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홀로 떠난 산행 - ② 가리봉을 향해..

저산너머. 2009. 11. 4. 22:41

좌측 삼형제봉 너머로 귀때기청봉이 조망된다.

귀때기청봉 줌인.

산일엽초이던가? 예전에 영월 구봉대산에서 카메라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귀때기청봉과 주걱봉 줌인.

정수리에 통신시설을 얹고 있는 중청.

가리봉.
수년전 수해로 인해 무참히도 무너져 내린 흔적이 여전하다.
이곳뿐만 아니라 귀때기청에서 대청에 이르는 서북릉 부근, 점봉산 일원 등 설악의 주요 고봉 정상부 대부분이 이런 상태.


구름이 참 좋던 날.

주걱봉 직후에 나타나는 가리산골 방면의 위압적인 협곡.

가리봉을 오르다 되돌아본 주걱봉과 삼형제봉.

가리산골 너머로 안산에서 이어지는 서북릉이...






♧ 2009년 10월 설악산 가리봉


느아우골 안부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 한명을 만났다.
혼자 산행하시는 분인데, 가리산리로 하산하신다고...

안부에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주걱봉을 향해 출발.
주걱봉 안부 정상에서 다시 열댓명쯤 되보이는 일단의 등산객을 만났다.
그 중 한분이 주걱봉 정상에 올랐다 하산중이었다.
주걱봉 정상은 못오르는 곳인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상당히 험하고, 마땅한 길이 없어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설악의 랜드마크 같은 곳중 하나인 주걱봉.
이럴 때를 대비해 슬링 20m짜리도 준비했는데, 오늘은 시간상 불가능할 것 같다.
현재 시각이면 해지기전에 가리봉 정상까지 오르기에도 빠듯한 상황.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결국 준비했던 슬링은 5일후 산행 마칠때까지 배낭에서 한번도 꺼낼 일이 없었다. 슬링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ㅠ)

등산로에 떨어진 다래를 주워먹으며, 다시 한참을 올라 주걱봉 다음 암봉 옆구리에 도착.
이곳에선 가리산리쪽으로 엄청난 협곡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잠시 다리쉼을 한 후 다시 출발.

잠시후.. 이 루트 최대의 난코스가 나타난다.
예전 초보시절 기억으로는 암벽에 가까운 바위면을 내려서며 내려다보이는 고도감이 엄청났고, 길이도 꽤 길어서
정말 내려서기가 두려웠던 곳.

혹시나 해서 미리 슬링을 준비한 이유도 이곳과 쉰길폭포 때문...

근데 막상 긴장하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에게게~~~
고도감? 글쎄..ㅎㅎ
기억보다는 훨씬 짧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곳이 예전에 그토록 겁먹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걸려있는 자일과 로프 상태도 양호해 보인다.
그만큼 산행경력이 늘었고, 릿지 실력이 향상된 증거인지...ㅋㅋㅋ
그래도 항상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실제로 바위턱 한곳을 넘어서기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특히 오늘처럼 무거운 배낭이거나, 이곳을 하산로로 내려온다면 느낌이 또 다를 터이고, 초심자들에게는 영원히
공포의 대상임이 틀림없는 곳이다.

아무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사히 통과.


연무가 서서히 밀려들면서 시계가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다.
가리봉 정상에 다가서며 되돌아보는 주걱봉과 삼형제봉의 웅장한 풍경은 이 코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펙타클한 풍경에 부풀어오르는 가슴으로 연신 뒤를 되돌아보며 등산로를 따른다.

오후 5시 넘긴 시각에 정상에 도착했다.
산행 첫날의 무거운 배낭을 드디어 벗는다.

연무가 뿌연 탓에 시계는 여전히 좋지않고, 구름까지 짙은 상태.
다행히 정상 바로 옆에 바람을 적당히 막아줄, 꽤 아늑한 자리가 있다.
서쪽 하늘에 구름사이로 살짝 드러난 핏빛 노을을 바라보며 고단했던 첫날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