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두타·제주-한라

[한라산] 어리목~영실~돈내코 ② ♪

저산너머. 2013. 5. 11. 17:05

 

 

 

 

 

 

♣ 어리목~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영실~윗세오름 대피소~평궤대피소~돈내코

 

조망이 시원한 족은윗세오름 조망대를 내려와 부근에 배낭을 데포해 놓고는 영실을 향해 길을 잇는다.

갈색으로 뒤덮힌 광활한 선작지왓의 풍경.

저 갈색 고원이 연녹빛으로 물들고, 그 위로 점점이 진분홍 철쭉이 만개한 풍경은 또 얼마나 환상적일까?

언젠가 그 날을 기대하며.....

 

 

 

영실로 내려가는 길.

산죽군락을 지나 구상나무 숲지대로 접어들었다.

 

 

 

병풍바위 윗길을 내려오며 내려다보는 풍광 또한 판타스틱하다.

 

 

 

 

 

 

 

병풍바위.

구름이 거의 다 걷히고 본격적으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냥 순순히 사라지기는 아쉬운 듯 마지막 남은 구름들이 온갖 조화를 부린다.

근데, 저 구름의 배후 조종자는 바람이다. 엄청난...

 

 

영실기암(오백나한).

 

 

 

 

 

 

꼬마가 묻는다.

"아저씨! 병풍바위가 어디예요?"

"조~오기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곳이 병풍바위야"

 

 

영실기암(오백나한)

예전에 왔을 땐 눈녹은 물이 골마다 수직 폭포들을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고, 규모도 무척 큰 이미지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엔 오백나한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작고, 평범해 초라해보이기까지 했다.

왜 그런건지...

혹시 여기가 아닌가벼?? ㅎㅎ

 

 

골짜기 부근까지 내려가 길이 숲길로 접어 들면서 더 이상의 조망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했다.

 

 

 

 

 

파란 하늘 아래 선작지왓의 풍광은 아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보면 볼수록 너무도 환상적인...

 

 

시간상 그냥 지나쳤던 노루샘물도 맛보고, 돈내코까지 하산에 필요한 물통도 채우고...

 

 

윗세오름 통제소에서 돈내코 하산 통제시간이 13:30분이다.

영실로 내려갈 때만해도 시간이 충분했었는데,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서 영실과 선작지왓 부근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너무도

환상적이라 시간을 많이 빼앗겨 버렸다.

급히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고 나오니 13:30분 거의 다 된 시각.

일단 통과해 놓고는 통제소 앞에서 멀고도 먼 돈내코까지 내려가기 전에 한참동안 배낭을 완전 재정비했다.

통제소 직원이 궁금했는지 밖으로 나와서는 아저씨 어디로 하산하냐고 묻는다.

돈내코로 간다고 하니 빨리 서두르라고...

 

 

 

돈내코 하산로는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간 뒤 다시 내려가야 한다.

 

 

실질적인 한라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

 

 

고지대 골짜기엔 아직 얼음덩이들이...

 

 

 

하산하며 바라보는 남벽이 너무도 근사하다.

 

 

남벽을 줌인해보니 이렇게 생겼다.

 

 

 

현재시간 14:32분.

남벽 분기점 직전 골짜기 다리 그늘진 곳에 앉아 빵으로 간식을 먹고 있는데, 공단 직원 한명이 올라온다.

무전으로 연락 받았는지 윗세오름 통제소 앞에서 배낭 정리하던 아저씨 맞냐고 묻는다.

맞다고 했더니 아직까지 안내려가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ㅋㅋ

남벽 분기점 통제시간이 14:30분이란다.

헐~ 그 시간은 체크 못했는데...

윗세오름 통제소만 제 시간에 통과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남벽 분기점이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아래쪽에 있단다.

(남벽 분기점 통제소는 지금은 폐쇄된 길이지만, 예전에 한라산 정상부 등로가 갈라지는 길목에 위치한 것 같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 풍광이 너무 좋아 사진 찍다 보니 조금 늦었다고 말했다.

마침 노점처럼 펼쳐놓은 카메라와 렌즈 세트, 배낭을 보더니만 준비는 확실히 해오신 것 같으니 보내드리긴 하는데, 남벽

분기점에서 사진 몇장만 더 찍고 곧바로 내려가라고...

그러면서 돈내코 관리소 직원한테 마지막 하산자라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직원은 윗세오름 대피소로, 난 서둘러 배낭을 정리한 후 돈내코로...

 

 

돈내코 코스는 처음이지만, 이곳이라고 뭐 다른 것 있겠나..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 시야가 시원하게 열리던 초원지대가 끝나고 숲속으로 접어들고나면 구경거리나 사진찍을 만한 것이

전혀 없어 어차피 일사천리 내려가는 일만 남을텐데.....

어쨋든 마음은 서둘러 내려오긴 하는데, 남벽의 풍광이 자꾸만 내 바지춤을 잡아채며 되돌아보게 만든다.ㅎㅎ

(대신 평궤대피소를 지나고, 숲길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돈내코까지 거의 1분도 쉬지 않고, 일사천리로 내려왔다.)

 

 

 

아... 철쭉 철쭉 철쭉~~!!!

 

 

 

방아오름샘은 다른 샘들과는 달리 수량이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공단 직원 말대로 서둘러 내려가야하는데, 이거 자꾸만 발목을 잡네...ㅎㅎㅎ

 

 

 

 

 

 

무인 대피소인 평(지)궤 대피소.

평궤 대피소를 지나면 곧 한라산 특유의 조망이 전혀 없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한 지리한 숲속길로 접어든다.

더이상 구경거리가 없다는 얘기다.

 

 

둔비바위 이정표.

 

 

둔비 바위.

사각형 두부모같이 생겼다.

 

둔비바위를 지나고, 살채기도를 지나고, 해발 1000여m 부근의 긴 적송지대도 통과하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듯 정말 지루하고, 답답한 짙은 숲길이다.

하긴 평궤대피소에서 돈내코 충혼묘지까지만 도상 6km에 이르는 거리이니...

 

하산하기엔 다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따금씩 숲속에서 노루가 나타나 인적을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 달아나곤 한다.

 

 

 

썩은 물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늪.

 

 

네버엔딩 숲길이 끝나면서 억새 초원이 나타나고, 충혼묘지가 멀지 않다.

 

 

 

17:20분경, 억새 군락을 지나 편백 숲속으로 접어드니 잠시후 나타나는 공단관리사무소.

남벽 분기점 부근에서 만난 직원의 부탁대로 사무소에 들러 마지막 하산자라고 얘기해 주었다.

충혼묘지발 막차가 떠났을 거라고 한다.

 

 

충혼묘지 윗쪽의 묘지.

아마도 기독교 무덤이었던 듯...

 

 

묘지군을 관통해 돈내코 등산로 오르는 길.

 

 

충혼묘지.

 

윗쪽 묘지에서 충혼묘지로 차도를 따라 빙 돌아내려오지 않고, 숲속으로 직진해 내려오는 지름길이 혹시 없나 한참을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우회도로를 그대로 따라 내려왔다.

제주도의 숲은 워낙 빽빽한 밀림들이라서 함부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충혼묘지 종점에서 10분여를 다시 걸어내려와 웃법호촌 마을에 도착하니 마침 서귀포행 시내버스가 정차중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서귀포에 도착해 터미널 부근 모텔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엄청난 하루 여정이었다.

 

한라산.

비할 데 없이 아름답긴 하지만 비할 데 없이 지루하고, 힘든 산이기도 한 이중적인 산인 것 같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