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

홍천 경수골 백패킹 ③

저산너머. 2010. 8. 10. 16:19



# 경수골 도하작전2


어제 건넜던 통나무 다리 구간에 도착. 오늘은 곧바로 건너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그대로 계류를 따라 내려가봅니다.


백패킹 대장님이신 헤이즐럿님의 리딩으로... 선두에서 스틱으로 진두지휘하고 계시는 헤이즐럿님.


위기의 미수기.
후니가 있는 쪽의 바위 위로 올라서야 하는데, 급류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듯..
후니님이 미수기님을 구하기 위해 계곡물로 다시 뛰어들고...


이렇게 미수기님의 손을 꼭잡고...

"내만 믿으면 된다~~" 헤이즐럿 대장님의 저 믿음직스러우신 모습.

두자루 스틱에 의지해 거센 물살의 저항을 헤치며 내려가시는 헤이즐럿님.



미수기가 급류를 피해 일단 안전지대로 올라선 뒤.. 곧바로 바위위로 건너갑니다.


바위위로 무사히 안착.



헤이즐럿님이 바위위로 일단 힘차게 올라서시고...

그동안 애써 꽁꽁 숨겨오시던 헤이즐럿님의 저 우람하신 하체. 물에 젖어 우람한 다리 근육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역시 믿음직스러우십니다. 뒤쪽엔 마냥 즐겁고, 여유로우신 모도님이..^^


짱님의 손을 꼬~옥 잡고... 온힘을 다해.. 온몸을 바쳐.. 짱님을 바위위로 끌어올리시는 헤이즐럿님.


짱님도 무사히 바위위로 안착.

이런이런~~ 사진 찍을 여유도 주고 않고, 순식간에 바위 위로 올라서버리는 모도님. 역시 여유만만...



이번엔 우월한 롱다리의 하늘지기님.. '난 숏다리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입을 한번 굳게 앙다물더니... 아주 사뿐하게....






바위위로 무사히 안착...

다들 지기님의 백옥같이 희고, 우월한 롱다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숏다리와 비교해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는 후니의 표정이 대비되네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근데 어쩌겠나요.
그렇다고 다리를 잡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ㅎㅎㅎ


짙푸른 창공을 편대비행중인 잠자리 비행기 2대 찾아보시길...

엉덩이가 섹쉬한 후니님!! 이건 머하는 시츄에이션?

다시 백패킹 대장님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이젠 계곡을 건너야할 시점. 숏다리들은 감히 엄두를 못내는 가운데.. 우월한 롱다리의 지기님이 여유있게 앞장서 봅니다.

"형!!! 일루 오면 되요~~!!" 무릎도 안차는 깊이군요.

'앗!! 속았다' 들어가보니 허벅지까지 빠지는 깊이... 역시 기럭지가 다르긴 다르다는...ㅎㅎ 이로서 1박2일간의 경수골 백패킹을 무사히 완료.





▶ Intro..

후기를 쓰려고 모티터 앞에 앉으니 그날의 장면장면이 뇌리를 스치면서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를 짓게 된다.
사연도 다양했고, 일반산행에선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도 많았던 경수골 백패킹.


그러니까.. 여름휴가 피크 시기인 8월초 지난 주말.
이맘땐 교통체증과 불볕더위로인해 집 떠나면 개고생-- 그저 방콕이 최고다........고 냉철한 머리는 말하지만 
간사하긴하나 조금은 인간미 있는 마음이란 넘은 그래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아니 떠나야만 된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원래는 아침가리골 백패킹 계획중이었다.
아침가리골 백패킹 가자고 산행 하루전 긴급문자를 날린 후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중부지방에 집중호우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걷는 백패킹..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을까 나름 고민하고 있는데, 후니한테서
전화가 와서 오래전 홍천의 인근산 산행후 
들머리에 들러 구경한 적이 있는 경수골 백패킹을 가자고 한다.

그것도 1박 일정으로...
숙박산행이야 항상 함께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몇몇 멤버분들이 시간 내기가 어려우므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때마침 일이 되려고 그런지 헤이즐럿님&짱님이 휴가중 지리산 등반을 마치고, 올라오는 중이시고, 일정도 가능하시다고..
결국 경수골로 급선회.
아무튼 그동안 "비박비박"을 그토록 외쳤는데, 이렇게 정말 오래간만에 함께 박산행을 떠난다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 2010.8.7(土)


서울춘천고속도로 가평휴게소에서 쉬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동홍천 부근에서 앞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세찬 폭우로 변한다.
철정 지나 두촌 경수골로 접어들어 차가 더이상 운행할 수 없는 곳에 도착한 순간에도 폭우는 좀처럼 그칠줄 모르고...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지만 이쯤되면 꽤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낙 오랫동안 함께한 분들인데다 모두 나름 베테랑인 분들이라 백패킹 자체엔 별다른 걱정이 없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만은 우려스럽다.
폭우가 한두차례만 더 반복되도 그야말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니...
한참을 기다리고나서 비가 거의 그쳐 출발하려고 하니 다시 또 비가...ㅡㅡ
다행히 오래지않아 비가 그치고, 배낭을 꾸리고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한차례 계류를 건너야한다.
평소 간이 통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곳인데, 다리는 폭우로 불어난 물에 잠긴 채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망설이다 계곡물로 뛰어들어 통나무 다리를 밟아보니 꽤 미끄럽고, 물살이 거세서 몸의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
물에 잠겨 미끄러운 통나무를 잘못 밟았다가는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물살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
통나무 다리 위쪽으로 피해보려 다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허리춤까지 빠지는 수심이다.
몸을 돌려 게걸음 치듯 옆으로 걸으니 발과 다리에 다가오는 물살의 압력이 줄어들어 한결 편하다.
한두차례 위기는 있었지만 다행히 모두 무사히 계류를 건넜다.

이후 군넘이 마을 까지는 계곡 오른편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분지형 지형에 위치한, 언덕위 붉은지붕 폐가와 괘석리 3층 석탑이 있는 농장을 지나 등로를 따라 좀더 오르다 계곡으로
내려서 라면을 끓여먹는데, 시시각각 계곡물이 불어나고, 벌건 흙탕물로 변하는 모습이 눈으로 관찰될 정도이다.
상류지역에 퍼붓던 폭우가 이제막 경수골로 밀려드는 듯..

큰너래소에 도착했을때 경수골은 가까이서 바라보기가 겁날 정도로 엄청난 수량의 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물빛은 이제 완전히 시뻘건 흙탕물이다.
계곡에서 야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힘들더라도 일단 무조건 군넘이 마을까지는 진행하는게 비를 피하기에도, 숙박과 안전을 위해서도 유리할 것이다.
혹시라도 밤에 낮과 같은 폭우가 한차례만 더 쏟아져도 그야말로 지급상황에 빠질 수 있으므로...
"모클럽 회원들 경수골 백패킹 중 계곡에 고립(또는 급류에 실종)" 이런 내용으로 매스컴 타긴 싫으니...ㅎㅎ

큰너래소를 출발해, 차고 맑은 샘터가 있는 계곡을 통과해 걸어오를 즈음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빗속에 계곡 오른편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힘들게 오르다보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군넘이 마을 첫농가가
눈앞에...

농가 입구의 작은 오두막은 이미 한팀이 차지한 뒤다.
행색으로 봐선 오래 머물거나 숙박할 사람들 같지는 않지만, 일단 다른 곳에서 비를 피하면서 탐색해보기로...
농가 앞마당을 관통하고 나니 농가 입구에 8명정도는 충분히 누워 잘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일단 정자로 피신한 후, 후니 대장이 앞장서 일정액을 드릴테니 정자에서
하룻밤 머물게 해달라고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니 인자하고, 소박하신 미소로 그냥 이용하라고 하신다.
이곳은 아직 인심이 살아있는 듯...
(굳이 마다하셨지만 나중에 그래도 도리인것 같아 담배값이라도 하시라고 소액을 억지로 드렸다)

아무튼 어르신 덕분에 비를 피해 하룻밤 편히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장비를 정리하다보니 비가 그쳐 차 한대 없는 미니 주차장에 여유있게 텐트 2동을 설치했다.
잠시후 이어지는 삼겹살 파티.
인심 좋고, 공기 좋고, 인적없는 강원도 홍천의 외딴 오지마을인 군넘이 마을..
우리들 외엔 등산객이 전혀 없어 적막하기만한 군넘이에서 구워먹는 삼겹살과 쐬주 한잔-- 캬~~~~
오고가는 술잔 속에 군넘이의 밤은 좀처럼 깊어가는 줄 모른다.
낮에 폭우가 내려서 그런지 산골마을이라서 그런지 모기 한마리도 없고..
침낭커버만 덮고 자느라 새벽엔 꽤 추웠지만,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하면 아침까지 정말 편안히 잘잤다.




▶ 2010.8.8(日)

시원하고 상쾌한 경수골의 새벽 바람에 잠을 깬다.
간밤에 꽤 마셨음에도 공기가 좋고, 좋은 사람들과 유쾌한 기분으로 마셔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상쾌하기 그지없다.

탁월한 요리실력을 자랑하시는 모도님이 꽁치찌게를 끓이고, 밥을 얹히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나서 어르신들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하룻밤사이에 정이 들어버린 군넘이 마을을 나서
하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오늘은 경수골 입구까지 하산만 하면 되는 일정..
덕분에 발걸음도 마음도 가볍기만 하다.

시원한 샘터를 통과해 큰너래소에 도착하니 어제보단 물이 많이 줄었고, 물빛도 꽤 맑아진 상태다.
큰너래소의 드넓은 암반이 어느 정도 드러나니 맘 같아선 계곡으로 뛰어들어 암반을 따라 미끄러럼타고 싶지만
아직 여전히 물이 많고, 물살도 거세기만 해서 마음만으로 대신한다.
다음에 오면 반드시 뛰어들테다...

너래소를 출발해 산죽군락을 지나고, 괘석리 3층 석탑이 있는 농장을 지나 조금더 내려가다보니 드디어 어제
계류를 건너느라 고생했던 통나무 다리가 나타난다.
그대로 통나무 다리쪽으로 건너면 되겠지만, 백패킹을 마무리하기 전에 씻으면서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을 찾아
계곡을 따라 내려서보기로 한다.

시원한 계류에 몸을 담그며 내려오는 맛이 시원하긴 하지만, 미끄러운 돌과 깊은 소, 거센 물살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덕분에 한 두 차례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계류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다 모두 무사히 계곡을 건너고,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공간을 찾아 한참을 쉰 뒤
차량을 타고 경춘고속도로를 따라 귀경했다.
휴가철임에도 홍천에서 비교적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큰 교통체증 없이 구리로 입성..


백패킹이라면 수시로 계류를 건야 제맛일텐데,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난 탓에 그러지 못한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대신 호젓한 느낌은 참 좋았다.
간만에 함께한 박산행은 더없이 좋았고...
다음에 다시 또 오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멋진 경수골.





▶ & ..

백패킹을 실제로 해본것도 처음이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오래전부터 왕피천, 아침가리골엔 관심이 많았었다.
왕피천은 예전에 여름휴가때 다녀오려고 계획을 세우다 불가피한 이유로 취소한 적이 있는 곳이고...

아침가리골은 근래 몇년 사이에 세간에 많이 알려진 곳이긴 하지만, 워낙 오지에 위치한 곳인데다, 계곡 상류에 마을이
전혀 없어 아직까진 물이 정말 맑고 경치도 좋을 것 같다.
왕피천은 요샌 정보를 찾아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원래 인제 아침가리골이나 홍천 용소골과는
비교도 되지도 않을 만큼 큰 규모의 하천인데다, 상류에 여러 마을이 산재해있어 그런지 예전에 비해 물이 꽤 오염
되었다는 소식을 언뜻 들은 것 같다.
하긴 아무리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있어도 경치 좋다는 소문만 나면 금방 사람들이 몰리고, 길이 뚫리고, 개발의 광풍을
피해가기 힘드니 물맑고, 경치 좋기로 꽤나 알려졌던 왕피천의 수질이 그대로 보존될리가...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더 오염되고 망가지기전에 망설이지말고 한시라도 빨리 다녀올 일이다.
물길을 따라 걷는 행위인 만큼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계곡물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될 수 밖에 없는 백패킹이라면 더더욱...
더구나 백패킹은 주로 대규모의 계곡을 대상으로 이루어질텐데, 국토 구석구석이 개발열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한땅엔
이제 더이상 제대로된 새로운 백패킹 코스란 남아있지도 않을 터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같이 오지형 산행을 즐기는 산꾼이 먼저 찾아야할 곳은 어쩌면 설악같은 곳이 아니고, 이런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가리골도 이미 꽤 많은 백패커들이 찾고 있으니, 앞으로 수년후엔 더이상 찾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바뀔지도 모르고...

개인적으로 남한땅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규모 오지지역이자 계곡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을수골의 상황은 어떨까?
(물론 이곳은 계곡 중단까지 길이 뚫려 있긴 하지만..)

혹시 이런저런 이유로 통제구역인건 아니겠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워낙 골이 깊고, 길고, 크고, 상세한 정보가 없어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을수골..
이곳만은 설사 출입을 못하게 되더라도 인적없는 오지 계곡으로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지만 앞으로 수년후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가 완공된다는 걸 감안한다면 장담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을수골은 아침가리골이나 이번에 다녀온 용소골 보다는 숲이 짙고 품이 좁은 계곡형 지형인 것 같은 선입견이
드는데, 을
수골도 정보를 확인해보고, 더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

일단 왕피천은 좀더 지켜보고, 아침가리골을 머지않아 우선 다녀와야할 듯..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계곡에서 야영하면서 1박 2일의 일정으로 연가리골과 연계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 홍천 경수골

경수골(일반적으로는 용소골로 알려져있지만, 산행이나 백패킹하시는 분들 사이에선 경수골로 더 알려져있음)은 홍천군
두촌면의 삼족산(930m)과 내촌면의 백우산(894.7m) 사이를 흐르는 도상 약 8km 정도의 협곡이다.

홍천이나 동홍천IC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백패킹 들머리가 44번 국도 설악로에서 불과 4km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경치가 수려한 곳임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보존될 수 있었던건 구비구비 협곡을 이루는 지형탓에 계곡을
통과하는 도로가 뚫리지 못한 때문인 듯하다.
이런 이유로 위치상 오지라고 하기 힘든 곳인데도 경수골이나 군넘이 마을에 들어서면 깊은 오지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입로도 현재 상류쪽 괘석리~군넘이 마을 구간은 임도수준의 비포장 1차선 도로이고, 하류쪽도 일부구간은 교행이 힘든 
1차선 도로이다.
아직까지는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이 거의 전무할 정도로 매력적인(?) 곳..

대부분은 내촌 방향의 가족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우산-군넘이 마을로 내려와 백패킹하는, 산행+백패킹이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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