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의 산] 능암덕산~신병산

저산너머. 2011. 3. 22. 20:45




 
 영월 문산리 ~ 815m봉 ~ 능암덕산 정상(804.1m봉) ~ 떼재 ~ 조망 바위 ~ 팔운재 ~ 신병산 능선 분기점 ~
 신병산 ~ 소사 마을 고개 ~ 소사 마을 ~ 연포 (1박) ~

 칠족령 ~ 제장 마을 ~ 나리재 전망대


난 겨울, 홀로 떠났던 동강 트레킹..
트레킹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트레킹을 다녀온 이후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에 참으로 오랜 기간을 시달려야했다.
이런 긴 여운은 히말라야를 제외하곤 동강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설악?
설악은 당연히 논외이고...^^


한땅의 마지막 대규모 하천형 비경.
강변이면서도 깊은 산중에 있는 듯한 느낌이고, 깊은 산중이면서도 손에 잡힐 듯 푸른 강이 기막힌 절경을 배경으로 한 채
발아래 유유히 굽이쳐 흐르고...
이땅에 이런 산하가 아직 남아있고, 이 곳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
이건 분명 커다란 축복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동강은 오랫동안 내게 제2의 설악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굽이굽이 강줄기를 따라 걸으며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또 산행후 지도를 바라보면서 동강 조망이 멋질 것 같은 몇몇 포인트가
자꾸만 눈에 밟혀 도저히 가만 두고 볼 수가 없다.

그 중 한 곳이 능암덕산 주변이고, 또 다른 곳이 신병산 주변.
실제 가봐야 알겠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처를 만난다면, 능암덕산 주변에선 이중삼중으로 굽이치는
동강을 바라볼 수 있을테고, 신병산 주변에선 발아래 연포의 물돌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산은 직선거리로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능선이 남쪽으로 한차례 크게 V자로 꺽이기 때문에 두 산을 연결 산행하려면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가 된다.
양쪽을 따로 산행하는 편이 오히려 편하겠지만, 능암덕산에서 고고산으로 길게 이어지는 긴 능선을 꼭 한번은 걸어보고 싶은 생각도
간절해 약간 무리가 따르게 되더라도 두산을 연결하는 산행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이번 산행 목표 루트는 문산리~능암덕산~능선 중간 계곡 횡단~신병산~소사 마을~연포 마을~절매 나루~능암덕산.
영월 문산리에서 출발, 능암덕산 정상을 거쳐 능선을 따라 남하하다 능선 중간쯤에서 계곡을 횡단해 다시 신병산으로 올라붙고,
소사 마을 고개로 하산해 연포 마을로 진입한 뒤 절매 나루 직전에 강을 도하한 후 다시 능암덕산으로 되돌아오는 좀 이상한(?)
원점회귀코스이다.
능선 산행 + 예상 포인트간 연결을 목표로 하는 루트.
(애초 계획은 분명 이랬었다. 그런데 결과는?ㅎㅎㅎ)

동강 주변의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바위 절벽이 곳곳에 산재한, 상당히 험한 산세에 능암덕산 남릉은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모진 고생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 계곡을 트래버스 하는 구간에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ㅎㅎ

길은 멀고, 험하겠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한번 도전해 보는거다..^^



영월역 앞에서 문산리행 새벽 첫차를 탄 후 종점인 문산리에 하차해 산행을 시작했다.
사진은 문산교에서 바라본 장성산.
전봇대 좌측의 작은 암봉이 문산리 주변 동강 조망이 환상적인 쌍쥐바위 전망대이다.


동강 트레킹 때 걷게 되는 조망 좋은 바위 절벽. 산허리에 콘크리트 도로가 뚫려있다.



원래는 능암덕산 정상으로 오를 때는 댕댕이굴 약수터 코스로 오르려고 했는데, 동강 풍경에 눈을 뺏겨 그만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댕댕이굴 약수터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옆 계곡을 따라 오르다 길이 점점 희미해져 계곡과 왼편 능선이 좁아지는 부근에서 그대로 능선으로 치고 올랐다.
이 능선도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는 곳인데, 의외로 등산로가 희미하고, 잡목으로 뒤덮힌 거친 능선길이었다.


능암덕산 정상 헬기장에서 바라본 동강 연포 쪽 조망.

벡운산(882.5m). 백운산 오른편은 계봉(1,028m)인 듯하다.

영월 별마로 천문대 줌인.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야외 공개방송이 열렸던 곳.

능암덕산 정상의 헬기장.

능암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조망.
왼편 중단으로 칠족령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제장 마을과 동강이 조망된다.
칠족령과 제장 마을 사이의 갈짓자 산길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동강 자연휴양림.
오른편 상단 멀리 보이는, 완만한 라인의 산은 정선 두위봉(1,466m)이다.


능암덕산 남쪽 조망.
우측 가장 높은 봉우리가 능암덕산~고고산(854m)~완택산(916m)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935m봉이고, 그 왼편의 고만고만한 산군이 고고산.


이런 숲길이 신병산까지 지겹게 이어진다.

연포 마을.
떼재를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 가정 마을 쪽으로 흘러내리는, 조망이 좋을 것 같은 능선이 눈에 띄어 잠시 내려가봤다.
지릉을 따라 꽤 내려가야되고, 정면은 낭떠러지인 비좁은 바위지만, 바위 끄트머리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정말 일품이었다.


가정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백운산과 칠족령, 가정 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푸른 동강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때보다는 강물의 수량이 많이 불어난 것 같다.
아마도 해빙기라서 백두대간 주변부의 고산지대의 눈녹은 물이 흘러드는 듯....





다시 주능선으로 복귀해 능선을 따라 걷는다. 능선 숲사이로 능암덕산이 정상이 보인다. 능선 위 어디에서나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이 신통치 않다.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능선을 따르다보면 능선 왼편 소나무 가지 사이로 작은 바위와 낭떠러지가 보이는데, 능선상에서 유일하게 조망이 열리는 곳이지만,
아쉽게도 연포쪽 일부가 능선에 가려버린 상태다.


기온이 급강하한 날인데다, 능선엔 강풍이 쉴새 없이 몰아치고 있어 체감온도가 극히 낮은 날씨.
이맘때쯤 갓 피기 시작하는 야생화를 볼 수 있을까 꽤 기대를 했는데, 추워서 그런지 단 한개체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잔설을 뚫고 가장 먼저 올라오는 복수초조차도...

신병산 능선 분기점까지 능선을 걸어도 걸어도 등산로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지않아도 거친 길은 낙엽과 잔설로 인해 미끄럽기만 하고...
칼바람에 코에서는 연신 콧물이 흘러내려 인중이 다 부르틀 지경이고...
텐트까지 들어있어 무거운 배낭은 연신 어깨를 짓눌러대고...
뾰족한 산초가시는 자꾸만 몸을 찔러대고...
부러진 철쭉 가지는 자꾸만 뒤에서 잡아채고...
뒤엉킨 잡목들은 자꾸만 발길을 막아서고...
워낙 건조한 날씨라서 옷이고 배낭이고, 등산화고 온통 먼지투성이고...
이건 삼사오중고가 따로 없다..ㅡㅡ




   
 거북이 마을 줌인.  백룡 동굴 계단길과 절매 마을.


연포의 물돌이를 넓게 한 화면에 담아본다.

조망 바위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왼편으로 이런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로 올라서면 잡목에 전혀 걸리지 않는 조망이
펼쳐지긴 하지만 윗쪽의 조망바위보다 연포 마을이 더 많이 가려진 상태다.


어라연 조망.
능선위에선 울창한 숲에 가려 어라연 조망이 좋지 않다.
능선에서 작은 지릉으로 약간 내려간 이곳에서 바위턱에서 조망을 감상한 후 좀더 좋은 조망처를 찾아 다른 능선으로 한참을 내려갔지만
결국 시간만 지체되었을 뿐 찾지 못했다.
영월 홍보 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어라연 정면 사진은 과연 어디서 찍은 걸까.


좌측 앞쪽 소나무 가지에 살짝 가린 밋밋한 봉우리가 잣봉이고, 중앙 상단부 급격히 솟아오른 봉우리가 장성산(백둔봉)이다. 장성산 아래가 큰마차 마을.

능암덕산 능선에 이런 괴목과 겨우살이가 유난히 많다. 나무가 병에 걸린건지...



애초엔 팔운재 직후의 715m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조망을 감상한 뒤 다시 주릉으로 올라와 잠시 진행하다 다음 능선에서 계곡으로
완전히 내려가 계곡을 횡단해 신병산으로 오를 계획이었지만, 능선 초반에 조망처를 찾아 능선 몇군데를 내려가다보니 예정보다 진행이
너무 지체된 시각이었고, 막상 북사면 계곡으로 내려가려니 사면에 눈이 허옇게 쌓여 있어 발목 짧은 릿지화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계곡 사면도 예상외로 가파르게 보였고...
결국 한참을 돌아가야 하지만, 계획을 수정해 신병산까지 그대로 능선길을 따르게 되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소요 시간은 엇비슷할 것 같은데,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얼마나 험할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계곡 트래버스 구간보다는 희미하지만 그래도 길이 있을 우회로가 아무래도 나을것 같다.

팔운재 이후로 길이 순탄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경사도 더 가파르고, 서너차례 소규모 바위구간이 나타나는데, 바위끝에 서면
그대로 내려서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우회하기도 편하지 않은 곳들이었다.
위험한 릿지를 해야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주능선에서 신병산으로 분기되는 지점을 내려섰을 뿐이고, 갈길은 아직 멀기만 한데, 현재 시각 18:20.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
신병산 능선 분기점 초반은 북사면의 가파른 내리막 길인데다 눈이 허옇게 덮혀있고, 바닥은 얼음 투성이라 너무 미끄러워 무척이나
고생해야 했다.



신병산 능선길은 능선 분기점 직후를 제외하곤 그다지 험하지 않은 편이고, 등산로는 희미하지만 능선 날등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길찾기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지만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능선이 평퍼짐해지는 막판에 족적이 점점 희미해져 길을 포기하고
그대로 완만한 사면을 따라 내려왔다.
헤드 랜턴을 비추며 숲사면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묘지 한두기와 임도가 나타나고, 소사 마을 뒷편의 이동통신 중계탑이 있는,
원덕천에서 소사 마을로 넘어오는 고개에 도착했다.
다행히 애초 계획했던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착.
이미 8시가 다 된 시각.
이제 완전한 밤이다.
하늘엔 반달이 교교히 떠있고, 달빛이 숲속까지 부드럽게 스며들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소사 마을까지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내려온 뒤 연포교에 도착했다.
연포교를 건너기 직전 강변 사면을 따라 하류쪽으로 약간 내려가면 샘터 하나가 있다.
샘터에서 물을 보충할 예정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샘에 물고기가 살고 있고, 이게 과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지 아니면 석회암 지대
특유의 동굴이나 틈새를 통해 강물이 솟아나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 샘터 주변 가는 물줄기가 솟는 곳에서 식수를 보충했다.

연포교를 건너 강변도로를 따라 한참을 더 진행하고 나서야 오늘의 최종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 문산리 문산교에서 연포 안쪽까지 도상으로만 총 20여km는 걸은 듯하다.
중간에 몇군데 지릉을 오르내리고, 등고선까지 고려하면 약 25km 가까이 걸었을 듯...

강변 모래톱에 배낭을 내려 놓고나니, 연어 눈깔을 하도 많이 빼먹어 덩치가 산만해진 불곰 두마리가 양 어깨에 매달려 있고, 온몸은
박제 동물처럼 완전히 뻣뻣하게 굳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이런 상태로는 오늘 못다한 신병산 주변의 산행을 내일 다시 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몸은 녹초가 되었고,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도 약간 수정해야했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산행을 무사히 마쳤고, 정말 오래간만에
그야말로 산행 한번 제대로 했다는 뿌듯한 느낌에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하기만 했다.
아니, 이런 멋진 강변 모래톱에서 하룻밤을 머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좋은지.....^^



 

 

<연두색 점선이 애초 계획했던 루트, 보라색 점선이 실제 산행 루트>

 

        동강 트레킹 이후 지도를 좀 만들어보려고 했더니 아차~ 컴퓨터에 포토샵이 깔려있지 않다.
        아마 오래전 누군가에게 CD를 빌려주었는데 분실했고, 기존에 깔려있던 포토샵은 윈도우 포맷하면서 날려버렸던 것 같다.
        후보정이 귀찮아 아예 손을 대지 않다보니 몇년동안 컴퓨터에 포토샵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냈다.
        하긴 뽀샵 버전이 너무 낮아 어차피 새로 구해야 했었다.
        뭐.. 좀 불편하고, 조잡하긴 하지만 그림판으로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