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 트레킹4] 문희~마하리~문산리 ②

저산너머. 2010. 12. 29. 13:17




♣ 트레킹 셋째날
 
 점재 마을 ~ 백운산 ~ 칠족령 ~ 제장 마을(1박) ~
 소사 마을 ~ 연포 마을 ~ 칠족령 ~ 문희 마을(2박) ~
 마하리 마하교 입구 ~ 문산리 ~ 쌍쥐바위 전망대(3박) ~ 
 장성산 ~ 잣봉 ~ 어라연 ~ 거운리



하리 창리천 합수점을 우회해 다시 동강으로 내려왔다.
서쪽으로 흐르던 동강은 이 부근에서 남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이제부터는 길이 없다.
희미하게 길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중간중간 끊기고, 사람의 발길이 닿은지 꽤 오래 되었는지 동물들의
발자국만 어지럽게 널려있을 뿐 사람 발자국은 전혀 남아있지 않아 길이 없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잔설이 군데군데 쌓여있고, 버들강아지류의 잡목과 키 큰 잡초가 무성하고, 강바닥의 바위와 돌들은 날이 날카롭게
살아있는데다 만수위때 덮힌 진흙이 뒤엉겨있어 걷기 편한 곳은 아니다.
길 없는 강변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는게 차라리 맘 편할 듯...
강 기슭 높은 지대의 나무에까지 비닐조각이 지저분하게 걸려있어 폭우때 불어난 물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케 해준다. 

강변에 널린 초식동물의 발자국은 고라니류나 토끼의 것일텐데, 육식동물의 발자국의 주인은 누굴까?
고양이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좀 크고, 그렇다고 개가 이곳까지 오진 않았을텐데... 혹시 삵?

강 건너편으로는 진탄 마을의 드문 드문 떨어진 농가와 폐가가 강을 따라 이어진다.
 
적막강산을 유유자적 홀로 걷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창리천 합수점을 우회해 강변으로 내려선 후 되돌아본 상류쪽 풍경. 콘크리트 도로와 두룬 산방이 희미하게 보인다.



   하류쪽 풍경. 이곳부터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사진 중앙부에 고라니 한마리가 보인다.

강변을 따라 500~600m쯤 내려오면 커다란 암회색 바위벽이 강을 막고 있는 곳이 나타난다.
수면이 얼어있어 확인할 순 없었지만 바위 아래로는 수심이 꽤 깊어 보이고, 바위벽 끝에 돌출된 바위가
있어 그대로 건너기는 어려워 보이는 곳.

이 지점에 도착하자마자, 문득 "후다닥~" 소리가 나더니 고라니 한마리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도망치고 있다.
이 넘이 너무 놀라 정신이 없는지 갑자기 가파른 벼랑같은 바위를 기어오르려 발버둥치다 미끄러져 3~4미터쯤
추락했다.
다시 일어서더니 이번엔 바위사이의 사선길로  오르다 가파른 능선쪽으로 올라붙으려 애쓴다.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완전히 도망간 줄 알았는데, 잠시후 "쿵~쿵~쿵" 무언가
둔중하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3~4단으로 추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돌리니 이 넘이 바위에 순차적으로 부딪히며 떨어지다 마지막에 10여m의 절벽을 그대로 자유낙하하는
모습이 보인다.

----------------------  한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다.

추락 높이로 보아 그대로 절명했거나 최소한 중상 정도 예상..
어떨결에 고라니 한마리 공짜로 업어가는가보다 했는데, 이 넘이 정신을 회복했는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번엔 가파른 능선쪽으로 붙지않고 길을 제대로 찾아 도망가 버렸다.
난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혼자 갖은 쇼를 다하던 안쓰런 녀석...ㅎㅎ
저 녀석 때문에 나까지 덩달아 놀라서 바위벽 사진 찍는걸 깜빡했다.

이곳은 강물을 막고 있는 절벽 위 바위틈 사이의 사선길로 올라 우회해야한다.
절벽 바위 상단에 오르고난 이후로도 한동안 길이 이어지긴 하는데, 진행할수록 점점 희미해지고, 어느 지점에서
내려서야할지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내려서기 편해 보이는 지점에서 강변으로 내려오면 된다.
 

진탄 마을의 마지막 농가. 아마 폐가인 듯.. 동강 강변 마을엔 폐가가 정말 많다.

난코스를 우회해 내려온 뒤 아예 강변의 자갈밭을 따라 걸으려고 강으로 내려서자마자 오른쪽으로 경운기길
정도 넓이의 흙길이 보인다.
강건너 진탄 마을쪽으로도 이런 도로의 흔적이 이어지는 걸로보아 이 곳에서 차량으로 진탄 마을로 건널 수
있는 것 같다.


왼쪽엔 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오른쪽엔 버려진 밭..
걷기 편한 이런 흙길이 1km 이상 계속된다.
멀리 문산교가 보이기 시작하고, 오른편엔 바위절벽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있다.
저 곳은 또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혹시 저 절벽을 크게 우회해 올라야 하는 힘든 곳은 아닐까?


갈대 줄기 사이로 보이는 문산교.

잘게 부서지는 눈부신 윤슬을 뒤로하며 문산리에서 조각배 한척이 건너오고 있다.
마을 주민인 듯한 2명이 개구리를 잡으려는 것인지 계곡으로 들어가더니, 계곡이 꽁꽁 얼어붙은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되돌아 나온다.
바위 절벽쪽에 길이 어떤지.. 절벽위로 통과해야하는지 아래로 길이 있는지 물으니 그냥 길이 있단다. ㅡㅡ;;





강 바닥부터 바위 절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어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는 곳.

절벽 우회로.
경운기길을 따라 오르다 계곡 바닥으로 난 이런 돌더미길을 건넌 후, 약 30여m쯤의 거리에서 왼편으로 문산교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도로가 갈라진다.
도로는 절벽 중단에 나있어 조망이 매우 좋다.


 문산교로 곧장 이어지는 눈 덮힌 콘크리트 도로.  







문산교 입구의 조형물. 문산리는 문산리-어라연-거운리 간 래프팅 출발지로 유명한 곳이다. 가게에 들를 겸 문산교를 건넜는데, 제대로된 가게가 보이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대부분 문이 닫혀있고, 열려있어도 사람이 없다. 래프팅 성수기에만 활성화되는건지...


문산교를 건너며... 왼편의 도로가 절벽 틈 사이로 난 우회로.

문산교에서 바라본 장성산과 쌍쥐바위 전망대 방면.
장성산 정상은 사진 중앙 상단부의 전위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전위봉 바로 오른편 아래 뾰족하게 솟은 작은 암봉이 쌍쥐바위 전망대.
쌍쥐바위라는 이름은 문산리에서 바라볼 때 쌍쥐바위 전망대 바로 아래에 쥐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형상의 바위와 문산나루 쪽으로 머리를 향한 채 동강의 물을 마시는 또 다른 쥐 한마리의 형상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후 늦은 시각의 역광 상황이라서 실제 쌍쥐의 형상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장성산으로 트레킹을 계속하려면 문산교에서 약 300미터 가량 내려온 뒤 이런 철계단과 돌다리를 건너야한다.

산허리를 완만하게 트래버스해 오르다 강변의 칼날같은 능선으로 붙는 지점에서 바라본 문산교.
능선은 날카롭고 눈때문에 무척이나 미끄러웠지만, 위험한 곳엔 영월군에서 이런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은 덕분에 무난하게 오를 수 있었다.


쌍쥐바위 전망대에 도착해 바라본 문산리 풍경. 고밀도로 압축해 놓은 듯한 조망이 시원한 곳.

전망대 안내판에 있는 고사목.
전망대에서 문산교 방향으로 5~6m쯤 아래쪽에 있는데, 이 곳 조망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저 고사목을 누군가 밑둥 일부만 남기고 싹뚝 베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ㅡㅡ;;

쌍쥐바위 전망대엔 2인용 텐트 2동을 세로로 설치할 수 있을만한 넓이의 목조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지난 이틀 동안 흙바닥과 눈위에 텐트를 설치했었는데, 목조 데크라 너무 편하고 좋다.

추위가 많이 누그러졌는지 이날밤엔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