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Nepal·Himal

[에베레스트 트레킹 11] 고락셉~페리체~추쿵 ♪

저산너머. 2008. 7. 16. 18:50

 

 

 

 

 

고락셉에서 로부체로 내려오다 발견한 우리나라 산악인의 추모 동판.
박영석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도전시 산화한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동판인 듯하다.
설악이나 북한산에서 접하게 되는 동판들과는 느낌이 또 달랐다.
멀고먼 낯선 타국에서 접하게된 탓인지 더더욱 숙연해지는 느낌..
히말라야 설산처럼 맑고 순수한 그 이름 영원하소서~~
부디 고이 잠드소서.....

 

 

로부체에서 페리체 방향으로 내려가다보면 길 오른편으로 나타나는 언덕.
빙하 퇴적물이 떠밀려내려와 형성된 쿰부 빙하 끝단의 언덕이다.
언덕위에 늘어선 쵸르덴(돌탑)은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쿰부의 설산 등반중 숨진 세르빠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드넓게 펼쳐지는 분지형의 페리체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시원한 곳.

 

혹시 한국인이냐고 말을 건네보니 한국인이라고 한다.
너무 반가웠다.
서로 여정 등을 묻고는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길 기원했다.
여자 혼자서 포터를 동반하고 트레킹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아가씨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갈색의 드넓은 페리체 초원위에서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뜯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

 

 

 

페리체.
너른 분지형태의 지형이 주변의 거대한 설산들과 한데 어울려 웅장한 풍경을 연출하는 곳.

 

 

페리체에서 딩보체로 넘어가는 언덕.
정면에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이곳 역시 주변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딩보체.

 

 

계곡 왼편으로 로체 남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추쿵까지 내내 로체 남벽을 보며 걷게 된다.

 

 

 

 

 

흑갈색의 산기슭과 검은색 침봉, 짙푸른 하늘 사이로 잔주름진 순백의 설벽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풍경.

 

 

설벽위의 반달.

 

 

 

 

추쿵 가는 길.

 

 

석양빛에 물든 거대한 로체 남벽.

 




♠ 2007.11.19  에베레스트 트레킹 열한번째날 : 고락셉~로부체~페리체~딩보체~추쿵

오늘 부터는 하산이다.
트레킹도 이제 서서히 막바지로 접어드는 느낌.
아쉬움반 안도감 반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트레킹 일정 대부분이 구름 한점 없이 좋은 날씨라서 풍경이 좀 밋밋하다는 점.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ㅎ 루클라를 출발하면서 잔뜩 흐린 날씨에 제발 날씨가 쾌청하길 기원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인간의 간사함이란...ㅋㅋ)
어쨋든 이젠 하산 일변도의 구간이니 부담감이 거의 없다.


6시 30분에 기상해, 7시 20분에 라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후 7시 50분에 고락셉 숙소를 출발했다.
창그리 빙하에서 흘러든 엄청난 모레인 지대를 관통해 로부체로 신나게 내려갔다.
내리막길이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고 마음도 편하기 그지없다.

로부체에 도착해(Lobuche, 4940m, 09:25) 포터 락빠와 함께 밀크 커피를 한잔하며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길을 재촉.
페리체 계곡으로 내려서기전, 포터들의 무덤이 있는 언덕까지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내달리듯 했다.
이곳은 에베레스트와 로체 사이 지구상 최고(最高)의 대협곡인 웨스턴 쿰에서 흘러내린 빙하 퇴적물이 떠밀려 내려와
이루어진, 쿰부빙하 최하단부의 언덕이다.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는, 드넓고 길게 펼쳐지는 페리체의 풍경은 정말 시원하기 그지없다.
그 끄트머리에 이제껏 미봉으로만 여겨졌던 아마다블람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버티고 서 있기에 더욱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솔루쿰부 트레킹 루트의 어느 구간에서도 감상하기 힘든 풍경.

하산중인 우리와 정반대 상황인, 이 언덕을 거슬러 오르는 트레커에겐 끔찍하게 느껴질 것 같다.
가파른 오르막이 정말 길게 이어진다.


언덕에서 다리쉼을 하다 포터를 동반하고, 혼자 트레킹하는 젊은 한국 아가씨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인사를 나누고는 그 동안의 여정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서로 묻기도 하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남자들도 쉽지 않고, 더우기 여자 혼자선 이런저런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는데, 참 용감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 중간 작은 개울가에 위치한 듀글라(Duglha, 4,620m10:35)는 그대로 패스하고, 페리체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11시 50분 페리체(Periche, 4,280m)에 도착해 야크스테이크(300루피*2)와 핫쵸코(50루피*2)로 점심식사를 했다.
맛은 그닥.. 역시 남체 칼라파타르 롯지와는 비교불가이다.


페리체에서 추쿵(Chhukhung, 4,750m)까지는 2~3시간 가량 소요되는, 큰 오르막 없지만 완만한 오르막이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먼길이다.
계곡 왼편으로는 거대한 로체 남벽이 조망되고, 오른쪽으로는 아마다블람과 병풍처럼 늘어선 설벽들을 볼 수 있다.
대개 로체 남벽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추쿵을 찾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촘촘한 주름으로 가득한 설벽이 훨씬 더 인상깊었다.

딩보체에서 추쿵 중간지점의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 오두막 찻집은 그대로 통과하고, 4시쯤 시쯤 숙소에 숙소에 도착했다.
한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재회 인사를 하고, 간단히 요기를 했다.

락빠가 어떻게 구했는지 따뜻한 물을 한바가지 정도 얻어다 주었다.
내 포터가 이럴 때도 있다니.. 트레킹이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특하기 짝이 없다..ㅎㅎ
개울가로 나가서 개울물에 온수를 섞어 머리를 감았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에 머리를 감아보는 건지...
그 얼마 안되는 물로 세수 하고, 머리 감고, 발까지 씻고, 빨래도 했다.
빨랫감을 찬 개울물에 헹구려니 그야말로 손이 쩍쩍 얼어붙고 온몸이 뒤틀리면서 오그라드는 듯하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씻고나니 날아갈 듯 개운한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