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안산-석황사 ♬

저산너머. 2010. 10. 30. 01:08

5박 6일간의 산행을 드디어 끝맺음하는 날.

안산 정상에서 오랜시간 휴식을 취하며,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을 맘껏 눈에 담은 후 석황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능선을 따르며 안산 정상부 암봉들의 멋진 실루엣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됩니다.

안산 정상에서 20여분을 걸어내려가니 십이선녀탕 하산로가 갈리는 삼거리가 나타나더군요.
삼거리에서 능선길로 보이는 왼쪽길로 무심코 진행하다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주변 지형을 살펴보니 이 능선은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지릉인 것 같고, 남쪽으로 안산~석황사/모란골 부근으로 길이 이어지는
서북릉의 끝자락이 숲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네요.
왼쪽길은 초반엔 길이 비교적 뚜렷해 보이지만,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흐르는 능선으로 내려가는 산님들은 드물테니 
아마 점점 희미해지다 나중엔 길이 거의 사라질 것 같네요.

다시 약간 윗쪽으로 되돌아오니 처음에 무심코 지나쳤던 갈림길 하나가 눈에 띄는데, 작은 봉우리를 넘듯 하는 그 길을
오르니 곧 석황사/모란골로 이어지는 주릉길임이 확인됩니다.
암릉이 적당히 섞인 능선길로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열리는 곳이 간간이 나타납니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오르내림이 꽤 있는 능선길이라 의외로 시간이 걸리더군요.

석황사 갈림길에 도착.
설악 태극종주시 주로 이용하는 모란골쪽으로 이어지는 주릉길은 아무래도 찾는 산객이 적어 희미한 반면 석황사
방면으로 떨어지는 내리막길은 뚜렷합니다.
초입은 자양천을 향해 내리꽂다시피하는, 정말 가파른 내리막 길이 길게 길게 이어집니다.
새로 떨어져 쌓인, 아직 숨죽지 않은 낙엽들은 눈을 밟을 때처럼 미끄럽기만하고...
30~40분 가량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니 작은 봉우리가 하나 나타납니다.
이 지점을 통과해 다소 완만해진 내리막길을 따르다보면 신갈나무류 위주이던 숲에 문득 적송 군락이 출현하면서 왼편으로
샛길이 나타나는데, 안산 정상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바위로 이어지는 길.
주변 조망 감상하며 쉬어가기 괜찮은 곳이므로 꼭 들러야겠지요?


하산로로 내려오면서...

조망이 거의 없는 능선 숲길인 석황사 하산로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망이 열리는 전망바위.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안산 정상부의 암봉군.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 등 가리산군도 소나무 가지 사이로 조망됩니다.

하산로를 따르다 또 한차례 나뭇 가지에 심하게 당했었는데, 되돌아보니 역시나 철쭉 가지.
상처부위가 심하게 쓰라려 전망바위에 앉아 바지를 걷어보니, 양말에 커다란 구멍까지 나있더군요.
15cm쯤 긁힌 듯...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완전 시뻘겋게 부어올라 있더군요.)

정말 얄미운 철쭉 나무.
내 몸은 너를 이미 통과했거늘 왜 자꾸만 비겁하게 뒤에서 잡아채냐고오오~~~
다음엔 정말 낫을 하나 들고가서는~~ ㅎㅎㅎ

전망바위 이후 길은 초입보다 더 가파른 내리막길이 한동안 계속됩니다.
가파르던 내리막길이 끝나고, 다시 완만한 능선길로 바뀌는 부근의 단풍빛이 참 곱더군요.


옅은 주황빛 위주의 단풍나무 숲지대가 나타납니다.

주홍빛 일색의 단풍빛깔이 참 독특합니다.



단풍 터널을 지나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펑퍼짐한 능선부로 바뀌면서 무덤 한기와 왼편으로 건물터인지 축대의 
흔적도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약간 더 내려오면 능선이 분기되면서 길도 양 능선으로 갈라집니다.
오른쪽 석황사쪽 길인 듯한 곳은 나뭇가지로 막아놓은데다(길이 아니라는 의미로 썩은 나뭇가지 몇개를 
길위에 얹어놓은 수준의...), 초입은 치마바위골 쪽으로 떨어지는 길인 듯한 왼쪽길이 오히려 뚜렷해보이더군요.
잠시 망설이다 오른쪽 석황사길로 예상되는 길을 따르기로 합니다.

석황사쪽 하산로 초반은 빗물에 쓸려 깊게 패인 길인데, 천천히 내려오다보면 서서히 경사가 심해지면서
오른쪽 계곡의 물소리도 점점더 가까이 들려옵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따르다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며 씻고 가려는데, 계곡이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은 계곡 사면이 워낙 급경사라서 내려서기가 곤란하더군요.
좀더 내려오다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계곡과 길이 멀어지는 부분에 내려서니 역시나 이심전심인지 오른쪽으로
계곡으로 횡단해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있습니다.
희미한 길을 따라 계곡에 내려가 물속으로 풍덩.
10월말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계곡물이 차갑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더군요.
말끔히 씻은 후 바위턱에 앉아 한대 입에 무니 장기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기분이
날아가 듯 UP~~ㅎㅎ


석황사를 향해 내려오면서 되돌아본 안산 정상부 암봉들의 실루엣.

석황사는 오래되지 않았는지 건물은 깔끔하긴 한데, 규모도 작고, 왠지 휑한 느낌이 들더군요.

석황사 입구 도로 건너편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자양천과 가리능선의 실루엣이 웅장하게 다가오더군요. 자양천의 저 드넓은 공터도 수마에 휩쓸렸던 곳이겠지요?

자양천으로 내려서 내설악 휴게소를 향해 걸어봅니다.




석황사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산행을 끝맺습니다.
계곡에서 씻느라 시간을 좀 소비했더니, 역시나 쇠리-석황사-원통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떠난 뒤더군요.
다음 차는 두어시간 뒤에나 있고...
석황사에서 내설악 휴게소는 그리 멀지 않으므로 걸어 내려가기로 합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언젠가 자양천 따라 걸어보고 싶었는데...

석황사 앞 가게에서 맥주 캔 하나 사서 마시니 목은 쫘르르~ 속은 삼삼삼~ 기분이 날아갈 듯 업되더군요.
산행도 성공적으로 마쳤겠다.. 이제 룰루랄라 내설악 휴게소까지 자양천길을 걸은 뒤 원통에서 버스
타고 집으로...


우측 통행해야한다고 해서 우측으로 걷는데, 뒤에서 휘청휘청 바람을 일으키며 대형버스가 쌩쌩 지나치니 
꽤나 겁나더군요.
뒷통수에 눈이 달려있을리 만무하고.. 이건 피하기는 커녕 혹시나 차에 치어 죽어도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억울하게 숨넘어가게 생겼습니다.
정말 우측통행이 안전한게 맞는건지...
전 어릴적 첫걸음 뗄 때도 우측통행한 거 같은데, 왜 수십년 이어지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꿔서는...ㅎㅎ
좀더 내려오니 우측은 아예 인도가 사라져버리는군요.

길을 건너 좌측통행하다 아예 자양천 둑을 내려서 자양천 바닥을 따라 걷습니다.
훨씬 편하고 좋네요.
역시 어쩔 수 없는 산꾼의 본성.
쓸데없고, 소모적인 좌우 논쟁은 멀리 저산너머로 날려보내고...ㅎㅎ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각, 자양천을 따라 걷다보니 꼭 여행하는 기분이 들고 좋더군요.
석황사 입구부터 바라보이던 가리산군의 장쾌하고 멋진 실루엣에 눈이 밟혀 자꾸만 뒤돌아보게 됩니다.
애초 산행 계획은 가리봉도 포함되었었는데, 함께 못해서 아쉽다는 듯, 다음에 꼭 오라는 듯 손을 흔드는
가리산군의 배웅을 뒤로 한 채 내설악 휴게소로...


길을 걸으며 지난 5박 6일간 설악의 시간과 공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귀때기골과 백운동의 화려했던 초절정 단풍빛, 귀청과 만경대의 눈부시게 시원한 조망,
울긋불긋 물든 설악의 대표계곡 천불동, 귀여운 아니오니골의 풍경들, 안산의 재발견..





♣ 여섯째날, 안산-석황사


"보라빛 코스모스가 찬바람에 흩날릴 때~~♬♪"

딱 그 즈음이었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고, 이런저런 사건도 있었고..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을 이번 산행..
앞으로 이런 시간을 다시 또 가질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설악의 곱디고운 가을빛을 맘껏 감상하며, 설악의 깊고 포근한 품속에 안겨 있었음에도
남겨지는 아쉬움은 여전하고, 제 눈동자는 이미 벌써 그리움에 젖어 있는 듯하네요.
이런 아쉬움과 그리움은 설악의 모든 계곡과 능선을 돌아보는 날이 온다고해도, 남은 평생 설악을 찾는다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요?
맘 같아선 일년쯤.. 아니, 두세달쯤이라도 설악의 품에 푹 안겨보고 싶지만.....



아무튼 설악의 품에서 너무 너무 행복했던 5박 6일이었습니다.

"잘 있거라~ 설악아~~ 다시 또 오~리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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