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 트레킹3] 문희~마하리~문산리 ①

저산너머. 2010. 12. 28. 00:30

강변에 해가 들면서 햇빛이 강 수면위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아침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 트레킹 셋째날
 
 점재 마을 ~ 백운산 ~ 칠족령 ~ 제장 마을(1박) ~
 소사 마을 ~ 연포 마을 ~ 칠족령 ~ 문희 마을(2박) ~
 마하리 마하교 입구 ~ 문산리 ~ 쌍쥐바위 전망대(3박) ~ 
 장성산 ~ 잣봉 ~ 어라연 ~ 거운리



늘은 문희 마을을 출발해 마하리 마하교 입구~문산리~쌍쥐바위 전망대까지 진행하는 루트이다.
이틀동안 동강 주변산 특유의 오르내림이 심하고, 험한 산릉 위주의 코스였다면 오늘은 한적한 강변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그야말로 여유로운 강변 트레킹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엔 정말 추웠다.
눈밭 위에 텐트를 친데다, 간밤엔 바람이 꽤 심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에어 매트리나 좀더 두툼한 동계용
매트리스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춘추계용 빨래판형 매트리스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는지 새벽에 수시로 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반복하면서 잠을 좀 설쳐야 했다.
그렇다고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고...

간밤의 실수 한가지.
영하 십여도의 낮은 기온이라서 수통을 침낭 안에 넣고 잤어야 했는데, 배낭에 그대로 넣어 둔 채 자고
났더니 꽁꽁 얼어버렸다.
덕분에 기껏 얻어 놓은 정수기의 깨끗한 식수는 단 한 모금도 마실 수가 없었다.


문희마을 강변의 야영지.

텐트안에서 절매나루터가 바로 보인다. 간밤의 야영지는 절매나루터로 내려가는 길목이었던 셈.

부지런한 사공(?)이 벌써 강을 건너오고 있다.
노를 젓는 게 아니고, 강 양편에 설치되어 있는 철선을 끌면서 강을 건너서그런지 꽤나 빠르다.


강변에 아침 햇살이 들면서 추위가 서서히 가시는 느낌이다.






백룡 동굴 탐방 안내소 입구의 등산 안내도.

오늘은 10시 거의 다 된 느즈막한 시각에 출발했다.






강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오늘은 루트가 평이하니 마음이 여유롭기 그지 없고, 구비구비 물따라 강따라 트레킹의 정취가 제대로 느껴지는 기분.


왼편 상단에 보이는 하얀 지붕의 건물이 백룡 동굴 탐방 안내소이다.

문희 마을 뒤로 칠족령에서 백운산 정상부로 이어지는 산릉이 무척 험악해 보인다.






눈쌓인 강변길을 따라 나그네되어 홀로 걷는다.

능선 한자락이 길게 늘어져 흘러내리면, 강은 그 능선을 휘감아 돌고, 길도 그 강을 따라 굽이친다.
한굽이 한굽이를 돌때마다 또 어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지 궁금하기만하다. 

둑 아래로 내려서 아예 강변의 자갈밭을 따라 걸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마하리 이후부터는
어차피 길없는 강변길을 걸어야하므로 그냥 편하게 도로를 따라 걸었다.
교행 가능한 넓은 도로이긴 하지만, 아주 아주 가끔 차량이 지나갈 뿐 지극히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이
너무 좋았던 곳.
이 곳 주변은 산세에서도 험악한 백운산 주변과는 완연히 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다.


푸른 동강은 굽이쳐 흐르고, 길은 동강과 나란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진다.

사진 중앙부 강줄기 끝부분의 수면이 하얗게 빛나는 부근이 황새여울인 듯하다.
황새 여울은 영월 어라연의 된꼬까리 여울과 더불어 옛 뗏꾼들의 공포의 대상일 정도로 무수한 뗏꾼들의
목숨을 앗아간 거친 물살로 악명 놓은 여울.





안돌바위와 뗏꾼 부부 위령비에서 상류쪽으로 바라본 풍경.

상류쪽에서 강변길을 따라 내려오다 이 바위 뒷편 상단부에 "동전 던지는 곳"이라는 비석이 서 있어서 대부분 차타고 횡하니
지나갈 곳에 왠 뚱딴지 같은 동전 던지기인가 했는데, 이런 위령비의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안돌바위 오른편 멀리 산중턱으로 눈덮힌 난 하얀 길이 있는 곳이 두룬 산방이다.
저곳 도로변에 샘터가 있는데, 물이 미지근해서 꽁꽁 얼어버린 수통의 물을 녹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황새 여울 부근을 지날 때도 그랬지만, 이 안돌바위의 애닲은 사연을 읽고 나니 아름답게만 보이던 동강의 푸른 물결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동강은 눈을 즐겁게 하는 절대 비경의 이면에 뗏꾼들의 숱한 애환을 숨기고 있는 거칠고, 슬픈 강이기도 한 것이다.


마하리 마하교 입구의 길모퉁이를 돌며 다시 한번 되돌아본 상류쪽 풍경.
중앙부 강 건너편 둔덕으로 하얀 길이 보이는 곳이 진탄 나루터이다.
이곳의 철선은 끊겨진 상태였다.


마하리 마하본동 입구에 도착했다.
문희 마을에서 지끔껏 이어지던 콘크리트 길은 이곳에서 미탄쪽으로 넘어가면서 끝나고, 이제부터 길이 거의
없다시피한 강변을 따르는 진짜 트레킹 루트이다.

이곳에서 트레킹 최대 위기 상황 발생.
왼편 계곡이 평창/정선 경계의 청옥산에서 발원하는 창리천인데, 문산리로 트레킹을 계속하려면 저 계곡을
건너가야한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갈수기에도 수량이 풍부한 너른 냇가 수준인데다, 섶다리나 최소한 돌다리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런 시설물도 없었다.
계곡 상류쪽으로 천천히 올라가봐도 물을 건널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계곡 중간엔 깊은 소와 더불어 가파른 벼랑,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는 곳이 있어 요행히 그 윗편의 
계류를 건넌다고 해도 더이상 길을 이을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이 엄동설한에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건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기에서 이대로 트레킹을 끝내야만 하는걸까?

잠시 고민하다 계곡 우회로를 찾거나 정 안되면 산하나를 넘을 생각으로 무작정 계곡 상류쪽으로 이동해
민물고기 생태관 앞의 현수교를 건넜다.


민물고기 생태관 앞의 현수교.
저 현수교를 건너 좌측으로 20여m쯤 도로를 따른 뒤, 작은 지계곡에 놓인 통나무 다리를 건너 밭둑길을 따라 올랐다.


민물고기 생태관 입구의 말 바위.
안내판에 따르면 저 바위가 말머리이고, 능선이 말을 모는 목동의 형상이라고 한다.


다행히 이 산에도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었고, 동강 쪽으로 내려갈만한 산길도 있었다.
저 지점에서 동강으로 다시 내려가려면 이정표 왼쪽의 희미한 산길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