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설악산] 큰귀때기골 ♬

저산너머. 2010. 10. 21. 13:37

"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귀때기골로 들어서기 전에 지나게 되는 길골 입구 풍경입니다.
굳이 계곡 깊숙히 들어가지 않아도 해마다 이처럼 화려하게 물든 가을 풍경을 선사해주는 곳이죠.


이른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담은 큰귀때기골의 첫 느낌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정말 화려하고 곱더군요.

왠지 낯설기만한 큰귀때기골.
귀때기골 하단부도 큰 차이가 없지만, 중단부는 수마로 완전히 초토화되어 돌더미와 토사 가득한
황량한 풍경이더군요.
예전의 그 자연미 가득하던, 기억속의 귀때기골은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귀때기골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요?


계곡은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주변 풍경은 너무도 화려하고, 아름답더군요.

멀리 큰귀때기골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협곡지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웅장하고, 빼어난 협곡미에 샛노란색~주황색~붉은색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단풍의 스펙트럼.
칩엽수의 진녹색까지 한데 어울린 풍경은 정말 정말.. 아잉~ 난 몰라~~~ ^^



삼중폭포 직전, 이 계곡의 크럭스에 도착했습니다.
귀때기골하면 저곳이 먼저 떠오르고, 2006년도의 수해를 잘 견뎌냈을까 궁금했던 곳.

제가 도착했을 땐 7mm 정도 밖에 안되보이는, 길이도 짧은 자일이 걸려있을 뿐 로프는 보이지 않았지만,
원래 계곡 왼편의 나무에 걸린 10m 길이의 로프를 잡고 오른 뒤, 다시 가파른 암사면에 좁고 길게 이어진
턱을 10m 가량 트래버스하던 구간입니다.
예전엔 트래버스 구간에 잡초로 뒤덮힌 흙더미로 이루어진 긴 밴드가 있었죠.
통과할 땐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아 조마조마하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꽤 튼튼해서 쉽사리 무너질
곳은 아니었는데...
2006년도 수해로 인해 극히 일부만 남고 물살에 모조리 휩쓸려 떠내려간 듯하네요.
수해때 불어난 물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군요.

전 계곡 오른쪽으로 직등하다시피 올랐습니다.
무거운 배낭으로 왼사면으로 오르기엔 가느다란 자일과 로프가 좀 약해보이기도 하고, 오른편으로
직등하는게 가능할 것 같은 감이 오더군요.
(요샌 우회하는게 귀찮아져서 크게 위험하지 않아보이면 왠만하면 직등하는 버릇이...ㅡㅡ)

보기엔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통과하려니 한두군데 홀드가 약간 불확실하고, 특히 물을 건넌뒤
바위가 둥글둥글한 벙어리인데다, 턱이 높아 왼쪽 암사면으로 오르기가 꽤나 까다롭더군요.
미끄러지면 물속으로 곧바로 풍덩인 곳인데...-,.ㅡ
역시 왼사면으로 오르는 이유가 있겠지요?ㅋㅋ


2005년 현장. 계곡 양사면이 초목으로 뒤덮혔던 곳입니다.


무사히 올라 섰습니다.
너럭바위가 있어 삼중폭포로 오르기 전에 다리쉼하기 좋은 곳.
하단쪽으로 계곡 풍경을 감상하기도 좋고...


가을빛이 넘넘넘 화려합니다.

삼중폭포가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길은 이곳에서 우측 사면으로 크게 우회해 오르게 됩니다.

우회로를 따르다 잠시 삼중폭포로 내려섰습니다.
두발로 서서 잘 내려오던 곳인데, 4륜구동, 그것도 후진해서야 내려올 수 있었네요.ㅋㅋ
예전에 간이 배밖으로 나왔던건지, 아니면 지금이 정상인건지...
아무래도 혼자 와서 그런가?


삼중폭포 위쪽에서 큰귀때기골은 좌.우골로 갈라집니다. 사진은 큰귀때기골 우골.

빼어난 협곡미를 지닌 삼중폭포 풍경.

우골 풍경이 궁금해서 잠시 올라봤습니다.
초입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신기한 폭포가 하나 있더군요.
좁고, 깊은 바위틈새로 가는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긴 실폭포.
우골 본류는 사진상 폭포 하단부에서 우측으로 꺾입니다.


계곡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햇빛이 투과된 샛노랑 단풍잎이 눈부시게 투명하더군요.

눈부신 가을빛의 향연.

쉰길폭포를 향하다 잠시 뒤돌아봅니다. 돌탑이 하나 있고, 건너편 으로 우골이 보이네요.

저의 유일한 동행.
밤엔 어디서 외박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밝은 낮에만 나타나는 녀석입니다.
깜깜한 밤에 함께 하면 외로움도 두려움도 조금은 덜할텐데...
그래도 제 곁을 떠나지 않고, 길을 함께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죠.


드디어 쉰길폭포에 도착했습니다. 하단부가 가려져서 약간 맛이 떨어지긴 하지만 역시 웅장한 스케일..

근래 비가 좀 내렸는지, 갈수기인데도 수량이 꽤 됩니다.

쉰길폭포는 왼쪽 우회로로 오르다 바라보면 더욱더 웅장한 스케일로 다가옵니다.






♣ 산행 둘째날, 큰귀때기골


새벽에 눈을 떴는데, 살갗에 닿는 귀때기골의 새벽 공기가 너무도 차갑습니다.
밤새 기온이 급강하한 듯합니다.
침낭에서 몸을 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
능선 위쪽으론 강풍이 얼마나 거센지 밤새도록 웅웅거리는 소리가 위압적이었고...
이러다 고운 단풍 다 떨어져버리면 안되는데...ㅡㅡ;;

한참을 밍기적거리다 어느 순간 결연히 일어서 흔적을 정리한 뒤 계곡 오른편 넓따란 숲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숲가에도 꽤 넓은 비박터가 있더군요.
좀더 들어가보니 화전터의 흔적인지 곳곳에 돌더미들도 있던데, 이곳이 혹시 축성암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산행 전부터 축성암터를 꼭 들러보고 싶었는데, 확인이 불가능하네요.
암자터라면 어느 정도 흔적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뒤 돌더미 가득한 계곡을 따라 오릅니다.
귀때기골 중단부는 정말 처참한 상태더군요.
2006년 수해로 설악의 계곡 곳곳이 무너져 내렸어도 이렇게 심하게 상처를 입은 곳도 드물것 같네요.
계곡 곳곳에 수해로 떠내려온 토사와 허연 돌더미가 한가득입니다.

2005년도에 이곳을 찾았을 땐 계곡의 암반과 계곡 양사면 바위에 이끼가 가득하고,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을 정도로 수목이 울창한, 그 어느 계곡보다도 자연미가 살아있던 계곡이었는데...
너무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예전의 귀때기골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초토화된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오르니 멀리 협곡 사이로 삼중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보입니다.
귀때기골하면 쉰길폭포와 더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귀때기골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협곡 분위기.

삼중폭포 직전, 귀때기골의 크럭스에 도착.
예전의 흙더미 밴드는 수해로 떠내려갔는지 보이지 않고,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오늘은 우회하지 않고 계곡 오른쪽 사면으로 그대로 올라봅니다.
쉽진 않았습니다.
간신히 기어오른 뒤 물을 건너 너른 암반위에서 한참동안 휴식...

이곳에서 바라보는 귀때기골의 가을빛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더군요.
협곡 지형 덕분인지 단풍잎이 바람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온갖 형형색색의 단풍이 계곡 양사면을
빼곡히 채운 황홀한 풍경.
수해로 인해 폐허로 변해버려 처음엔 차라라 오지 않은 편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귀때기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다시 배낭을 매고, 길을 재촉합니다.

가파른 오른사면의 우회로를 따르다 잠시 삼중폭포로 내려서봅니다.
예전엔 쉽게 내려오던 곳인데, 혼자와서 그런지 쉽지 않네요.
후진해서 그야말로 사륜구동으로...ㅎㅎㅎ
웅장한 협곡의 풍광이 기가 막힙니다.

삼중폭포 상단에서 갈라지는 귀때기골 우골에도 잠시 들어가본 뒤 되돌아나와 쉰길폭포를 향해 오릅니다.
잠시후 거대한 스케일의 쉰길폭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하단부가 가려져서 약간 아쉬운 감이 드네요.
전모가 한눈에 보이면 훨씬더 웅장하고 좋을텐데...

쉰길폭포 아래쪽도 수해의 상흔으로 폐허가 된 곳이라서 그런지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내 왼쪽 마른 골짜기를 따라 오릅니다.
길이 맞겠지요?
아니면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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