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구름속에 잠겨있다 문득 조망이 열리는 순간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정말 환상적인 곳인데, 아쉽게도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는다. 젖은 바위, 일년여만의 리지 등반.. 다들 무거운 몸으로 등반이 지연되는 와중에 흑범길의 크럭스인 40m 슬랩 칸테를 오르는 중 빗줄기가 굵어진다. 야속한 흑범길. 천둥번개만 없을 뿐,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기상 조건이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장시간 계속된 등반으로 지쳐가면서 다들 서서히 전의를 상실해 가던 시각.. 어느새 탈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하긴 3단 직벽도 꽤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인 걸 감안하면 왕관봉까지 진행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각이다. 이번 등반의 모토가 지난해 찾지못한 흑범의 꼬리를 찾자였는데, 아쉽지만 지난해와 동일하게 천화대 비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