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점봉산] 오색 흔들바위 ②

저산너머. 2010. 6. 18. 12:05

만물상 줌인.

아침에 눈을 뜨니 십이담계곡쪽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중앙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한계령~망대암산 루트상의 1158봉.

만물상의 기기묘묘한 바위들.

사진 오른쪽 암봉 어딘가에 등선대가 있을텐데, 가본지 오래되서 구분 불가.

만물상 암봉뒤로 조망되는 한계령 등로의 1307봉.

끝청과 대청.

도로에 인접해 있는 사진 중앙부의 오색 만경대.

가보진 못했지만 저 암릉이 만물상 리지이다.

한발만 더 앞으로 내딛으면 그대로 아웃...ㅎ


예전에 찍은, 오색 만경대에서 바라본 만물상.

자연미가 살아있던 수해전의 주전골.

 



♣ 흔들바위는 어디에?

깊은 밤 깊은 산.
눈을 떠 침낭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면 검은 하늘엔 쏟아질 듯 별이 초롱초롱하다.
아주 가끔 한계령을 오가는 차량의 소리가 반갑게 들릴 뿐, 인적이라곤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공간.


이름모들 산새의 청아한 지저귐에 새벽 단잠을 깬다.
부시시한 머릿칼을 스치는 싱그럽고 향긋한 바람..
아~~ 행복한 느낌..
산에서 맞는 이런 새벽의 느낌이 너무나 좋다.
덕분에 쉽게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다.

한참을 뒤적거리다 일어나 일출 무렵 만물상의 풍경을 감상한다.
어쩌면 저렇게 바위가 많고, 어쩌면 저렇게 제각각 기기묘묘할까?
여명빛에 붉게 물들어가는 암봉들이 참 인상적이다.
해가 높이 떠올라 붉은 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빵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하룻밤 머물면서 남긴 흔적을 모두 지운다.
흙위에 찍힌 등산화 자국조차도...
내 기억속에서나 존재할 뿐 나는 결코 이곳에 다녀간 적이 없는 것이다.

어제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한 번 올라온 곳이라고 그새 익숙해졌는지 어제 올라올 때 보단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자일 구간은 물론 마른 골짜기도 어제보다는 어렵지 않은 느낌...
덕분에 십이담계곡에 무사히 안착.

내가 올랐던 곳이 흔들바위봉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계곡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흔들바위봉으로 확신하고 있던
이웃 암봉을 향해 무작정 다시 오른다.
어제 올랐던 안부쪽에서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벽이고, 오른 흔적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어제 올랐던 골짜기보다도 더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예 발길이 없는 곳인 듯...
그래도 무작정 올라본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오른쪽 엉뚱한 암봉 밑으로 오르게 되었다.
그곳은 완전한 직벽..

애써 올랐던 곳을 고스란히 다시 내려와 왼쪽 암봉으로 또다시 오르기 시작.
진행을 방해하는 잡목과 거미줄을 헤치며, 고생고생끝에 능선 안부에 올랐는데, 이곳은 사람 두명이 간신히 서있을 만큼 비좁은
안부 양쪽이 모두 깍아지른 듯한 직벽이다.
왼쪽 암벽을 아무리 훑어봐도 도저히 비집고 오를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오르긴 하더라도 하산은 불가능할 것 같다.
흔들바위 암봉 오르는 길은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아쉬움을 뒤로 한채 계곡으로 다시 내려온다.



♣ 주전골

십이담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한참을 쉬다 용소폭포 삼거리로 내려왔다.
오늘도 어제처럼 구름 한점없이 화창한 날씨이다.
하늘이 파랗다못해 시퍼렇다.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주전골의 절경이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이후 주전골을 따라 선녀탕, 독주암, 성국사를 지나 12시경 오색 식당가에 도착해 점심 식사...



♣ 오색 만경대


오색 만경대는 이름 그대로 남설악 오색지구와 대청봉을 비롯한 서북릉 남면 일원 등 설악의 1/5 쯤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들머리는 오색 식당가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화장실 뒤편길이나 설악온천장 뒤뜰 등에도 있지만(두 길은 곧 위쪽에서 만나게 되며
만경대를 오르는 가장 긴 능선길이다), 최단 코스는 대청봉 등로의 남설악탐방지원센터(구매표소)에서 한계령 도로(44번 국도)를
따라 1km쯤 오르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공터(현재는 공원 비슷하게 조성) 도로 맞은 편 숲속으로 오르는 길이다.


♣ 설악의 만경대 세곳


설악산에는 만경대가 세군데 있다.
외설악 천불동 양폭 대피소 맞은편과 내설악 오세암 입구, 남설악 오색 지구 성국사 뒤편에...
전망대의 특성상 3곳 모두 주변 능선보다 돌출한 능선위의 암봉으로 전방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인 곳이다.
명칭에 어울리게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곳인데, 그중 현재 개방된 곳은 내설악 만경대 뿐..
내설악 만경대도 수년전엔 들머리에 출입금지 표지가 있던 곳으로 공식적으론 탐방로가 아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출입금지 표지가
사라지고, 등산로도 정비해 둔걸로 봐서 더이상 통제구역은 아닌 듯하다.

외설악 만경대에서는 대청, 중청, 공룡능선, 화채릉을 비롯해 천화대, 범봉, 칠형제봉 등 외설악 주변의 빼어난 암릉군과 멀리 북주릉의
일부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내설악 만경대에서는 정면으로 날카로운 용의 이빨처럼 도열한 용아릉의 침봉들과 중청(대청은 중청에 가려 보이지 않음), 공룡능선,
남쪽으로 길게 늘어선 서북릉 일원이 조망된다.





♣ 만경대와 흔들바위 암봉

사실 조망만으로 따진다면 만경대와 흔들바위 암봉은 큰 차이가 없다.
만물상 조망은 만경대가 약간 먼 대신 좀더 시원하게 펼쳐지고, 흔들바위는 바로 정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숲에 가려 대청봉이 조망되지 않는 만경대와 달리 흔들바위에선 끝청 너머로 살짝 조망되긴 하지만, 별다른 메리트는 없고...
만경대에서는 선녀탕과 만경대 암릉이 바로 발아래로 조망되고, 흔들바위봉에서는 용소골 삼거리와 십이담 계곡이 발아래로 조망되고...
점봉산 조망은 만경대가 약간 나은 편이다.

이런 점은 흔들바위봉을 오르기전에도 이미 짐작했던 부분이다.
조망만을 위한다면 길이 불분명하고, 험한 흔들바위봉을 굳이 오를 필요없이 접근성이 월등한 오색 만경대로 충분할 듯하다.
나는 전설이 서려있는 흔들바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을 뿐, 조망 자체만을 위해 오르진 않았으니...

그곳에 오르고서도 그곳인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오르긴 오른 셈이지만, 아무튼 설악을 좀더 깊게 경험한 느낌은 나름 괜찮았다.


참.. 이번 산행의 테마는 "설악, 살짝 깊게 다가서기" 정도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