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아니오니골 ②

저산너머. 2010. 10. 27. 21:34

아니오니골. 참 예쁜 계곡입니다.

이런 아담한 폭포가 셀 수 없을 만큼 즐비한 아니오니골.

녹색의 암반이 신비롭네요.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하네요.

노랑 단풍잎 몇장 띄워봅니다.

작지만 부챗살처럼 퍼지는 폭포수가 멋진...

청설모. 이 녀석은 너무 까매서 도대체 노출을 맞출 수가 없네요. 이 녀석에 노출을 제대로 맞추려면 주변 풍경을 허옇게 날려버려야겠지요?

계곡을 따르던 길은 계곡과 멀어지면서 깊은 협곡 분위기로 바뀌고, 가파른 산허리길을 한참 걸어오르다보면 큰 바위 아래로 이런 석문이 나타납니다.
석문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네요.


첫번째 석문을 지난지 얼마되지않아 나타나는 두번째 석문. <br />비박터도 보이네요.

석문 사이로...

아담 사이즈의 폭포가 대부분인 아니오니골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폭포. 봄에 오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더군요.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곧 직등길과 우회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전 일단 왼편의 직등 코스로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직등 코스가 짧긴 하겠지만 이런 폭포지대에 막혀 어차피 우회할 수 밖에 없네요. 이 주변의 길이 약간 험합니다.

폭포 상단에서 내려다본 풍경.
폭포를 우회하면 갑자기 드넓은 계곡 풍경으로 바뀌고, 지계곡이 하나 나타나는데, 주계곡의 물줄기가 돌더미 아래로 숨어버려
넓은 지대를 횡단하는 이 부근에서 지계곡과 주계곡을 혼동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겠더군요.
이후 계곡은 별다른 비경이 없는 평범한 계곡으로 바뀝니다.


마른 주계곡의 오른쪽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다시 물줄기가 나타나고, 평범한 풍경의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모닥불 흔적이 있는
이런 심마니 모둠터가 나타나더군요.
아래쪽에도 비박터가 있고...
불피우는 건 좋은데, 등산객이라면 흔적 좀 제거하시지. 비닐도 그렇고...ㅡㅡ;;


계곡은 점점 좁아지고, 길은 점점 거칠어지면서 처음으로 주변 능선 조망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사진은 계곡을 내려다본 풍경.

이런 사태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 곳을 지나 한참을 오르다보면 오른쪽 응봉 능선쪽으로 오르는 듯한 길이 희미하게 보이던데, 물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혹시 응봉 능선으로 우회해 1369봉으로 오르는 가장 편한 등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 지점에서 계곡길을 계속 따랐습니다.


이제 완연한 계곡 상류 분위기로 변해 있습니다. 이곳은 봄에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내 계곡을 따르던 길은 이끼 가득한 계곡가의 작은 비박터 부근에서 계곡길은 거의 사라져버리고, 왼쪽 산허리로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잠시 고민하다 길도 거의 사라져버린 계곡의 잡목과 넝쿨숲을 헤쳐 나가기 싫기도 하고, 왼쪽길이 계곡을 우회해 1369봉으로 오르는
길이겠다싶어 그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잠시후 이런 비박터가 나타납니다.


비박터를 통과해 오르다 되돌아보니 이런 멋진 신갈나무가..

펑퍼짐한 작은 능선마루로 올라서니 박달나무인지 하얀 수피의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멋진 숲이 출현..
이 부근에서 길의 흔적이 거의 사라지더군요.
능선인지 계곡인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넓고, 펑퍼짐한 사면인데다, 짙은 숲으로 주변 조망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방향
감각이 약할 경우 자칫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인 곳.
산목련과 철쭉나무가 제법 빽빽한 숲을 헤치며 위쪽으로 걸어오릅니다.
한참을 걸어오르고 나서야 뚜렷한 능선과 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1369봉이 위치한, 흑선동과 아니오니골을 가르며
십이선녀탕 능선 삼거리~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아마 1,266m봉인것 같네요.
멀리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릉이 보이고, 왼편 끝으로 1368봉도 구름 사이로 조망됩니다.
암봉에서 아래쪽으로 살짝 내려서니 주변 조망이 멋진 곳이 나옵니다.
이미 늦은 시각이긴하지만 구름에 뒤덮힌 풍경이 너무도 신비스럽더군요.

이곳에서 대승령까지 의외로 시간이 걸리고, 길도 중간 중간 희미해지고, 잡목이 울창해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해드랜턴을 켜야 하는 상황.
최소한 대승령까지는 가야하는데, 아직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이 구간을 통과하다 또 한차례 철쭉나무에 당했네요.
정말 낫 하나 가져가서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은 철쭉나무..ㅎㅎ
내 몸은 이미 너를 통과했거늘, 왜 뒤에서 잡아채 깊은 상처를 입히고야 마느냐고오오~~~~ ㅡㅡ;;

주위가 완전히 깜깜해진 시각에서야 대승령과 안산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대승령에 도착하기전 십이선녀탕 상단 능선삼거리부터 고라니인지 멧돼지인지 짐승소리가 들리더니, 갈림길 부근까지도
내내 같은 소리가 이어지네요.
이 넘이 저를 따라 오는건지...
왠지 자꾸 신경이 쓰여 넓은 대승령 사이트를 그대로 지나친 후 안산 쪽으로 좀더 진행합니다.

두어 곳의 암봉을 더 통과한 후 암봉위에 가까스로 자리 하나를...
앞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인 곳입니다.
혹시라도 낭떠러지로 우로굴러 하지 않도록 큰 돌 두세개로 가로막아 놓으니 멋진 홀로 비박지로 변신..
숲지대나 계곡보다는 암릉위의 비박지를 절대적으로 선호하는걸 보면 저는 아무래도 전생에 산양이었나 봅니다.

"어흥~~!!"
나는야 조망이 눈부신 암릉 끝에 홀로 선 한마리 외로운 산양~~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환상적인 조망이 기대됩니다.
멀리 원통 부근의 불빛도 보이니, 따뜻한 느낌과 함께 편안한 느낌이 드네요.


오늘은 바람이 정상적이군요.
저녁무렵 산들산들 약한 해풍이 부는 걸보니 새벽엔 바람 방향이 바뀔 듯...

낮에 좀 고생을 한데다 늦은 시각에 도착했지만, 좋은 터를 잡고 자리에 누우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안식처마냥 느껴지네요.




♣ 다섯째날, 아니오니골~대승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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