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Ridge

[설악산] 4인의 우정길 ③ ♬

저산너머. 2010. 10. 1. 11:58

"토왕폭 최고의 조망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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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등이 마지막 7피치를 등반 중입니다.
누가 7피치는 걸어가는 구간이라고 했는지...
6피치에서 워낙 힘을 빼서 그런지 여기도 만만치 않더군요.
5.7 구간을 걸어가는 당신의 정체는 도대체...


넘버투가 이번엔 저한테 밀려서 넘버쓰리로...

"솜다리의 추억" 리지. 40m 직벽에도 클라이머가 붙어있군요. 저 곳을 사람이 올라간다니..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그저 덜덜덜~~~;;;;;

이제부터 기성의 표정관리가 시작됩니다. 표정이 참 묘하네요. "와~ 정말.. 장난아니네~~~" 하는 듯한 표정...

근데, 카메라를 발견하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 빵긋~~ ^_____^

사정권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와~ 드디어 지옥이 다 끝났다. 살았당... 휴~~~~" 하는 듯한 표정..ㅋㅋㅋ

옆에서 넘버투가 딱 그러는 듯한 얼굴입니다.
"뭐.. 암것도 아니더구만... 그 정도 갖구 그랴??"
하긴 넘버투 정도면 충분히 그럴 만도...


기성이 홀로 한숨 돌리면서 속으로 결심하는 듯합니다. '아.. 여긴 절대 다시 오지 말아야지...ㅎㅎㅎ

성동형 등반을 마지막으로 모든 등반을 무사히 마칩니다.

하산로로 올라서기전, 마지막으로 토왕폭을 한번 더 바라봅니다.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의 하산로에 도착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구름이 멋지더군요.

이곳도 조망이 참 좋은 곳이죠. 권금성과 황철봉, 울산바위, 신선봉이 조망됩니다.

소토왕골 암장에 루트 보수중인지, 개척인지 좌측 중단부에 노란 상의의 클라이머가 볼트를 박고 있습니다.
이곳 정상부가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의 피너클 지대이죠.
고도감도 상당하고, 풍광도 그만큼 멋진 곳.


비룡교를 지나면서 노적봉을 배경으로 한 컷 남깁니다.

이렇게... 특별했던, 기존의 릿지들과는 차원이 달랐던 "4인의 우정길"을 무사히 마친 4인이 설악을 떠나고 있습니다.
5.10이 얼마나 쎈지.. 그 유별났던 흑범의 기억이 다 지워진 듯합니다.
암튼, 잘 있거라 설악아~ 다시 또 오리니~~~







♧ 4인의 우정길 개요

원래 5피치였던 것을 7피치로 루트 개보수했다고 합니다.




 1P 20m 5.7 페이스 5P 35m 5.8 페이스
 2P 37m 5.8 페이스, 크랙 6P 40m  5.10a 페이스
 3P 35m 5.7 페이스 침니, 슬랩 7P 35m 5.7 페이스 슬랩
 4P 20m 5.6 슬랩        




 
♣ 2010년 9.26 설악산 노적봉 "4인의 우정길"

해 몇차례 등반을 시도했던 곳인데, 이상하게 인연이 아니었는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어지다 이제서야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설악의 리지들보다는 분명 한 레벨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최초의 난이도 5.10a의 리지.
난이도라는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이제 남아 있는 설악의 정규리지는 모두 어려운 곳이군요.
울산암의 "하나되는 길", "돌잔치 길"
장군봉 인근의 "삼형제 길"
토왕골의 "솜다리의 추억", "경원대 길"
모두 생각만해도 덜덜덜~~인 곳입니다.

전 이제 그만 하산해야 할 듯...ㅎㅎ



벽 이른 시간에 랜턴을 켜고 쌍천을 건너갑니다.
계곡물이 많이 불은 상태라 아슬아슬하게 건널 수 있었습니다.
0.5cm 정도만 수위가 높았어도 건너기 힘들었을 듯...

그 무덥던 여름엔 토왕골이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더니, 천천히 걷는다는 느낌으로 걸었는데도, 호텔앞에서
비룡폭포 상단의 너럭바위까지 35분만에 올랐더군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토왕골의 어둠속으로 스며듭니다.

처음 토왕골에 들어섰을 땐 토왕골의 첫인상은 깊은 협곡 분위기, 계곡 주변의 검은 바위들 때문에 
읍습하고,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었는데, 이젠 충분히 익숙해졌는지 그런
분위기마저 토왕골다운 정겨움으로 느껴지네요.

비룡폭 상단에서 10여분쯤후 4인의 우정길 들머리에 도착.
리지 들머리 아래 계곡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일찌감치 1피치로 올라가 날이 새기를 기다립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면서 드러나는 토왕폭과 토왕골의 풍경은 단연 최고더군요.
압도적인 토왕폭은 물론이고, 토왕골 너머 4개의 리지들은 거대한 돌병풍처럼 위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토왕폭 조망으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네요.
(아직 가보지 못한, 토왕폭을 곧바로 마주하고 있는 "토왕 좌골" 리지는 제외하고...)
"별을 따는 소년들" 리지도 토왕폭 조망이 빼어난 곳이긴 하지만 "토왕 좌골" 리지에 약간씩 막혀있지요.



비를 착용한 후 등반을 시작합니다.
1피치는 쉬운 편..
2피치는 한차례 오버행이 있는데다 난이도도 5.8인 곳인데,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3~5피치는 거의 연등하다시피하면서 빠르게 올라서 그런지 별다른 기억이 없네요.
5피치가 상당히 길었다는 느낌밖에...
"4인의 우정길"이 리지라기 보다는 암벽이라서 그런지 피치피치가 거의 비슷해서 그런 거 같기도...
아무튼 5피치까지는 저 뿐만 아니라 대원들 모두 큰 어려움 없이 빠른 시간내에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5피치 등반을 마치면 능선을 따라 15분쯤 걷는 구간이 나옵니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토왕폭과 토왕골 조망은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길을 따르다보면 능선에 바위 하나가 막아서는데, 우측으로 우회.
다시 암릉지대가 나오면 하단을 우측으로 넘듯하면 다시 길이 이어지고, 이 길은 남동벽과 암릉이 부딪혀
만들어진 가파른 작은 골짜기로 이어지는데, 이 골짜기의 상단부까지 오르면 6피치 시작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암릉과 남동벽의 접점으로 오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길찾기가 용이할 듯...

암릉지대 초입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6피치를 등반하지 않고, "한편의 시를 위한 길" 하산로로 우회하는 길.



디어 공포의 6피치입니다.
피치 길이도 40m 정도로 긴데다, 난이도 5.10a에 까다로운 오버행이 있는 "4인의 우정길"의 크럭스.

선등이 등반을 시작해 중단부 오버행에서 약간 망설이는 듯하더니 어렵지 않게 올라섭니다.
문제의 상단부 오버행.
중단부 오버행은 홀드는 불확실하지만 한군데만 넘어서면 되는 짧은 곳인데, 상단부 오버행은 완전 직벽에
붙어있는 오버행입니다.
선등이 올라서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인지 첫 시도가 불발로 끝나고...
일찌기 이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는 듯...ㅎㅎ
그렇지만 이내 오버행 위로 올라섭니다.
선등에 짝짝짝~~~!!!
역시 선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선등의 등반 모습을 올려다보며 얼마나 긴장되던지...

두번째 주자 넘버투도 중단부 오버행은 한차례 고비를 겪었지만 비교적 무난히 올라섰고, 상단부에서는 약간
헤매는 모습이더군요.
완력이 좀 필요한 곳이라서 그런지...



디어 제 등반 차례..
정말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게 느껴지더군요.
등반하면서 여태껏 이렇게 긴장해본 적이 없었던 듯...
그렇지만 어쩌랴...
심호흡 깊게 한번 하고는 드디어 출발~~!!

하단부는 비교적 쉽게 통과했고, 중단부 오버행도 제가 생각해도 신기할만큼 큰 어려움 없이 통과했습니다.
물론 홀드와 발디딤이 확실치 않은 곳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중단부 오버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너무도 환상적이더군요.
그 상황에서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아직까진 고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네요.

문제의 상단부 오버행에 도착했습니다.
긴장이 심한 탓인지, 중단부 오버행에서 힘을 꽤 소비한 상태...
우선 잠깐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그런데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상단부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경사인데다, 오버행이 꽤 길고, 홀드나 발디딤이 중단부보다도 더 희미한 곳.

쉬려고, 불안정한 자세로 멈추어 있으니, 몸이 자꾸만 뒤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아! 잠깐만 쉬자. 어~~ 몸이 넘어간다... 움직여야해'
'그래도 잠깐만.... 에구~~ 또 넘어간다.'
몸은 잠시라도 쉬고 싶다고 아우성인데, 상체가 뒤로 넘어가는 자세로 불확실한 홀드를 잡고 있으니 금방
팔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쉬어야해~~'
'아냐.. 빨리 올라가야해~~'
어떻게 해서든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만 가득할 뿐..
몸과 머리가 서로 막 싸웁니다.

머리위 10시 방향의 슬링줄만 잡으면 게임이 끝날 것 같은데, 그곳까지 접근하기가 왜 그렇게 까다롭던지...
(이 리지 코스 볼트들의 상당수는 실제 등반 루트에서 약간씩 비켜나 있는 듯하더군요. 클라이머의 등반력을
떨어뜨려선 안된다는 루트 개척자의 세심한 배려(?) 차원인지...)
스탠스를 확인하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두번 다신 쳐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문득 도봉산 오봉 60m 오버행 하강하면서 내려다보던, 순간적으로 소름이 확 끼쳐오면서 엄습하던 고소공포증이 
뇌리를 스치는 듯...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런 상태로 매달려있다시피 하다가 마지막으로 기를 모아 봅니다.

"할 수 있다.. 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젖먹던 힘까지 온몸의 힘을 한데 모았던 최후의 시도.. 
그러나, 에구구~~ 마음뿐...
결국 불발로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떠밀려 내려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텐션~~!!" 을 외쳐버립니다.
팔힘이 거의 펌핑 직전입니다.
이후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반은 제 힘으로 반은 선등의 힘으로...ㅋㅋㅋ



몽같던 6피치 5.10a...
정말 쉽지 않은 곳이더군요.
후등조도 연신 텐션을 외치며 난리였다는 후문이...ㅋㅋ
다섯명이서 6피치 완등하는데, 2시간 좀 못되게 걸린 듯하네요.
면벽수도가 아직 좀 부족한 듯합니다.
좀 더 정진수행해야 겠습니다.


6피치는 등반 능력이 아주 뛰어난 팀이 아니라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등반팀이 몰리거나 등반팀 인원이 많은 경우, 후등팀은 대기하다 지쳐 우회하게 되는 경우도 잦을 듯하고...
하긴 난이도가 있어서 왠만해선 한꺼번에 여러 등반팀이 몰리진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아무튼 6피치 등반을 마치고, 마지막 7피치를 오른 뒤 "한편의 시를 위한 길" 하산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쉽지않았던 "4인의 우정길" 등반을 마쳤습니다.


그 곳을 다시 등반하는 날이 또 올까요?
등반하던 당시는 이곳은 절대 다시 오지 말아야지 하고 속으로 맹세하긴 했지만.. 글쎄요.....
산이란 게 어디 그렇습니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돌아서면 다시 향하고 싶은 곳이 산인데.. 설악인데......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