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홀로 떠난 산행 - ① 느아우골~가리봉

저산너머. 2009. 11. 4. 22:40

안개속의 느아우골.

느아우골에서 바라본 안산. 자양천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느아우골 중류. 설악산 여느 계곡처럼 하류는 수마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중상류는 자연미가 살아있는 골짜기이다.

드디어 느아우골을 벗어나 가리능선 상 안부에 도착했다.

전망대(1246봉)에서 바라본 주걱봉과 가리봉. 가리봉을 비롯해 서북릉, 인제방향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느아우골 상단 안부에서 왕복 약 2시간 가량 소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든 가리능선.

주걱봉 줌인.

안산쪽 조망.

안산 줌인.

주걱봉 클로즈업.





♧ 2009년 10월 설악산 4박 5일 산행



혼자 떠나는 산행은 왠지 여행의 느낌이 들어서 좋다.
더불어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혼자만의 자유로움과 여유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발견하면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시간에 구애됨 없이 눈에 담기도 하고, 걷다가 지치면
다리쉼 하기 좋은 곳에 눌러 앉아 쉬었다 가기도 하고... 


1년에 몇차례는 홀로 설악을 찾는다.
보통은 주말을 이용해 이틀정도 다녀오는데, 가끔씩 비박을 하기도 한다.
산행 일정이나 루트 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비박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산행엔 4박 5일동안 홀로 설악산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단풍이 구곡담 하류까지 곱게 물들인 즈음에...

이번 산행의 핵심 포인트는 가리봉과 큰귀때기골.
산행 과정에서 몹쓸놈의 변덕때문에 큰귀때기골 대신 백운동으로 바뀌긴 했지만...



▷ 산행루트

- 첫날 : 느아우골 - 가리봉 정상
- 둘째날 : 가리봉 정상 - 필례령 - 자양천 - 재량골
- 셋째날 : 재량골 - 귀때기청봉 - 백운동 - 수렴동 - 영시암
- 넷째날 : 영시암 - 수렴동 - 구곡담 - 봉정암 - 가야동사거리 - 공가골 - 공룡릉 1275봉 부근 샘터 - 신선대
- 다섯째날 : 신선대 - 천불동 - 설악동



♣ 산행 첫날

가리봉.
오래전부터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수차례 산행을 계획했으나, 번번이 무산되다 이번에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가리봉을 산행 첫 목표로 한건 가본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악산을 처음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만
2번을 가서 가리봉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것도 두번다 심설 산행이었고, 한계령쪽에서 접근해 가리산리로 하산하는 루트.


서울에서 심야 마지막 고속버스를 타면 새벽 3시쯤 속초에 도착한다.
첫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시간인 6시 정도까지는 어디서든 시간을 때워야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PC방.
인근 모텔에서 한숨 푹자면 좋긴하지만, 아침에 제 시간에 기상하지 못해 시작부터 산행을 망치기 십상이고, 1~2시간
을 위한 숙박비가 솔직히 아깝기도 하고...


고속터미널에서 시내 적당한 PC방으로 향했다.
고속터미널 옆에도 PC방이 있긴 하지만 시설이 좋지 않고, 어차피 아침에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야한다.

PC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여섯시쯤 장수대행 첫차를 타기위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첫차에 탑승 했는데, 단풍 시즌이라서 그런지 터미널을 출발하면서 이미 빈좌석이 거의 없는 상황.
평소엔 거의 빈차로 운행했었는데...
물치와 양양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추가로 탑승해서 차는 이미 만차.
그중 대부분이 오색에서 내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색에서 내리는 승객은 거의 없고, 오히려 오색에서 승차하는
승객이 더 많아 차는 그야말로 발 디딜틈없는 북새통이다.

옆에 앉은 분께 어디 가시느냐 물으니 옥녀탕으로 간다고 한다.
한계고성 가시느냐고 물으니 어떻게 아느냐는 눈빛과 반가움 반 경계심 반인 듯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하신다.
10분 정도 한팀으로 왔는데, 그 코스가 처음이신지 코스에 대해 이것저것 묻길래 대답해주고...
한계령에서 대부분의 등산객이 내린 후, 버스기사한테 옥녀탕에 세워줄 수 있냐고 물으니 추가요금을 내야한단다.
옆에 계시던 분이 기사에게 만원을 내놓는데, 난 혼자인데 추가로 요금을 주기도 그렇고해서 같은 팀인 척.
얼떨결에 뭍어가기...ㅋㅋ


느아우골.
예전부터 궁금했던 계곡이다.
이번 산행의 목표는 가리봉이었지만, 그 최초의 실마리는 이 느아우골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느아우골.. 느아우골.. 이름에서 오는 느낌이 참 묘하다.
탕수동 인근의 아니오니골처럼..

초보때 험한 계곡이란 말을 많이 들었서인지 은근히 긴장했었는데, 실제 가보니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었다.
그런데, 산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느아우골에 대한 산행정보를 검색해봐도 의외로 관련정보는 물론 계곡풍경을
참고할 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느아우골을 직접 올라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느아우골은 설악의 다른 계곡과는 달리 눈에 띄는 비경이나 포인트가 없는 계곡.
특별히 험하다거나 산행 지표로 삼을 만한 마땅한 포인트가 없고, 하류부터 상류까지 수직수평으로 굴곡이 별로 없는
직선형인데다, 특출난 
폭포나 소와 담 등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 8시 20분경 옥녀탕을 출발해 11시 10분쯤 능선 안부에 도착.
능선에 단풍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잠시 주걱봉을 조망하기 위해 삼형제봉 쪽으로 진행했는데, 삼형제쪽 멀리 주변 조망이 기막힐 것 같은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삼형제봉의 맏형쯤인 듯..
언뜻보니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고, 어차피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니 그곳에 다녀와도 가리봉 정상까지 문제가 없을
것 같아 한번 도전해보기로 결정.


그런데 막상 가보니 편도만 1시간 가량 걸리고, 등산로의 오르내림이 꽤 있는 편이어서 의외로 힘이 드는 곳이었다.
다행히 정상에 오르니 주변 조망이 한치의 막힘없이 펼쳐지는 기대 이상의 멋진 곳...
날씨도 화창한데다 울긋불긋 물든 가리릉과 서북릉의 단풍 빛깔이 참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풍경에 취해있다보니 어느덧 2시..
서둘러 암봉을 내려와 가리봉 쪽으로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