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 트레킹2] 제장~연포~칠족령~문희

저산너머. 2010. 12. 27. 18:48





♣ 트레킹 둘째날
 

 점재 마을 ~ 백운산 ~ 칠족령 ~ 제장 마을(1박) ~
 소사 마을 ~ 연포 마을 ~ 칠족령 ~ 문희 마을(2박) ~
 마하리 마하교 입구 ~ 문산리 ~ 쌍쥐바위 전망대(3박) ~
 장성산 ~ 잣봉 ~ 어라연 ~ 거운리




포 마을.
이미 외부세계로 연결되는 다리가 놓였고, 발빠른 산꾼들이 꽤 다녀가긴 했지만 연포마을은 동강 트레킹
루트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여전히 오지로 통하는 곳이다.


물돌이의 특유한 지형은 강줄기가 굽어지는 지점에서 하천의 바깥쪽과 안쪽의 유속 차이에서 생긴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유속이 빠른 바깥쪽엔 침식 작용이 일어나고, 흐름이 느린 안쪽엔 퇴적 작용이 반복 누적되면서 
자라목 형상의 독특한 지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국토의 2/3가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엔 물돌이가 꽤 많다.
세간에 잘 알려진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등은 물론이고, 이곳 영월/정선 이외에 언뜻 기억나는 곳만 
꼽아도 내린천의 살둔산장 부근, 금강 상류의 옥천, 무주, 진안 유역 등에 산재해 있다.
단양과 평창 읍내도 너른 퇴적지형이 형성된, 물돌이 기슭에 자리잡은 소도시라 할 수 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강이 물돌이 몇개씩은 품고 있는 셈..


남한땅의 강이라 불리는 여러 물줄기 중에서 물돌이로 치면 단연 군계일학과 같은 곳이 바로 동강인데,
그 중에서도 6개가 한군데 밀집해있는 점재~소동~제장~소사~연포~문희로 이어지는 이 곳이 핵심부.
이 물돌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길며, 뚜렷한 형상을 하고 있는 곳이 오늘 걸어야할 트레킹 루트에 
위치한 칠족령~연포로 이어지는 물돌이이다.
다른 곳이 자라목 정도라면 이곳은 코끼리 거북이나 학의 목쯤 된다고나 할까.



장 마을의 동강변에서 맞는 아침.
이른 아침에 침낭속에서 눈을 빼꼼 뜨니 텐트 위에 무언가 수북히 쌓여 있는게 보인다.
텐트 천장에 성에가 두텁게 낀 줄 알았는데, 가만히 귀기울여보니 "사악사악~" 텐트에 무언가 내려앉고 있다.
화~~~~~
눈,, 눈이다~~~!!!
잠이 확 달아나고, 한껏 들뜨는 듯한 느낌..

바람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간밤엔 예상만큼 춥진 않았다.
새벽에 등쪽으로 올라오는 한기로 인해 수시로 잠을 깨긴 했지만...

간단한 행동식으로 아침을 대체한 후 텐트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장비를 챙긴후 제장교를 건넌다.
눈 내리는 강변 마을의 그림같은 풍경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되고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백운산이 가까이 보이는 동강변 제장 마을의 야영지.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동강위로 하얀 눈이 쌓여가고 있다.

칠족령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

제장 마을.




제장 마을은 김래원, 정려원 주연의 드라마 "넌 어느별에서 왔니" 촬영지라고 한다.
이 드라마 초반 몇회 정도 본 기억이 난다.
강원도 오지 마을이 배경이었던 것 같은데... 


제장교를 따라 걸어 내려오다 바라본 하류쪽 풍경.

이 부근에서 연포로 진행하려면 제장교에서 200여m쯤 내려와 강변을 따르던 도로는 왼쪽으로 꺾이고, 강줄기는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지점 사이로 뻗은 지릉으로 올라붙어야한다.
강둑을 내려서 계곡을 건너듯해 사진 왼편 상단의 하얗게 눈이 쌓인 가파른 지능선상의 하얀 길로 오르면 된다.


제장 마을을 휘감아 도는 물돌이.

능선길로 올라붙다가 되돌아본 상류 풍경.
백운산 정상부가 구름에 휩싸여 있다.
 
능선 초반의 꽤 가파른 길을 오르고나면 길이 다소 완만해지면서 임도가 50여m 가량 이어진다.
임도는 콘크리트 도로와 만나면서 끝나는데, 이 도로가 바로 소사 마을을 거쳐 연포 마을로 내려서는 길.


짧은 임도가 소사-연포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만나는 지점.


능선에서 바라본 동강과 제장 마을.
도로를 따라 내려가려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눈덮힌 제장 마을 풍경이 궁금해서 잠시 능선길을 따라가 봤다.
작고 펑퍼짐한 봉우리 정상을 넘어서자마자 능선길 왼편으로 이동통신 중계탑과 관련 시설물이 보인다.  
능선길은 희미하게 이어지는데,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편..
능선을 따라 한참 더 진행해봐도 조망이 시원찮고, 이후로도 별다른 조망이 없을 것 같아 능선의 가장
낮고 도로와 인접한 부분으로 되돌아와 도로로 내려갔다.


소사 마을의 덕천리 교회.
본당은 길 건너편에 있고, 이 폐가를 부속건물로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동강 주변의 마을에선 이런 황토벽 창고 건물이 가끔 발견되는데, 담배 건조장이라고 한다.
지금도 사용되는지 모르겠지만 타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동강변 마을의 상징처럼 느껴지고, 정감이 가는 건물이다.
오래도록 사라지지 말고 마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눈 내리는 소사 마을 풍경.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고... 소사 마을을 지나 연포 마을로 향하는 중..
연포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 모퉁이를 돌아서면 왠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포 마을 입구의 동강 안내판.



"선생 김봉두" 촬영지. 연포 마을의 강변 풍경.


옛 예미 초교 연포 분교.

 

 

 

예미초교 연포분교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선생 김봉두"(2003)의
주무대로 등장한 곳이다.

촌지에 눈먼 비리교사이자 불량교사이던 김봉두가 촌지비리가
들통나면서 강원도 오지의 분교로 쫓겨갔다가 그곳의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 순박한 주민들에게 동화되어 예전의 따뜻했던
인간미를 회복하고, 진짜 선생님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토리는 좀 진부하긴 하지만 착한 영화.

영화에서 강원도 오지의 분교로 등장하는 곳이 이 연포 분교인데,
연포 주변의 기막힌 절경들을 영화 중간중간에 엿볼 수 있다.
연포에 가기 전에 영화를 보고 갔다면 분교와 마을을 좀더 자세히
둘러보고 좋았을텐데, 사실 다녀온 후에 인터넷으로 봤다.ㅎㅎ

현재는 폐교 상태로 정선 동강 생태 체험학교로 이용되고 있다.
 
윗 사진 중앙부의 안내판이 폐교 안내판.

 

 

연포 분교 이웃의 황토 담배 건조장.
눈발이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하얗게 눈 내리는 연포 마을 동화속 풍경처럼 마음에 와닿았다.

연포 마을의 서너곳 담배 건조장중 길 안쪽에 위치한 건조장이 가장 규모가 크고, 그럴 듯하지만
시간 관계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강 건너편은 병풍을 두른 듯 험한 산으로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포는 마을을 휘감아 도는 푸른 동강과 
완만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형세라서 그런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하얗게 쏟아지는 눈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연포 마을은 정말 한폭의 수묵화 속 풍경같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중에 나이 들면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 정도로...
이제껏 이런 생각이 든 장소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일상의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 많이 다르긴 하겠지?ㅎㅎ


칠족령 들머리 오름길 중간에 위치한 또다른 담배 건조장.

연포에서 칠족령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연포 분교 옆으로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올라야한다.
언덕배기를 오르다보면 오른편으로 마지막 농가의 긴 축사가 보이는데, 축사를 지나면 가파르던 오르막 길이
끝나면서 평탄한 길이 50m 가량 이어진다.
이 부근에서 칠족령 들머리를 찾다 곧장 숲으로 들어서니 곧바로 넓은 등산로와 만날 수 있었다.
실제 들머리는 아마도 평탄한 길의 끝부분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우측이 까마득한 벼랑이라서 좀 위험하긴 하지만 연포에서 칠족령으로 이어지는 하늘벽 뼝대와 동강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
이 곳 이후로 하늘벽 유리다리까지 등산로 오른편으로 주변 조망이 열리는 곳이 간간이 나타나긴 하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이곳처럼 시원한 곳은 없었다.

들머리에서 능선의 중반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유순한 길이 계속되다가 하늘벽 유리다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오르내림이 심한 길로 변한다.
신설이 쌓여 내리막길은 물론 오르막길까지도 무척 미끄러웠다.
덕분에 가파른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선 나무나 바위를 붙잡고, 발바닥 양날로 엣지를 만든 후,
온몸으로 버티면서 내려서야 했다.
아이젠을 하면 훨씬 편하겠지만, 애매한 두께로 쌓인 눈 때문에 아이젠을 할 경우 긴 산행동안 무릎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 처음부터 아예 할 생각도 안했다.
습관인지 평소의 동계산행에서도 아이젠은 왠만하면 하지 않는다. 
아무튼 적설 때문에 길이 워낙 미끄러워 산행 시간이 두세배 가량 더 소요된 듯...

 






하늘벽 유리 다리.
연포 마을에서 칠족령으로 이어지는 거북이 목 같은 긴 능선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데, 거창한 이름과
달리 대단한 시설물은 아니다.
이곳 주변은 능선 좌우 양편이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같은 지형..
내리막길이 무척 가파른데다 이곳 주변은 나무를 베어내 마땅히 잡고 내려설 만한 것도 없었다. 


연포로 이어지는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하는 하늘벽 뼝대.

드디어 칠족령이 왼편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벽 유리다리를 지나, 주변 조망이 막힘없이 펼쳐지던 곳. 칠족령 전망대보다도 이곳이 더 느낌이 좋았다.

왼편으론 소사 마을을 감싸안듯 휘도는 동강의 물돌이가 발 아래 정면으로 펼쳐지고...

반대편으론 문희 마을로 이어지는 물돌이까지 한 곳에서 조망된다. 자라목의 가장 잘록한 부분이다.

나무 데크가 설치된 칠족령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 소사 마을~연포 마을로 동강이 이중삼중으로 굽이치고 있다.

칠족령 갈림길에 위치한 제단 같은 분위기의 케른.
이곳이 아마도 개무덤인 것 같다.
칠족령(漆足嶺)이라는 지명은 옛날 제장 마을에서 옻(漆)을 굽던 이진사라는 사람이 기르던 개가 발에
옻을 묻히고 다니면서 고갯마루에 발자국을 남긴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이정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문희 갈림길은 한차례 더 나타난다.


길고 힘든 산행 끝에 드디어 문희 마을에 도착했다.




족령 갈림길에서 문희 마을까지는 1.6km.
칠족령까지 능선에 쌓인 신설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고, 산행 시간도 그만큼 더 소요된 터라 문희 마을까지는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칠족령에서 문희 마을까지는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완만한 내리막 길 위주라서
예상외로 쉽고, 빠른 시간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후 4시 40분에 백운산-칠족령 등산로의 마지막 갈림길을 출발한 후 정확히 5시 03분에 문희 마을에 도착.
어제 백운산~제장 마을 산행 루트에서도 그랬지만, 오늘도 역시 사람 한명 구경하지 못했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식수도 얻을 겸 백룡 동굴 탐방 안내소에 잠시 들렀다.
탐방 안내소 옆 가게는 이미 문이 닫힌 상태.
비수기라서 혹시 아예 문을 안열었는지도 모르겠다.

화장실 앞에서 한 직원분과 대화를 나누다 화장실에서 식수를 뜨려고 하니 한 직원분이 친절하게도 사무실에
있는 정수기를 이용하라고 하신다.
덕분에 깨끗한 물을 수통에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문희 마을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다.
오늘은 또 어디서 하루를 머무를까 고민하다 강변의 모래톱을 찾아볼 생각으로 무작정 강변 쪽으로 내려갔다.
마땅한 곳이 쉽게 눈에 띄지 않다가 강변 도로에서 백룡 동굴 방향으로 한참 걸어가니 문득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그 길로 내려가보니 하얀 눈 아래로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꽤 넓따란 터가 보였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강둑으로 살짝 턱이 져있어 주변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만한 최적의 사이트.
오늘 야영지로 바로 낙점.

강변엔 가끔씩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밤이 들면서 기온이 급강하했지만, 식수도 가득한데다 멋진 사이트에
자리를 잡고 나니 마음만은 그렇게 넉넉할 수가 없었다.
라면을 끓여 따끈한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얼마 남지 않은 소주를 기울이니 이곳이 바로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