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아니오니골 ①

저산너머. 2010. 10. 27. 20:57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부령경유 첫차를 탄 후 백담사 입구에서 하차해 아니오니골 입구 마을인 구만동까지 걸어갑니다.
안개 자욱한 새벽 풍경이 운치있어 홀로 걷기 참 좋더군요.
짙은 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설악의 연봉들, 구만동의 가로수들이 한데 어울려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안개속의 북천 풍경.

구만교를 건너자마자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지도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이런 횟집이 하나 나옵니다.
이곳에서 처음엔 계곡쪽으로 접근했는데, 굳이 초입부터 계곡을 따를 이유가 없겠더군요.
횟집 왼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봅니다.


잠시후 이런 멋진 돌탑과 녹색 지붕의 방가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먼저 계곡쪽으로 난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봤습니다.

헉~ 곧바로 길이 끊기면서 난데없이 깊은 협곡 분위기로 돌변.. 여긴 도저히 못뚫고 가겠더군요. 여길 통과하다가 잘못하면 그야말로 아니오니로... 다시 빽~~ㅎㅎ

방가로 쪽으로 되돌아나와 방가로 윗쪽 밭둑을 오르니 계곡으로 진입하는 듯한 밭둑길이 이어지고, 곧 이런 제단이 나타납니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네요.
왠지 영험할 듯해 잠시 머물면서 두손을 모아 무사산행을 기원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제단을 지나자마자 작은 콘크리트 제방과 수로 입구가 보이는데, 아마 송어 양식장이나 마을로 물길을 돌리는 곳인 듯...


아니오니골 초입의 풍경.

이곳부터 아담한 폭포와 소가 즐비하게 이어지는 아니오니골의 비경지대가 펼쳐집니다. 폭포와 소가 나중엔 지겨울 정도로 많은...

오직 계곡의 물소리만 낭낭하게 들릴 뿐인, 너무도 고요한 아니오니골의 숲길을 홀로 걷고 있으니 사악사악 낙엽 밟는 소리가 숲의 고요를
깨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마저 들더군요.


진초록 물빛이 너무 예쁘네요.

아담한 암반지대도 나타나고.. 계곡이 올망졸망 너무 앙증맞습니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산행 예상시간을 한참 초과하겠군요.

인근 탕수동계곡의 복숭아탕이나 울진의 응봉산 용소폭포를 축소해 놓은 듯한 귀여운 폭포.

노란색과 녹색이 어울린 암반에 아침 햇살이 들어 색깔이 너무 예쁩니다.

깊은 아니오니골에도 아침햇살이 들기 시작하네요.






♣ 다섯째날, 아니오니골


"아니오니~~ 아니오니~~ 아니오니~~"

아니오니골.
김부자터골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계곡은 이름이 참 오묘해서 예전부터 궁금하던 계곡입니다.
이름 때문이라도 언젠가는 꼭 찾았을.....
일설엔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계곡 경치가 그만큼 좋다는 뜻인지
아니면 계곡이 그만큼 험하다는 의미인지...


이곳은 사전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로 들게 되었네요.
일주일여의 일정동안 애초 계획했던 두 곳의 좀 험한 루트에 집중하느라(결국 버너 문제로 두 곳 다 포기했지만..)
아니오니골에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
이렇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무사히 산행을 마치면 이것도 온 사이트라고 할 수 있을지...ㅎㅎ

오직 축척 1/5만의 허접한 지도 한장만 믿고 일단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지도상으론 무척이나 긴 계곡이더군요.
도상 거리가 5km 가량 되보이는데, 인근의 탕수동 계곡보다는 약간 짧지만, 곰골과 비슷한 길이의 긴 계곡인 듯...
정규 루트인 탕수동 계곡이 오르는 방향으로 5시간 가까이 걸리니, 비정규 루트인 아니오니골은 최소한 7~8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듯하네요.
그러나 이런 물리적인 시간이나 거리보다 더 중요한건 역시 계곡의 경치이겠지요.
아니오니골에 들어 계곡 경치가 괜찮은 수준이라면 그 안에서 하루를 머물 수도 있겠고, 홀딱 반할 정도로 비경이
펼쳐진다면 혹시 계곡 이름 그대로 영영 아니오니일수도...ㅎㅎㅎ 
다행인지 도상으론 아니오니골은 계곡 지형이 비교적 단순한 계곡입니다.
주계곡과 혼동을 일으킬만한 큰 지계곡은 단 한 곳 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


아니오니골!
결론은 "참 예쁘고, 깊은 계곡이다" 였습니다.
아담하고, 귀엽고, 생김도 비슷한듯 다른 폭포와 소가 얼마나 즐비하던지 나중엔 지겨워질 정도..
길도 가끔 희미해지긴 하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당초 기대보다 훨씬더 근사한 계곡입니다.
이곳은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그런지 계곡에 이끼도 많고, 숲도 울창한데다 보존상태가 좋아 가을보다는 오히려
연녹빛이 좋은 봄에 찾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내년 봄을 한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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