, 샘터 부근에서 바라본 1275봉.

 

 

 

1275를 향해 오르다 되돌아본 풍경.

 

 

정상부가 평탄한 노인봉 건너편으로 화채가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 이번엔 일정상 멀리서 바라만 보지만... 담에 들를께~~ ^^

 

 

1275 안부를 통과해 나한봉을 향해 내려가는 길...

1275 정상에 오르고 싶지만, 일정상 그냥 통과한다.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이 정말 시원한 곳인데, 쩝.....

 

 

대중소 삼청 브라더스는 언제봐도 참 우람하기만 하다.

 

 

검은 바위 그늘 사이로 세존봉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짜잔~~ 세존봉과 울산암.

 

 

 

 

 

 

왼편의 1275봉과 오렌지빛 단풍, 오른편 대중청이 그리는 구도가 멋지다.

 

 

오늘은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있어 보기 좋다.

 

 

마등령의 조망과 많이 비슷해진 걸 보니 이제 마등령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1275 북사면은 참 엄청난 곳이다.

아마도 설악에서 가장 가파르고, 긴 사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다음은 가리봉 주변 북사면이 아닐까?

 

 

 

 

 

 

 

 

 

마등봉도 눈에 들어오고... 마등령은 이제 코앞이다.

 

10시 50분경 마등령에 도착했다.

이제 대종주 절반가량 진행한 듯하다.

 

 

 

마등령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과 대청봉~화채릉이 그리는 장쾌한 라인.

항상 역광이나 사광으로 보게 되서 그런지 더더욱 입체적이고, 스펙타클하게 느껴진다.

 

 

 

 

 

종주 4일째.

 

신기한 일이다.

조금만 때가 지나도 밥달라고 악다구니를 써대고, 조금만 힘들라치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던 놈이 이젠 먹지 않아도

고픈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힘들만한데도 힘들다는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아침에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면서 아침식사는 산행 중간에 적당한 곳에서 할 예정이었는데, 화려한 가을 공룡릉 풍광

감상하는 포만감에 그만 깜빡하고는 점심때까지 사탕 한개밖에 먹은 게 없는데...

이런 현상은 이후 종주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연일 강행군이 어어지는 가운데 먹는 것은 변변치 않으니 혹시 몸이 제 스스로를 포기해 버린게 아닐까?

아니면 몸이 장기간 고산등반중인 알파인 스타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건 아닌지...ㅋㅋㅋ

 

아마도 더이상 얻어묵을게 없다고 판단하고는, 기대를 포기한 채 자체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한 듯...ㅎㅎㅎ

 

 

 

주에 대해 그다지 미련을 두는 편이 아니라서 능선 종주 산행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지리산 종주 서너번, 덕유산, 소백산, 영남알프스 정도...

지리산은 첫종주 때에만 종주를 목적으로 했을 뿐, 그 다음은 모두 능선타고 걷다보니 어느새 종주가 되버린 격..

 

첫 지리 종주의 기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굶어죽지않겠다고 온갖 종류의 캔과 과일 등을 배낭 한가득 짊어지고, 그것도 남들처럼 성삼재가 아닌 정령치 아래

고기리부터 시작해 유평리 대원사까지 그 먼길을 죽을 힘 다해 걷던 겁없는 초보의 모습..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리 어리석고, 무대포였는지 참 우습기만 하다.ㅋㅋㅋ

 

무진 고생을 다한 첫 지리종주였지만, 은하수 쏟아지던 노고단에서 서로 초면인 3인이 새벽 늦은 시각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던 첫날밤, 정령치에서 운무에 휩싸인 거대한 반야봉을 처음 바라보던 때의 격한 감동, 한여름 치밭목의 고즈넉한

풍경은 여전히 눈앞에 생생한 듯하다.

 

산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아무튼 뭐든지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지금도 산에서 가장 부러운 분들중 하나가 이제 막 산을 새로 시작하는 분들이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 가는 곳마다 마냥 신기하고, 어딜 가든 즐겁기만한 초보 시절... 흠.....

 

 

 

항상 같은 구도지만.. 빼놓을 순 없지.ㅎㅎ

 

 

 

마등봉 정상 직전의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서북릉 귀때기청과 안산.

 

 

가야할 저항봉과 황철봉을 바라본다.

 

 

얼마나 모진 풍상에 시달리기에 모두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걸까?

 

 

설화처럼 흰 솜다리.

 

 

 

조망바위에서 내려오는데, 마등령 방향에서 올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냥 조망바위에 있을까 하다 내려오니 잠시후 이상한 아자씨가 눈앞에 불쑥 나타난다.

왠지 낯이 익은 아자씨 같은데...?

 

상대편이 내 이름을 불러서 놀라운 마음에 자세히보니 친구인 비공이다.

썬그라스를 끼고 있는데다 산에선 자주 못봐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는...ㅎㅎㅎ

 

산에서의 만남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반갑기만하다.

이렇게 뜻밖의 장소에서 예정에 없던 우연한 만남이라면 더더욱.....

 

반가운 마음에 서로 안부를 나누고는 마등봉~미시령까지 내내 함께 했다.

 

 

 

11:34 AM, 마등봉 정상에서...

 

 

"두터운 갑주와 날카로운 창검으로 중무장한 정예의 공룡군을 호위군으로 앞세운 채, 마등 높이 올라탄 대장군 대청의 드높은 기상"

 

마등봉에서 공룡릉과 그 뒤로 펼쳐지는 화채~대청의 장쾌한 조망을 바라볼 때면 늘 이런 인상이 느껴진다.

 

 

 

마등봉 너덜길을 내려가는 비공 대장님.

 

 

 

 

저항봉.

 

 

저항봉에서 내려다보는 저항골.

 

 

시계가 깨끗한 날에 보면 이 또한 멋진 풍경인데, 점심무렵부터 시계가 약간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30분경 저항령에 도착했다.

 

저항령에서 점심 식사.

친구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배불리 얻어 먹었다.

밥과 맛있는 반찬들, 특히 깻잎 라면은 환상적...ㅎㅎㅎ

 

 

점심 식사후 다시 황철봉을 향해 오른다.

황철 남봉 부근 너덜을 오르다 되돌아보는 조망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설악엔 조망이 환상적인 곳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그만큼 진행이 더뎌진다는...ㅎㅎㅎ

 

 

 

황남봉 서릉 방향 조망.

 

내설악과 외설악, 북설악의 경계지점인 황철봉을 지나 곧 외설악과 북설악의 경계지대를 통과한다.

 

 

4:12 PM, 황철 북봉 정상.

저항령에 1:30분쯤 도착했는데, 어떻게 4:12분이지?? ㅎㅎㅎ

 

 

너덜의 정수, 화려한 돌잔치... 사랑스런 황철 너덜을 내려간다.

 

 

 

 

 

 

황철 너덜을 따라 내려오면서 실제로 보게 되는 너덜은 황철 너덜의 일부분일 뿐이다.

황철 너덜은 귀청 너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드넓다.

 

 

이제 미시령도 지척이다.

신선 상봉도 가까이 보이고...

 

외설악과 북설악의 경계지역도 이미 통과했고... 이제 남은 건 북설악뿐이다.

 

 

 

5:34분 미시령 무사히 도착.

 

난이도 5.7급의 한계령보다 훨씬 쎈 5.11급의 위험지대도 친구 덕분에 무사히 내려왔다.

 

 

 

마등봉부터 함께 산행했던 친구와 헤어지고 난후 서둘러 신선 상봉을 향한다.

상봉 샘터는 진작 말랐을 것 같아 식수 구할 겸 진행겸 인근 골짜기로 진입하기 위해 월망.

미시령 정코스가 막히면서 아마도 이쪽으로 우회하는 등산객들이 꽤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입구에서 150m 가량 골짜기 오른편을

따르다 상봉 능선 중간 잘록한 부분으로 이어지는 길이 예상대로 코스도 정확하게 있었다. 

내내 홀로 산행하다 친구와 함께한 반나절의 잔상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혼자서 오르는 길이 쓸쓸하기만 하다.

이미 어스름이 깔린 저녁, 거센 바람만 몰아칠 뿐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이 길을 난 왜 혼자서 걸어 오르고 있는 걸까?

 

랜턴 꺼내기 귀찮아 버티고 버티다 상봉 샘터 다가서야 랜턴불을 밝혔다.

샘터에 도착해보니 샘터 옆에 다행히 공간이 있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혼자하기엔 충분한....

 

 

신라면에 빵 몇 개, 소주 두 잔, 커피 한 잔, 코코아 한 잔...

오늘밤도 바람은 여전하고.. 나의 달밤체조는 계속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