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Nepal·Himal

[에베레스트 트레킹 10] 칼라파타르, EBC ♪

저산너머. 2008. 7. 16. 17:40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 좌측은 티벳의 창체(7,553m), 우측은 눕체(7,864m).
에베레스트와 눕체 사이 쿰부빙하가 흘러내리는 지점에 EBC(Everest Base Camp)가 있다.

 

 

 

 

 

네팔 국조(國鳥)인 다페(단페)인줄 알았는데, 포터들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아마도 뇌조의 일종인 듯하다.
크기는 닭만한데, 무리를 지어다니며, 가까이 다가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국조가 아니라니 도리탕해서 체력보충이라도 하는건데.. 쩝..ㅋㅋ
(이 신성한 신의 영역에서 살생을 하면 물론 안되겠지?)

 

 

   

 

  

칼라파타르 정상.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아마다블람~캉데카~탐세르크로 이어지는 거봉들의 숲.

 

 

에베레스트 정상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위용.
정상부는 검은빛 피라미드 형태이다.

 

 

 

 

   

 

 

 

보고 또봐도 너무나 멋지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셀카.
이런 이런~ 이미지 심하게 구겨지는...ㅡㅡ
현지인 다 됐다.
얼굴은 투명하고 강렬한 햇빛에 제대로 그을렸고, 추위로 인해 연신 흐르는 콧물 덕분에 코밑은 헐어버리고.. 지저분한 수염은...
세수는 며칠전에 했었지??

 

 

그래두 좋아.....ㅎㅎ

 

 

칼라파타르를 내려오며...
푸모리, 보면 볼수록 참 미봉이다.

 

 

아아~~ 여기는 EBC!
MBC 나와라 오버~~!!
EBC 마이 춥다.. 흠.....

 

 

기념비 하나 없는 황량한 EBC(Everest Base Camp) 풍경.
왼편 웨스트 숄더와 오른편 눕체 사이에 에베레스트 등반의 첫 관문이라는 아이스 폴 지대가 보인다.

 

 

수은빛 빙탑들이 늘어선 빙하지대.

 

 

 

 

 

황혼에 물든 에베레스트.

 

 

 

 

 

♠ 2007.11.18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번째날 : 칼라파타르, EBC(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새벽 일찍 일어나 칼라파타르(Kala Patthar, 5,550m)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할 예정이었는데, 약간 늦게 눈을 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감기 몸살로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포터는 숙소에 남기고, 7시쯤 홀로 칼라파타르로 향했다.
어느새 습관이 되었는지, 이젠 의례 그러려니...
혼자 움직이는게 차라리 편하게 느껴진다.
한선생님과 두 친구분은 아침 일찍 페리체로 내려가셨다.

연이틀 칼라파타르를 오르려니 어제보다 훨씬 더 힘들게 느껴진다.
어제는 처음 오른다는 기대감이라도 있었는데....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쉬엄쉬엄 호흡을 가다듬으며 걸어오르다보니 9시 다되서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엔 칼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고, 오늘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랗고, 투명하다.
바위턱에 걸쳐 앉아 주변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정상에서 오랜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멋진, 정말 세상의 꼭대기에 서있는 느낌..



점심식사후 1시쯤 역시 홀로 EBC(Everest Base Camp, 5,364m)를 향해 출발했다.
EBC를 다녀오기엔 다소 늦은 시간이어서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지금 안가면 평생 못갈것 같아 그대로 강행..
EBC 가는 길엔 이미 EBC 방문 후 고락셉으로 되돌아오는 트레킹팀이 딱 한팀 보일 뿐, 원래도 많이 찾지 않는
곳인데다 나처럼 느즈막한 시간에 EBC를 향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이 황량하고, EBC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정작 에베레스트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트레커가 생략하는 그곳을 굳이
혼자서라도 가려고 했는지...
그건 아마도 EBC가 지니는 의미, 상징성 때문이었으리라.
또 나같은 트레커야 어차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눈앞에 두고도 못오를테니, EBC로 대신 위안을 삼고 싶기도 했고...
물론 티벳여행때 티벳쪽 EBC를 다녀오긴 했지만, 실제 에베레스트 등반을 대부분 이 네팔쪽 EBC를 통해 이루어지니
상징성이 더 클 것 같기도 하고, 그곳에 가면 무언가 또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했고.....


EBC가는 길은 거대한 쿰부 빙하 가장자리의 산허리 사태지를 오르내리는 길이다.
사태난 곳에서 수시로 돌더미가 떨어진다.
작은 바람결에도 돌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제법 큰 규모의 낙석도 관찰된다.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EBC를 내려다 볼 땐 지척으로 보였는데, 막상 걸어보니 가도 가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EBC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산허릿길에서 드넓은 빙하 너덜지대로 떨어지는 곳에선 중간중간 길이 희미해져 약간
헤매기도 했다.
3시 40분쯤 되서야 EBC에 도착..

EBC엔 광활하게 펼쳐진, 빙퇴석 사이로 바람만이 황량히 지날 뿐,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는 텅빈 EBC에 홀로 앉아 있으니, 묘한 감정이 밀려든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홀로 떠있는 듯한, 시작도 끝도 없을만큼의.. 외로움.....


사전에 모르고 간것은 아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네팔 정부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의미심장한 장소를 기념비 하나도 없이 이렇게 무심하게 방치하다니..
기념비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그만 조형물만 설치해도 더 많은 트레커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텐데.....
아니다... 그냥 이대로 인공적인 시설물은 없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빙하란 정지된 것이 아닌, 살아 숨쉬는 존재이지 않은가.

돌더미 위에 앉아 담배 한대 물면서 우주의 고독을 삼키고 있으니, 계곡에 서서히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이젠 사람의 땅 고락셉으로 되돌아가야한다.
4시 30분쯤 EBC를 출발했다.

돌아오늘 길, 수은 빛 도는 빙하지대를 따라 끝도 없이 도열해 있는 빙탑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에베레스트와 주변 거봉들의 정상부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석양빛은 너무도 황홀했고...

6시 거의 다된 시각에 숙소에 도착..
고락셉은 이미 어둠에 뒤덮혀 있었다.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이닝룸에서 내일 일정과 코스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의 그많던 트레커들이 오늘 아침 일시에 빠져나간 탓에 다이닝룸은 썰렁하기만 했다.
어느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