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작은귀때기골~큰귀때기골 : 작은귀골 상단부

저산너머. 2011. 6. 9. 17:14

정말 높고, 고요하고, 길고 긴 암반이 인상적인 작은귀때기골의 3단 와폭.



 
수렴동 계곡 ~ 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골사이능선 ~ 귀때기청봉 ~
귀골사이능선 ~ 쉰길폭포 ~ 삼중폭포 ~ 큰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귀때기골 ~ 수렴동 계곡


 

드디어 작은귀때기골의 상징인 3단 와폭이 눈앞에 펼쳐진다.

3단 와폭 초입을 오르는 중.

중앙부 능선의 가장 낮은 부분으로 계곡을 따라 오를 예정이다.

도상엔 귀청 사면에서 흘러내리는 좌측 주계곡을 따르게 되어 있지만, 그쪽은 긴 사면을 이루고 있는 곳이라 굳이 가보지 않아도 2000년대 중반
수해로 인해 긴 사태계곡으로 변했을 것이 확실하다.
진행하려는 계곡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귀청사면의 주계곡보다는 진행하기 나을 듯...


3단 와폭은 예상보다 가파르지 않아 여유있게 오를 수 있었다. 이런 경사진 암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물론 쉽지 않은 구간이겠지만...

 

3단 와폭 구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

 

...


우측으로 작은 골짜기가 하나 갈라지고...

와폭 뒷편으로 보이는 1287봉이 화룡점정.


 

와폭 지대 중간에 좌측으로 분기되는 지계곡.

 

암반위를 걷는 즐거움은 마치 구름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폭포 위쪽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마친 후 달콤한 취침 모드로...

 

전날 넘 달려 컨디션이 최악이라 고생많았던...

 

모두 작은귀때기골 암반위에서 취침 모드로 변신.

혼자 달리 할 일도 없고, 이쁜 앵초와 대화한다.


나도 잠시 누워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

한시간이 훨씬 더 지난 시각에서야 잠에서 깨어난다.

.....

멍하니 산그리매...

.....

3단 와폭 상단부 우측의 지계곡.


3단 와폭 상단부에서 곧바로 다시 좌우골이 갈린다. 좌측이 귀때기청 정상부에서 흘러내리는 주계곡. 우측 계곡은 주계곡에 비해 수량이 미미했다.

 

좌측 주계곡을 바라보며...

 

계류를 건너 목표로 했던 우측 골짜기로 접어든다.

가파른 건폭이 연속되는 우측 골짜기.

사진상으론 경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지만 매우 가파르고 험하다. 난이도로 따지면 5.6급의 초급리지쯤 될 듯...

오르고 또 오르고...

다시 골짜기가 분기된다. 좌측 골짜기의 저 건폭을 오르고 나면 이후엔 왠지 좀 완만해질 것 같은데, 확실하지도 않고, 가파른 곳이라 우측골로 계속 진행..


워낙 정신이 없어놔서 정확히 확인이 되진 않지만, 아마 이 부근이었고, 사진 중앙부 왼편의 골짜기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곳까지 내내 폭포를 직등하다시피하다, 어떤 가파른 폭포를 앞에 두고 오른쪽 사면이 좀더 편해보여 그쪽으로 약간 우회해 선두로 올랐다.
폭포를 오르고 나니 왼편으로 넘어서기 힘들 것 같은 건폭이 하나 나타나고, 위쪽 왼편으로 또다른 건폭이 보인다.
이 부근에서 물줄기가 급격히 가늘어져 배낭을 내려놓고 식수를 받기 위해 나뭇잎으로 물줄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문득 골짜기 윗쪽에서...
 
"우르르르~릉~ 꽝~ 콰앙~"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앗! 이건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닷!!!'
상황 판단하는데, 0.5초쯤 걸린 듯..ㅎㅎ
 
'튀어야 산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면서 아래쪽 지계곡 쪽으로 미친듯 뛰어내려가는 동시에...
"낙서~억!!!!!!! 옆으로 피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와중에 두고온 배낭과 카메라가 걱정되지만, 운에 맞기는 수밖에.....ㅡㅡ
 
어디 제대로 피할 공간도 없는 비좁은 협곡이지만, 구석으로 대충 피하긴 했는데, 아래쪽 상황이 걱정되서 내려다보니 다행히 모두 내가
우회했던 오른쪽 암사면에 붙어 있다.
계곡이 왼쪽으로 꺾이는 부분인데다, 계곡 암사면을 살짝 우회하는 중이라 그쪽으로 낙석이 떨어질 염려는 거의 없어보인다.
 
"우당탕탕탕~~"
몸을 피한지 약 2초쯤 후에 100리터 배낭보다 훨씬 더 커보이는 바위가 굉음과 진동을 동반하며 총알처럼 떨어진다.
내가 서 있는 지점 2m 앞으로...
낙석은 이후에도 다행히 후미가 매달려 있는 왼쪽으로 떨어지지 않고, 계곡 중앙부로 떨어졌다.
 
등골엔 식은 땀이 쏟아지고, 온몸엔 소름이 쫘악~~
폭포를 올라오느라 쏟았던 땀들이 한순간 식어버려 한기가 다 느껴질 정도로....
 
혹시라도 누군가 낙석에 정면으로 맞았다면 즉사일테고,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면치 못했을 듯...
정말 다행이었던 점은 낙석이 여러개의 파편을 일으켰다거나, 떨어져 내리면서 다른 돌들을 건드려 연쇄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
또한 후미가 길게 늘어져 폭포 직등코스에 매달려 있었다면 알고도 피할 수 없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만약 그랬다면 정말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휴~~~~~



현장에서 바라본 1287봉과 공룡릉 조망.




산에서, 특히 전형적인 악산이자 골산인 설악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이 낙석이나 사태, 눈사태인 것 같다.
추락은 등반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어느 정도는 회피할 수 있고, 비교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낙석은 도대체 예측이 쉽지 않고, 
가능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될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원래는 능선끝까지 계곡을 따를 예정이었는데, 거대한 낙석에 식겁해서는 계곡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적당한 곳에서 계곡 오른쪽 사면으로 기어올라갔는데, 정말 코가 닿을 정도로 가파른 사면..
흙사면으로는 더이상 가파르기 힘들 정도의....

워낙 급경사라 사면을 그대로 치고 오르기도 쉽지 않은데다, 살짝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곧바로 무너져 내릴 낙석 위험이 높은 돌과 바위더미들이
산재해 있고...
사면 진행이 쉽지 않아 오른편 작은 능선부로 붙으니 햇볕이 상대적으로 덜드는 능선 오른편엔 측백나무가 빽빽하게 바닥을 덮고 있어 치고 오르기
쉽지 않고, 햇볕이 좀 더 드는 왼편은 그 잔인한 철쭉지대..
능선날등엔 바위더미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이 부근에서 결국 철쭉가지에 바지 무릎 부분이 찢어졌다...ㅡㅡ

선두에서 능선 좌우 요리조리로 돌더미와 나무를 피해가며 고생고생 끝에 작은귀때기골과 큰귀때기골을 가르는 능선 마루에 도착.


작은 귀때기골..
정말 만만치 않은 곳이었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겁났고, 누군가 다치거나 어떻게 될까봐 얼마나 걱정이 되었던지...
수명이 한 십년쯤 단축된 듯....ㅡㅡ


다시 돌이켜봐도 식겁.. 식겁...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