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 트레킹] 첫째날 ① 고성산성

저산너머. 2011. 5. 13. 19:44



뭇가지 끝마다 뽀얀 연녹색 잎이 돋아나는 화려한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 간간이 부는 제법 쌀쌀한 바람과 찬 봄비마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여심(旅心)을 더욱더 자극할 뿐이다.
이맘때쯤 촉촉히 봄비에 젖어 더 진하게 펼쳐지는 연녹빛 향연은 얼마나 찬란하던가.

이런 계절엔 무작정 떠나야한다.
그냥 보내기 너무 아까운,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낭비일 것만 같은 계절이니까...
축제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난 겨울 다녀온 후 다시 떠나는 동강 트레킹.
원래는 한주 전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폭우와 황사로 인해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5월 동강 트레킹에 대한 기대가 워낙 기대가 컸던 터라 올 봄의 축제는 보지 못하고 그대로 보낼까 싶어 혼자라도 떠나려고 생각하던 중
급작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동강 트레킹 첫째날

고성산성  |  나리재 ~ 바리소 ~ 소동 ~ 제장 ~ 하방소 ~ 바세 ~ 소사 ~ 연포 ~ 거북마을 (1박)
칠족령 전망대 ~ 문희 ~ 두룬산방 ~ 창리천(기화천) 합수점 ~ 문산리 (2박)
쌍쥐바위 전망대 ~ 문산리



프팅이 강물에 빠져야 제맛이듯 강변 트레킹의 하일라이트는 도강(渡江)이 아닐까?
이번 트레킹은 애초 서너차례의 도강을 전제로 했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지난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상태다.
일주일 정도 지난후라 어느 정도 수위가 낮아졌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지난 폭우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알 만하다.


밤 12시경 서울을 출발해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IC~38번국도를 경유, 새벽 이른 시간에 예미에 닿았다.
트레킹 들머리는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이고, 날머리는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또는 문산리).
트레킹 종료후 차량 회수의 편의를 위해 예미역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역 왼편 버스 정류소에서 아침 6시 20분에 출발하는 운치리행
첫차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버스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여분을 기다리다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역전앞 수퍼에 물어보니 이런.. 첫차는 없단다.
아니,, 정선군 홈페이지의 버스시간표에 공지되어 있고, 이 곳 정류장 시간표에도 분명 6:20분 첫차 시간이 기재되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니 원래 6시 차는 없고 8시경에 첫차가 운행된다는 말씀 뿐..
미니버스 사이즈의 마을버스인데, 아마도 승객이 거의 없어 그런가보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나리재로 향한다.

고성터널 부근을 지나면서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대로 트레킹을 진행하기엔 망설여지는 날씨...
오전 늦은 시각까지는 비가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한다.


비 그칠 때까지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시간 보내기도 애매한 곳이라 이 기회에 고성 산성이나 오르기로 하고, 그대로 산성으로 방향을 튼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검은 돌더미의 제1산성 너머 짙은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백운산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제 2산성에서는 운무에
휩싸인 채 이삼중으로 굽이치는 제장과 연포의 뼝대 능선이 조망된다.
시계가 좋은 날엔 조망이 훨씬 더 시원할 것 같다.

산성에서 비에 젖은 연두빛 산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마저 촉촉히 젖어드는 듯하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5월의 찬연한 빛깔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다...


고성산성은 나리재와 제장 마을 사이의 높지 않은 산 정상부에 축조된 산성인데, 제장 마을과 주변과 백운산 조망이 좋은 곳이다.
구름 사이로 멀리 백운산의 둔중한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


제 2산성의 조망. 제장과 연포의 뼝대(강원도 사투리로 강변 바위 절벽)가 구름에 휩싸여 있다.

고성산의 화려한 연녹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