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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천불동 옛길

저산너머. 2012. 8. 28. 22:02

 

 

 

 

 

 

♣ 양폭대피소터~건천골~용소골좌릉~용소골~칠형제릉 상단부~신선대

 

 

언가 의미있는 산행, 가치있는 산행 코스가 없을까?

산행을 하면 할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언가 의미있는, 좀더 기억에 남을 산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그런 산행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천불동 옛길 산행은 이런 측면에서 이상적인 코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던 길.

설악산이 개발되기전 극소수의 전문 산악인들만 오갔을 그 길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되찾아본다는건 설악을 좋아하는

산꾼으로서 한번쯤 찾아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천불동 옛길에 관심을 갖고, 산행을 시작한건 작년부터인데, 이상하게도 아직껏 제대로 타본 적이 없고, 완주하려 시도하지도

않았었다.

물론 양폭대피소~용소골~칠형제 상단~신선대로 이어지는 옛길 주변부 각각의 능선과 골짜기에 대한 또다른 목표들이 있었고,

작년만해도 옛길의 들머리인 양폭대피소를 통과하기가 편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기는 하다.

첫산행은 용소골 좌릉이 눈에 밟혀 죽을고생하면서 올라보고, 그 다음은 용소골에 필이 꽂혀서 용소골을 타보고...ㅎㅎ

 

하긴 산이 어딜가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으면 되는거지..ㅎㅎ

아무튼, 이번엔 오로지 천불동 옛길을 목표로 하는, 진짜 천불동 옛길 산행이다.

 

 

악동에 한밤중에 도착해 잠시 눈을 붙인 뒤 천불동을 거슬러 올라 칠선골 입구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할 무렵 문득 "우르릉꽝~~" 하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라서 천둥소리인 줄 알았는데, 오련폭을 향해 진행하다보니 오련폭 오른쪽 사면에서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였다고 한다.

폭설이나 폭우뒤엔 항상 통과하기 꺼림찍하던 곳인데....

얼마나 큰 바위였길래 칠선골에서도 그렇게 크게 들린 것일까?

십여분만 일찍 출발해 타이밍만 제대로 맞았다면 혹시 우리중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ㅡㅡ

 

 

 

천불동 옛길에 대한 설명은 예전 포스팅으로 대체..

http://sian21.tistory.com/entry/설악산-용소골-좌릉

 

 

 

 

사라진 양폭 대피소.

저곳도 짙은 추억이 배인 곳인데...

 

 

천불동 옛길 산행 초반, 옛 양폭대피소에서 대피소 수원지까지 예전엔 족적이 어느정도 남아있던 것 같은데, 그곳에서 양폭대피소를

접수한 이후 발길이 더 드물어져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더 희미해진 것 같다.

 

양폭대피소 뒷편 암벽 아래로 밴드처럼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는데, 문득 앞쪽 암벽위에서 뭔가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뭔가 하고 바라보니 헉~~ 칠점사...ㄷㄷㄷㄷ

근데, 이넘이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도망친다는게 내 쪽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순간 기겁해서는 뒤로 물러서다가 벌렁 넘어졌다.

이 넘이 정신을 차렸는지 반대방향으로 도망쳐서 다행이었단...

 

 

 

양폭 대피소 뒷편의 거대한 암벽.

작년에 달빛에 빛나던 하얀벽이 기억난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칠형제(연)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용소2폭포.

 

 

천불동 옛길이 이어지는 칠형제릉 상단부~신선대.

 

 

 

 

 

용소골 좌릉 안부에서 용소 2폭포 하단부로 내려온다.

초반부가 마사토가 깔린 가파른 길인데, 짧지만 비에 젖어 꽤나 미끄러웠다.

물길인지도 모르겠지만, 작년에 찾았을 때 이쪽으로 뚜렷한 길이 있어서 의아한 한편, 이 길이 칠형제로 이어지는 옛길이 아닐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용소2폭포의 웅장한 모습.

 

용소2폭포 아래쪽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칠형제 칠봉 안부를 향해 오른다.

작년에 용소골과 용소골 좌릉 산행때 천불동 옛길의 대부분을 타봤지만, 이 지점에서 칠형제 칠봉 안부까지가 가보지 못한 구간.

 

 

용소골에서 칠형제 칠봉 암부로 이어지는 사태골. 사태는 심해보이지만 바위더미들은 비교적 안정된 곳.

 

사태골을 따라 오르다 되돌아본 용소골 좌릉의 미사일 바위.

 

지지대도 완벽한 미사일 바위.

그 날이 오면.....

특정 좌표로 고정된 저 미사일이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북쪽으로 날아간다는 소문이...ㅎㅎㅎ

 

 

사태골을 잠시 따르다 좌측 사태골을 버리고, 숲으로 덮힌 오른쪽 골짜기로 올랐다.

이 지점에서 사태골이 골짜기의 형태가 훨씬 더 뚜렷해 사태골로 직진하기 쉬운데, 등고선만 봐도 좌측 골짜기 상단부에서

고생 좀 할 것 같다.

 

칠형제 칠봉 옆 안부까지는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족적이 전혀없고, 잡목의 저항이 의외로 귀찮은 구간이었다. 

안부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칠형제 칠봉을 오른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기대했었던 칠형제 칠봉.

칠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외설악의 조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태골로 직진할 경우 만나게될 암봉.

 

칠형제 칠봉에 올라...

 

 

   

 

 

 

칠봉 정상에서 바라본 칠형제릉 상단부와 신선 1, 2, 3봉.

 

칠형제연봉과 달마봉.

 

 

오련폭포.

 

화채릉.

 

짜잔~~~ 범봉.

 

최고다.

여태껏 무수한 설악의 포인트를 다녀봤지만, 앞으로 이곳보다 더 멋진 뷰포인트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시원스레 펼쳐지는 환상적인 파노라마.

특히, 범봉 조망이라면 단연 No.1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훨씬 더 감동적이었을텐데, 약간의 아쉬움으로...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칠형제 칠봉을 내려온다.

 

 

솔체.

이제 가을이 멀지 않은 듯하다.

 

 

칠형제 칠봉을 내려와 칠형제릉을 따라 신선대로 향한다.

잡목의 저항은 좀 있지만 능선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르면 되고, 간간이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구간.

 

 

 

가야할 칠형제릉 상단부.

 

칠형제릉 상단부의 기암.

 

 

 

 

선선2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 내려다본 칠형제릉과 천화대릉.

 

드디어 신선2봉 정상에 올랐다.

설악 최고의 뷰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신선대.

정규루트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와는 또다른 웅장함이 있다.

 

 

 

 

용아장성쪽 조망.

 

다음날 아침.

 

 

 

밤새 비바람이 몰아치는 신선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휘청거리는 타프 소리에 밤 늦은 시각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이어폰을 꽂고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하루종일 만만치 않은 산행을 했고, 잠은 오지 않는데도 신기하게 전혀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타닥타닥~~~"

타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왜 그렇게 좋던지...

휘날리는 타프 소리마저 음악처럼 행복했다는...ㅎㅎㅎ

 

 

 

정류루트상의 신선대 조망대에 잠시 들러 구름에 휩싸인 공룡릉과 범봉의 파노라마를 감상한 후 신선대를 내려왔다.

원래는 공룡릉 신선대 옛길을 따라 희운각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비도 오고 미끄럽고 귀찮고 해서 정규루트로...

 

 

 

신선3봉을 바라보며...

 

신선대를 내려오며...

무너미고개가 왜 무너미고개인지 알겠단....

희운각은 왜 무너미의 물길에 해당하는 위치에 세워진걸까?

 

 

천당폭 우회 철계단에서 내려다본 천당폭~양폭 사이의 협곡.

천불동이 문닫이골로 불렸던 가장 큰 이유이자 천불동 옛길 우회로를 만들게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천당폭포를 지나면서...

 

다리가 놓이기 전엔 통과가 만만치 않았을 양폭과 천당폭 사이 협곡 구간에 유난히 눈이 간다.

덕분에 우린 천불동 옛길 그 멋진 길을 돌아왔단다.

 

 

흐릿한 영상처럼 화려했던 한바탕의 산행도 저물어간다.

 

 

 

 

 

 

범봉을 오르고 범봉의 로망이 사라지고난뒤 나의 차기 로망으로 어렴풋하게 떠오르던 곳이 칠형제 칠봉이었던 것 같다.

아니, 그 이전에 신선대에서 공룡과 범봉의 눈부신 조망을 바라보다 범봉을 그 어느곳보다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칠형제 칠봉에 자꾸만 시선이 갔었던게 먼저일 수도 있겠다.

신선대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쉽게 범접할 수 없어 보이는 천불동의 고도(孤島)같은 그 곳 말이다.

잦은바위골 백미폭 우회 루트 탐색의 계기도, 우회 루트의 궁극적인 목표도 사실 칠형제 칠봉이었다는...ㅎㅎ

 

 

천불동 옛길이 이어지는 건천골, 용소골 좌릉, 용소골, 칠형제릉 상단부...

조금만 길에서 벗어나도 워킹으론 거의 불가능할 만큼 어느 한곳 만만한 곳이 없는데, 용케도 두 골짜기와 두 능선의 약한

부분만을 찾아 하나의 완성된 길로 연결시켰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변한 정밀 지도나 자료, 사진도 구하기 힘들었을 그 시절에 말이다.

천불동 옛길을 개척한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천불동 옛길을 직접 걸어봤고, 칠형제 칠봉에도 올라봤고.....

용소골 주변과 칠형제릉, 잦은바위골과 관련한 궁금증도 이제 거의다 풀려가는 듯하다.

앞으로 두어가지 과제만 해결하고나면 완전히 풀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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