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k/Sorak_Walking

홀로 떠난 산행 - ⑤ 귀때기청봉

저산너머. 2009. 11. 8. 19:01

정말 좋아하는 풍경. 귀때기청봉을 오르며 되돌아볼 때면 이 프레임의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곤한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너덜 뒷편으로 지금까지 거쳐온 루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귀때기청봉에서 바라본 대청과 중청, 화채봉...

점봉산이 희미하게 조망되고...

대청봉.

 

 

♣ 2009년 10월 설악산 4박 5일 산행



여기는 재량골 2폭포 상단.
아침 7시 좀 지난 시각에 눈을 떴다.
재량 좌골 암봉엔 이미 아침 햇살이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다.
오늘도 날씨가 화창할 듯...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 마시고, 배낭을 꾸린 후 휴식을 취하다보니 어느덧 9시가 다된 시각.
재량 우골 수해로 허연 돌더미들이 폐허처럼 뒹구는 계곡을 따라 오른다.
수량은 적지만 우골 초입은 암반이 적당히 드러난 계곡.
수해전엔 울창한 원시림에 자연미 넘치는 계곡이었다고 하는데, 내 생전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이미 두어차례쯤 물난리로 뒤집어진 계곡이므로 계곡엔 길이 따로 없다시피하다.
희미한 흔적을 좇다가 그마저도 끊기면 그냥 편해보이는 돌더미 틈사이를 비집고 오를 뿐...

그렇게 전쟁터 같은 계곡을 타고 1시간 반 정도 오르니 귀때기청봉 좌측 서북릉에 도착한다.
중간에 엄청나게 많은 열매가 열린 다래나무를 발견해서 배를 채울 정도로 따먹기도 하고...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고민을 좀 했다.
애초 계획은 재량골에서 귀때기청에 오른 뒤, 큰귀때기골로 내려가는 루트였지만 큰귀때기골로 내려가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어차피 갈수기라서 쉰길폭포에 수량도 부족할 테고, 단풍도 거의 진 상태일텐데...
가보지 않은 코스를 경험한다는 의미에서라면 모를까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큰귀때기골로 하산할 경우 루트를 잇기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한 몫...
솔직히 백운동 빼어난 경치, 특히 단풍이 곱게 물든 풍경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도 했고...
결국 큰귀때기골은 나중에 수량이 풍부한 즈음에 가보기로 확정.

귀때기청을 오르며 내려다보는 서북릉과 가리봉이 중첩되는 풍경은 언제봐도 참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이맘때쯤 서북릉에 단풍이 떨어지고 난 늦가을의 갈색 풍경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고도를 높힘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풍경을 연신 되돌아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담기도 하며, 귀때기청 정상을
향한다.


귀때기청 정상.
사방으로 전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귀때기청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백운동을 목표로 귀때기청 하산을 시작한다.
귀때기청 하산길의 전망좋은 너덜지대를 통과해 2시 정각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