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가리봉] 가리산골-하단부 ♬

저산너머. 2011. 5. 24. 23:13

 

 




 

오색 ~ 가는고래골 ~ 백두대간 ~ 점봉산 ~ 십이담계곡 ~ 등선대 ~ 흘림골 ~ 오색
가리산골 ~ 가리릉 ~ 가리봉 ~ 가리릉 ~ 가리산리



비경(秘境).
이땅에 비경이라고 할만한 곳이 과연 남아 있을까?
높은산 깊은골 구석구석 누군가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비경이라는 소문에 막상 찾아보면 뭔가 미흡하거나 이미 무수한 사람들의 발길을
거쳐간 곳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강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비경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동강도 비경이라 하기엔 외부세계에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곳이고...
비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 어디든 포털에서 검색해보면 글과 사진이라는 족적을 적지않게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다녀온 가리봉 가리산골..
그곳은 비경이라는 수식어에 온전히 답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리산골(가리골)은 가리봉 정상에서 발원해 가리봉 북사면으로 흘러내리는 도상 약 3km의 계곡이다.
그런데, 이 곳은 산행전 포털에서 검색해봐도 산행 후기는 물론 참고할만한 정보가 전무했다.
신기한 일이다.
산행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인적이 극히 드문 계곡이라도 설악의 왠만한 계곡들은 검색하면 최소 한두건 이상은 뜨는 세상인데 말이다.
더군다나 가리산골이 작은 지계곡이라면 모를까 엄연히 가리봉 정상에서 발원하는 주계곡 아닌가?

도대체 이유가 뭘까?

별다른 풍광이 없는 돌더미 가득한 사태계곡이다?
아무리 볼거리가 없는 계곡이라도 설악의 계곡은 기본은 하게 마련이고, 최소한의 인적은 있는게 보통이다.
지도를 참고하면 가리산골 하단부에 마당소(가마탕)가 표시되어 있을 뿐 별다른 포인트가 없어 보이긴 한다.

그만큼 험하고 위험한 계곡이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가리봉 정상부 남사면과 북사면 골짜기들의 상단부는 설악 지역에서도 2000년대 중반 수마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곳이다.
귀때기골 좌우골 최상단부, 대청봉 북사면인 죽음의 계곡과 가야동 최상단 등 몇몇 사태가 심한 곳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사태지역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가리봉 주변부이다.
이 길고, 가파른 사태지역을 통과해 과연 가리릉 주릉으로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덕분에 가리산골 산행은 그야말로 완벽한 온사이트 상황이다.

 

 

 


 


어떤 지도엔 가리산골 중단부에서 주걱봉으로 오르는 루트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설사 예전엔 존재했던 루트라 하더라도, 가리산골 자체가 인적이 드문 계곡인데다, 이 루트는 더더욱 이용하는 산객이 없어 
희미해졌을테고, 특히 수해 이후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어쩔 수 없다.
주걱봉은 꼭 한번 오르고 싶은 곳인데, 혹시라도 이 루트를 통해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역시 기대는 거의....^^

가리산골.
정말 가능한 곳일까?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가리산골 산행은 항상 산행 마지막날로 계획했다가 일정지연으로 번번이 취소되곤 했었다.
가리산군이 산행후 다른 코스와의 연계가 애매해지는, 설악의 고도와 같은 곳이라는 이유도 있고...
 
그렇지만 오늘 드디어 간다.
가다 도저히 뚫고 오를 수 없는 곳이라면 설사 되돌아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전날 저녁 장수대에 도착해 바라본 가리산골.
하단부 계곡 양편을 시커먼 암봉이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장승처럼 틀어막고 서있고, 배후엔 거대한 주걱봉 암봉군이 버티고
서있는 풍경이 위압적이다.
흐린 날이나 안개에 살짝 덮힌 땐 금방 쥐라기 공룡이라도 출현할 것 같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드는 곳.

 

석황사터.
전날 가능하면 가리산골 하단부 위쪽에 자리를 잡아볼까 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본 결과 그럴만한 공간이 없어보여 잠시 고민하다 문득 이곳이
떠올랐다.
오래전 몽유도원도 등반 후 하산중 참 멋진 사이트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만에 와보는건지...ㅎㅎ
당시 이 부근에서 아는 분을 한명 만나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다.

인공적인 사이트이긴 하지만, 바로 옆에 맑은 계곡이 흐르고, 지붕까지 구비되어 있고, 가리산골 들머리 바로 맞은 편이라 그야말로 최적이었다.
저 거대한 바위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ㅎㅎㅎ

오색에서 막걸리 한병 구입했다.
안주는 가는고래골산 더덕 대여섯뿌리 뿐...
이럴 줄 알았으면 다래순이라도 따두는건데...
봄철엔 튜브 고추장 하나 정도는 갖고 다녀야하는데, 그마저도 없다.ㅡㅡ
그래도 막걸리 한병 마시고, 멋진 사이트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계곡에선 맑은 물소리가 들려오고, 스피커에선 산노래가 낮게 흐르고 있고...
덕분에 이날은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편히 잘 수 있었다.

 

가리산골 초입.

예전 지리 시간에 배운 선상지나 히말라야의 거대한 빙퇴석 모레인 지대가 생각날 정도로 완전히 폐허로 변해버린 풍경이다.
도대체 상단부가 얼마나 무너져내렸기에 이처럼 허연 돌더미 가득한 풍경으로 변했을까?
설악산에서 골입구가 이처럼 드넓게 초토화된 곳도 찾기 힘들 듯...

가리산골 산행의 한가지 단점이라면 44번 국도에서 워낙 훤히 드러난 곳이고, 장수대가 지척이라서 저 넓고, 긴 모레인을 통과하기가
편하지 않다는 점.
특히나 낮 시간대엔...ㅎㅎ


초입을 오르다 되돌아본 풍경. 한계고성릉과 몽유도원도, 미륵장군봉 일원의 암봉군이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늘어서 있다.

허연 돌더미 가득한 긴 들머리를 거의 다 통과할 무렵 멀리 폭포인 듯한 물줄기 하나가 살며시 눈에 들어왔다.

가리산골 제1폭포. 규모는 크지 않지만 꽤 근사한 폭포다. 폭포 우측, 밴드 형태로 이어진 암사면을 따라 올랐다.

폭포 상단에서 내려다본 풍경.

1폭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2폭포. 이곳은 폭포 왼편으로 직등했다. 상단부가 약간 가파른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폭포 상단에서 내려다본 모습.

2폭포 상단에서 올려다본 풍경. 매끈하고, 멋진 암반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사태골엔 어김없이 금낭화가..

안산 정상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가리산골에선 가장 큰 소인 듯한데, 이 곳이 마당소(가마탕)이 아닐까? 혹시 수해로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겠지?

백운동이나 가야동을 연상케하는, 아담한 폭포와 소가 연이어지는 멋진 암반지대. 왜 이제서야 온걸까? 이렇게 멋진 계곡을 두고...




세번째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제3폭포.

이 폭포는 왠지 포스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폭포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사실 가리산골은 경치에 대해선 거의 기대를 안했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환상적인 풍경에 진행이 더뎌진다.
이 정도면 비경이라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이곳은 폭포 바로 왼편의 암사면으로 직등했는데, 상단부는 꽤 가파른 곳이라서 조심해야 한다.
(암사면에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을 홀드로 이용하면 조금 편하다.)
그래도 상투바위골 제 1폭포(하단 와폭을 포함시킬 경우 제 2폭포) 오른쪽 암사면 직등 보다는 짧고, 훨씬 쉬운 편.
폭포 왼사면 직등이 어려워 보일 경우, 폭포 오른편 기슭 숲으로 작은 안부같은 턱이 보이는데, 이곳으로 우회가 가능해 보인다.

 

 

제3폭포 상단에 올라서니 화~~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네번째 폭포가 바로 눈앞에 출현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잔주름 가득한 암사면, 어둠속에 숨은 채 쏟아지는 물줄기..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드는 묘한 폭포다.
제4폭포에 이름이 없다면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선(隱仙) 폭포는 어떨까?ㅎㅎ
아무튼 가리산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폭포..
광각으로 담으니 주밍 효과도 살짝 나는게 맘에 든다.


폭포 상단에서 바라본 상류쪽 풍경.


오늘 이 계곡엔 오직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사람의 발길이 닿은지 이미 오래전인지도 모른다.

바위턱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으니 오월 연녹빛에.. 가리산골의 비경에 눈과 마음이 취해오는 느낌이다.


하마터면 이 폭포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제3폭포와 은선폭포에 정신이 팔려있다 배낭을 매는데, 바로 왼편에서 문득 폭포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이런 멋진 폭포가 지계곡에 걸려 있다.
갈수기엔 건폭으로 변해버리겠지만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왼편 암사면으로 잘하면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시도해보려다 올라봐야 별것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사전에 이 폭포 위쪽에도 또다른 폭포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한번 도전해봤을텐데...
숲에 가려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폭포 위쪽 오른편으로도 규모가 꽤 큰 폭포가 또 하나 보인다.

이 폭포 아래 그늘에서 식사를 하면서 오랜 시간 휴식을 취했다.

가리산골은 제3폭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제4폭포와 이 지계곡 폭포 주변부가 핵심 비경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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