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춥고 배고팠던, 그러나 화려했던..♬

저산너머. 2010. 10. 20. 22:55

넌 누구니?



 






지난 몇일간 홀로 설악에 다녀왔습니다.
나름 사연도 많았고, 고생도 꽤 했지만, 그런 고생쯤은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설악의 가을은 
아름답더군요.

출발전에 아무리 찾아봐도 스틱이 보이지 않네요.
없다고해서 산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녀석인데...
특히나 이런 장기 산행시의 무거운 배낭엔 더더욱 필요한데...ㅡㅡ;;

백담사를 둘러본 뒤 첫날밤 큰귀때기골에서 막걸리에 꽁치찌게를 끓여 먹으려는데, 이런 이런...
버너 노즐이 막혔는지 작동 불능..
십년 넘게 쓰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말썽을 부린 일이 없던 녀석인데 하필 이런 때...ㅡㅡ;;
첫날 코스가 평이하고 어프로치도 짧아 홀로 산행 처음으로 막걸리에 찌개거리까지 푸짐하게 준비했는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긴 했지만, 이후론 라면 하나 끓여먹을 수 없었네요.
그렇다고 산행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자꾸 일이 꼬이는게 조짐이 영 좋지않아 결국 위험한 코스 두곳은 포기하는 등 애초 계획했던 일정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렴동에선 모계곡으로 진입하려다 입구에서 블럭을 당하기도 했지요.ㅎㅎ

설악에 있던 몇일동안 강풍이 심하게 불더군요.
공룡 신선대에서 머무를 땐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돌로 눌러놓은 침낭이 잦은바위골로 날라갈 뻔 한걸 간신히
잡아챘네요.
신선대의 잦은바위골 사면은 워낙 가파르고, 측백나무로 뒤얽힌 곳이라 날라갈 경우 내려가기도 힘든 곳인데...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화려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며칠동안 계속된 강풍 때문에 그런지 기대에 살짝
못미치긴 했지만, 그래도 설악의 가을이 어디가나요?
특히 귀때기청의 협곡 주변부, 직백운과 곡백운 합수점의 단풍은 정말 눈이 시릴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더군요. 


제가 설악에 있던 때 천불동은 양폭부근이, 내설악쪽은 직백운과 곡백운 합수점 부근이 단풍이 절정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쯤은 많이 내려왔을 듯...
단풍은 하루에 40m 가량 산아래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당초 기상청 예상으론 올단풍은 예년보다 10일가량 늦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10월 들어 기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작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더군요.

강풍 덕분에 능선의 서사면이나 북서사면의 중상단부, 서향이나 북서향으로 열려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곡백운동 같은) 계곡의 중상단부는 단풍이 제대로 빛도 못보고 거의다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키 큰 신갈나무류의 잎들은 대부분 떨어지고, 단풍도 잎끝이 물들다 말고 말라 비틀어진 것도 많구요.


사진 정리할 생각하니 까마득하네요.
찍을 때는 참 좋은데, 정리하고, 포스팅하는 건 왜 이렇게 귀찮은건지...
누구 대신해 주실 분!!! ㅎㅎ
그래도 한장한장 들여다보고 있으니, 다시 설악의 눈부신 가을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은 참 좋네요.

설악의 제대로된 단풍은 이번주가 사실상 마지막일 것 같으니 꼭 한번 시간 내보시길...^^




'Sorak > Sorak_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큰귀때기골 ♬  (2) 2010.10.21
[설악산] 백담사  (2) 2010.10.20
[설악산] 마등봉~설악동  (2) 2010.09.29
[설악산] 마등령  (4) 2010.09.29
[설악산] 곰골  (6) 201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