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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미시령~길골

전날 종일토록 비가 내린 뒤 운무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하늘. 너덜의 정수, 사랑스런 황철너덜. 언제봐도 인상적인 황철북봉의 드넓은 너덜지대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울산암. 미시령을 되돌아보며... 황철 북봉 정상에서... 바람이 제법 쌀쌀한 탓인지 너무 빨리 너덜을 통과했다. 황철 너덜은 볼일(?)도 보고, 너덜 바위턱에 앉아 드넓은 너덜 풍경을 감상하며 놀멍쉬멍 올라야 제맛인데... 대청, 화채 등 외설악의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오른편 암봉이 황철봉 정상. 길은 정상을 살짝 비켜나게 된다. 대중청~서북릉~귀때기청. 황철 남봉을 내려서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조망좋은 곳에 들러 잠시 쉬어간다. 내려갈 길골. 좌우대칭형으로 쭉 뻗어내린 너른 저항골.. 생김이 참 독특하다. 달마봉. 화채, 대청..

Sorak/Sorak_Walking 2012.05.19

[설악산] 칠선골~토왕골 ③

♣ 토왕폭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언어는 버리고, 오직 침묵으로만 그 흰 물줄기와 벽의 크기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토왕폭. 토왕 상단폭. 위험구간 곳곳에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내려왔다. 그렇지만 이 로프들은 믿지 않는게 좋다. 지금껏 10번 이상 갔지만, 로프가 살아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때론 가장 위험한 침니 구간의 로프가 철거되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홀로 발길을 돌렸던 적도 몇차례 있었다. 공간 No.1 하얀 물줄기와 거대한 좌우벽을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외로운 공간 토왕 중단 와폭. 후미를 기다리다 내려와보니 이미 모두 떠난 후이다.ㅠ 그 외경스런 공간에서 불꽃같은 청춘을 마감한, 아니 영원히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을 어떤 클라이머의 이름 석자를 추모하며 잠시 묵념의 시간..

Sorak/Sorak_Walking 2012.05.18

[설악산] 칠선골~토왕골 ②

♣ 만경대~화채릉 만경대에 오를 때마다 항상 찍게 되는 구도의 사진. 만경대의 조망이 좋긴 하지만 나뭇가지에 일부분이 가려지는 아쉬움이 있는데, 만경대에서 늘어진 중앙의 저 암봉 끝에 서면 정말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질 것 같다. 작년에 가보려다 한군데 위험해보이는 암벽 부분 때문에 포기. 칠선골 포스팅에서 타이틀로 쓸 사진을 고르려해도 거의 대부분 세로 사진이다.ㅎ 그에 반해 만경대~화채릉 구간 사진은 거의 대부분 가로사진. 가로로 담을지 세로로 담을지.. 구도 선택이야 눈에 보이는 풍경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겠지만, 칠선골이 그만큼 비좁고 깎아지른 듯한 협곡임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범봉과 1275봉, 칠형제연봉, 구름에 휩싸인 마등봉. 염주골. 대중소 삼청. 칠성봉 리지, 저봉 리..

Sorak/Sorak_Walking 2012.05.18

[설악산] 칠선골~토왕골 ① ♬

♣ 칠선골 연녹빛 찬란한 계절, 오월. 굳게 닫혔던 설악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이런 때 설악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왠지 낭비처럼 느껴지는 계절이다. 계절과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올시즌 첫 설악 산행은 칠선골로 향한다. 이맘때쯤 칠선골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눈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 길을 향해 어지럽게 누워버린 잡목들.. 지난 겨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칠선골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이런 커다란 눈덩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있네? 위쪽 협곡쪽엔 좀더 큰 눈덩이가 있겠군.' 이 정도였다. 이때까지만해도... 가야동 천왕문이나 잦은바위골 소천왕문 느낌이 드는 곳. 수수하던 칠선골은 이곳부터 협곡 풍경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전조에 불과하다. 칠선골 특유의 V..

Sorak/Sorak_Walking 2012.05.17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②

♣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원래도 풍광이 빼어난 곳인데다 오르면 오를수록 시야가 점점 더 넓어지면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피치 피치가 끝날 때마다 너럭바위가 대기하고 있어 쉬어가기도 그만이다. 두타산은 산에 빠지기 전, 일년에 한두번 산에 갈까말까 하던 때에만 이미 2~3차례 찾은 곳이라 그런지 왠지 정이 가는 산이다. 구석구석 궁금한 곳도 많고, 내겐 제2의 설악으로 생각되는 곳이라서 원래는 4월말이나 5월초쯤 몇일간의 일정으로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할 것 같다. 2피치 쌍크랙과 함께 인상적인 5피치 침니 구간. 바짝 선 침니가 무척이나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위로 오를수록 점점 넓어지는 수직 침니의 틈을 따라 촉스톤이 나란히 박혀 있는 모습이 참 독특하다. 이제 거의 다..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①

♣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 무릉계의 새벽, 깊은 잠에 취한 애벌레 세마리와 자벌레 한마리. 간밤에 파뤼가 약간 과했나보다.ㅎㅎ 연녹빛으로 온산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계절. 설악과 북한·도봉을 벗어나 오늘은 두타산 별유천지 리지를 찾았다. 전날 밤 도착해 무릉계곡 입구에서 꿈결같은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에 박달골을 향해 출발... 석회암 지대의 암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양목이 유난히 많았다. 아마도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라서 그런 듯... 리지 하단부의 바위들은 석회석 성분이 많이 섞여있는 암질이라서 그런지 절단면이 회색톤이고, 암벽들은 모두 짙은 암회색을 띄고 있다. 또한 무릉계곡 주변의 바위들은 특이하게 대부분 사각형 형태로 갈라진다. 우측 크랙으로 오르지 않고 전면 슬랩을 오른 뒤 오른편 크랙으..

[설악산] 내원암골

작년 9월말 천화대 등반 다음날 혼자서 갔던 곳. 오래전 북주릉상의 내원암골 상단에서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면서 하산방향으로 상단부엔 주로 왼편, 하단부엔 오른편으로 비교적 길이 뚜렷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작년에 갔을 땐 하단부의 그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커다란 바위덩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풍경이 지루하게 계속되는 다소 번잡한 느낌의 계곡. 이날 저녁에 한성대입구에서 약속이 있어 계곡 중단부까지만 진행하고, 울산암지릉으로 오른 뒤 하산했는데,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설악을 다닌 이래 처음으로 산이 참 지겹다는 느낌이 들었었다.ㅎㅎ 약속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Sorak/Sorak_Walking 201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