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동강] 제장에서 예미까지 ♬

저산너머. 2012. 4. 25. 16:04

 

 

 

 

 

>> 제장 마을~고성리~고성터널~유문동~예미

 

 

이미 어둑어둑해진 제장 마을.

올때마다 마치 고향에 온것처럼 마음이 참 편해지는 곳.

이번엔 동강 트레킹이나 산행 등 특별한 목적이 없이 그저 하룻밤 편히 쉬러 왔으니 더더욱 여유롭기만하다.

 

사위엔 이미 어둠이 깔린 하방소.

불어난 강물과 별만 총총한 밤하늘에 동강의 하얀 모래톱에 대비되어 여느 때보다 더욱 깊어보이는 시커먼 하방소와

그 뒤 검은 뼝대.

거칠게 소용돌이치며 휘돌다 이따금씩 토해내는 고래 소리 같은 강물의 깊은 숨소리를 듣다가 문득 저 검고 깊은

하방소에 빠져죽은 사람이 얼마일까.. 혹시 그 원혼의 애절한 곡소리가 들리는건 아닐까.. 하는 귀신 씻나락

까묵는 생각이 드니 등골이 다 오싹해진다.

 

늦은 저녁을 먹고, 사임당 동동주 한병 비운 후 강가를 어슬렁 거리다 늦게서야 잠들었다.

 

 

아침에 강변 모래톱 주변에서 우연히 발견한 동강할미꽃에 완전히 필이 꽂혔다.

내친 김에 근처에 동강할미꽃이 있을 만한 곳으로 가서 감상...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점심 때쯤에서야 제장 마을을 떠나 고성리로 향했다.

 

 

동강에 올때면 고성리에서 제장 마을로 내려가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산골 풍경이 이어지다 마지막 구비를 돌면

문득 눈앞에 펼쳐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별천지 같은 풍경에 드디어 동강이구나 설레곤 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제장교 주변에서 바라보는 칠족령~백운산으로 이어지는 톱날같은 능선과 동강의 푸른 물줄기가 어울리는

풍경은 동강 비경중 제2경이라 해주고 싶다.

제1경은 물론 칠족령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산태극 수태극의 파노라마.

 

 

예미초교 고성분교 직전의 고인돌 민박에서 음료수를 사마시다가 돼지 족발을 굽고 계시던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분교에 아직 학생이 있냐고 물으니 간당간당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폐교되진 않았다고 하신다.

고성 터널 안쪽의 마을이라고 해봐야 고성리와 고림, 원덕천, 제장, 연포 마을 정도밖에 없는데다 모두 몇가구 되지

않는 작은 마을들이라 걱정이다.

 

차 시간을 미리 체크하지 않은 탓에 마을버스가 3시간반 뒤에나 있어 난감한 상황인데, 예미까지 도보로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하신다.

'그래... 고성터널, 고성리의 폐가들, 유문동.. 그 길도 궁금하던 곳인데, 이참에 핑계삼아 한번 걸어보자.'

고인돌 민박을 떠나 폐가가 많은 고성리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고고산 들머리 마을인 고림도 스쳐 지나고...

 

 

길이 600여m의 고성 터널.

이 터널은 1990년대 초반 덕천리에서 신동읍(예미)으로 송수관을 끌어들이면서 생긴 터널이라고 하는데, 폭이 좁아

교행은 물론 대형 차량은 통과할 수 없다.

 

터널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고성리에서 터널까지 올라오느라 흘렸던 땀이 금새 식어버릴 정도로 한기가 느껴진다.

조명이 전혀 없는 터널 가장 깊은 부분에서 설상가상으로 헤드 랜턴 건전지가 다 되었는지 불빛이 희미해져 발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터널 중간중간 차량 대피소가 서너군데 있는데, 시커먼 그 곳에서 똠방똠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엄청나게 과장되게

들리면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등골이 오싹오싹 머리는 쭈뼛쭈뼛~~

으헝헝~ 무셔라~~~ 제철도 아닌데, 이건 납량특집이 따로 없네...ㅎㅎ

칠흑같은 암흑 속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ㅡㅡ

간간이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 소리는 터널 벽면에 반사되어 위압적으로 크고 가깝게 들리고...

 

무서운 터널을 빠져나오니 터널앞에 산불감시원이 지키고 서있다.

오늘은 부딪힐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ㅎㅎ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다시 터널에 들어가 사진 몇장 더 찍은 후 유문동을 경유해 예미까지 걸어 영월행 버스를 탔다.

 

 

 

5월초쯤.. 동강변의 산록이 연녹으로 찬연히 빛나는 그때 작년처럼 올해도 동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고 싶은 곳은 너무도 많은데, 몸이 하나인게 평생의 한이로세~~~ㅎㅎㅎ

 

 

 

 

 

 

 

   

 

 

 

이젠 찾는 이도 없고, 완전히 폐가로 변해버린 드라마 "넌 어느별에서 왔니" 세트장.

 

 

   

 

 

 

코끼리바위. 갈때마다 내눈엔 코끼리 한마리가 동강의 물을 마시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제장교 부근에서 바라본, 칠족령~백운산의 톱날 능선을 병풍처럼 두른 동강.

 

   

 

 

백운산을 배경으로 두른 예미초교 고성분교.

 

고성리엔 시간을 70~80년대쯤으로 돌려놓는 듯한 폐가가 눈에 많이 띄인다.

 

예미-원덕천 길이 갈라지는 곳.

 

황토 담배건조장 몇곳이 아직 남아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발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고고산 들머리 마을인 고림.

 

 

고성터널..

 

 

 

 

 

 

 

 

 

 

고성터널 아래 마을인 유문동(柳門洞).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버드나무 고목 때문에 유래된 이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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