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203

[설악산] 흑범길, 구름속에서..②

온통 구름속에 잠겨있다 문득 조망이 열리는 순간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정말 환상적인 곳인데, 아쉽게도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는다. 젖은 바위, 일년여만의 리지 등반.. 다들 무거운 몸으로 등반이 지연되는 와중에 흑범길의 크럭스인 40m 슬랩 칸테를 오르는 중 빗줄기가 굵어진다. 야속한 흑범길. 천둥번개만 없을 뿐,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기상 조건이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장시간 계속된 등반으로 지쳐가면서 다들 서서히 전의를 상실해 가던 시각.. 어느새 탈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하긴 3단 직벽도 꽤 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인 걸 감안하면 왕관봉까지 진행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각이다. 이번 등반의 모토가 지난해 찾지못한 흑범의 꼬리를 찾자였는데, 아쉽지만 지난해와 동일하게 천화대 비박지..

Sorak/Sorak_Ridge 2011.07.26

[설악산] 흑범길, 구름속에서..①

성하의 계절. 출발전엔 흑범의 암릉위에서 무더위와 땡볕에 장시간 노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했었는데, 설악은 수일전부터 계속된 이상 저온으로 산중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흑범길 첫피치에 도착해보니 하루종일 안개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 바위는 이미 촉촉히 젖은 상태. 짙은 구름에 덮혀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암릉길. 이따금씩 들리는 석주와 천화대 등반팀의 외침이 습한 구름을 타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할 뿐, 흑범은 석주와 천화대 등 주변과 단절된 설악의 고도로 변해 버렸다. 단 한차례도 열릴 줄 모르는 운무 가득한 풍경에 일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날씨에만 감상할 수 있는 운치있는 풍경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Sorak/Sorak_Ridge 2011.07.26

[설악산] 용아장성릉, 7월의 불뿜는 용아 ② ♬

더없이 즐겁고, 편안한 밤을 보낸 후 새날이 밝았다. 용아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푸른 새벽 풍경에 마음이 짠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지극히 고요한 풍경. 이제 용아의 핵심 구간을 두어시간만 천천히 걸어오르면 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정말 꿈결같던 용아의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새벽.. 피난민이 따로 없다..ㅋㅋㅋ 사진 왼편 아래쪽은 100m도 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ㅎㅎㅎ 기상나팔을 불고 계신 하늘빛님. 날이 밝았으니 설악의 모든 능선과 계곡, 산짐승들아 모두모두 깨어나라고..... 나팔소리가 얼매나 우렁차던지 점봉은 물론 방태, 심지어는 오대도 벌떡 일어날 것 같다.ㅋㅋㅋ 어떤 암봉을 우회했는데, 말이 우회로이지 꽤 험했다. 용아본릉 구곡담쪽 사면인데, 30~40c..

Sorak/Sorak_Walking 2011.07.11

[설악산] 용아장성릉, 7월의 불뿜는 용아 ① ♬

용아에 간다. 이 무더운 7월에 그 길고 긴 암릉위에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용아릉이라니... 용이 뱀과라서(생김이 뱀과 비슷하니 아마 뱀과가 맞는 듯...) 일설엔 7월쯤되면 멧돼지며, 고라니며, 산양이며, 때론 사람까지 (영시암에서 만난 곰돌이 아자씨 얘기론 얼마전에도 한 등산객이 용에게 잡아묵힐 뻔하다 이틀만에 구조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몸에 좋다는 온갖 것을 잔뜩 잡아묵은 흉악한 용이 독이 잔뜩 올라 불을 뿜기 시작한다는데,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건 그야말로 완전히 불뿜는 용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미 가기로 했으니 어쩌랴.....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설악에 간다는 건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일단 좋은 것 아닌가... 보조자일은 하늘빛님이 준비하기로 하셨고, 난 슬링..

Sorak/Sorak_Walking 2011.07.11

[Old Story] 5년전 오늘.. 별길 리지 (2006년 6월)

별길 리지는 외설악 천불동 오련폭포 왼편의 암릉길이다. 오련폭포 하단부에서 시작해 외설악 만경대까지 이어지는 긴 암릉이지만, 실제 등반은 중단부에서 마치게 된다. 워낙 가파른데다 가랑비에 젖어 정말 그지(?) 같이 미끄러웠던 하산로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ㅎㅎ 별길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연꽃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천불동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별길이 연꽃의 꽃술을.. 그 꽃술을 연꽃의 꽃잎처럼 둘러싼 주변의 암봉, 암릉군이 한데 어울려 연꽃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은 아닐까? 혹시 오련은 별길위에 피어난 다섯 송이의 암봉을 일컫는게 아닌지... 등반내내 별길위에서 바라보던 구름에 뒤덮혀 신비스럽고, 운치있던 외설악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한 듯하다.

Sorak/Sorak_Ridge 2011.06.25

[Old Story] 몽유도원도 리지 (2006년 5월)

상대적으로 규모도 월등하고, 암릉도 매끈매끈 뚜렷하고, 절대 경치에서 아무래도 한발 앞서는 외설악의 리지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몽유도원도의 풍경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덕분에 첫 등반으로 끝.. 이후 그 누구도 다시 가자는 얘기를 단 한번도 꺼낸적 없는 것 같다.ㅎㅎ 내 눈엔 꽤 멋진 풍경이었는데 아쉽다는..... 오래전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오그라들 것 같은 느낌이다.ㅎㅎ '왜 그렇게 이상하게 사진을 찍었을까?' 의아한 생각도 들고..... 사진은 좀 이상해도 사진에 담긴 스토리는 그래도 다 추억이려니, 내 삶의 흔적이려니 생각하면 흐믓한 미소가 그려지기도 한다. 마치 '내 낡은 서랍속의 山' 처럼 말이다. 5년이라는 세월의 힘이 무시할..

Sorak/Sorak_Ridge 2011.06.25

[설악산] 작은귀때기골~큰귀때기골 : 큰귀골

수렴동 계곡 ~ 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골사이능선 ~ 귀때기청봉 ~ 귀골사이능선 ~ 쉰길폭포 ~ 삼중폭포 ~ 큰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귀때기골 ~ 수렴동 계곡 귀골사이릉에서 쉰길폭포로 이어지는, 낙석 위험이 있는, 가파르고 긴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와 쉰길폭포에 도착했다. 이제 위험구간은 삼중폭포 하단의 10m 하강 구간만 남은 셈. 휴식을 취하며 하단폭 상단부로 잠시 올라봤다. 10m 하강코스 직전의 흙밴드 트래버스길을 통과 중. 작년에 귀때기골을 오를땐 계곡 오른사면으로 곧바로 직등해서 저 흙밴드 길을 통과할 기회가 없었다. 수해전 오르내린 적이 있던 곳이라 매우 궁금했었고, 수해 때 완전히 떠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날 막상 도착해..

Sorak/Sorak_Walking 2011.06.11

[설악산] 작은귀때기골~큰귀때기골 : 귀청의 일출

수렴동 계곡 ~ 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골사이능선 ~ 귀때기청봉 ~ 귀골사이능선 ~ 쉰길폭포 ~ 삼중폭포 ~ 큰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귀때기골 ~ 수렴동 계곡 전날 일몰도 좋았지만, 아침 일출은 너무도 화려했다. 근래에 이렇게 붉고, 화려한 일출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실제론 훨씬 더 붉었는데, 사진으론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 간밤에 자리가 비좁아보여 혼자 떨어져 잤는데, 귀청 정상엔 바람이 제법 거셌다. 떨어져 잔 곳이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곳이었지만, 겨울철이 아니라면 굳이 바람은 피하지 않는 편, 아니 오히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있다가 한밤중에 깨었을 때 머리를 내밀면 잠결에 얼굴에 닿는 바람의 느낌을 참 좋아하는 ..

Sorak/Sorak_Walking 2011.06.11

[설악산] 작은귀때기골~큰귀때기골 : 귀청의 일몰

수렴동 계곡 ~ 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골사이능선 ~ 귀때기청봉 ~ 귀골사이능선 ~ 쉰길폭포 ~ 삼중폭포 ~ 큰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귀때기골 ~ 수렴동 계곡 왜 난데없이 낙석이 떨어졌는지 아직까지도 궁금하다. 그 왼편 지계곡은 등산객이 오를 만한 곳도 아닌 것 같고, 그 시간에 작은귀골로 하산중인 등산객도 없을테고... 아마 지나가던 짐승이 건드렸거나, 아슬아슬 한계치에 걸려있던 바위가 아주 미세한 충격에 무너져 내렸을 것 같다. 아무튼 갖은 위험을 뚫고, 무사히 작은귀때기골과 큰귀때기골을 가르는 귀골사이릉 위로 안착했다.

Sorak/Sorak_Walking 2011.06.11

[설악산] 작은귀때기골~큰귀때기골 : 작은귀골 상단부

수렴동 계곡 ~ 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작은귀때기골 ~ 3단와폭 ~ 귀골사이능선 ~ 귀때기청봉 ~ 귀골사이능선 ~ 쉰길폭포 ~ 삼중폭포 ~ 큰귀때기골 ~ 작은귀때기골 합수점 ~ 귀때기골 ~ 수렴동 계곡 중앙부 능선의 가장 낮은 부분으로 계곡을 따라 오를 예정이다. 도상엔 귀청 사면에서 흘러내리는 좌측 주계곡을 따르게 되어 있지만, 그쪽은 긴 사면을 이루고 있는 곳이라 굳이 가보지 않아도 2000년대 중반 수해로 인해 긴 사태계곡으로 변했을 것이 확실하다. 진행하려는 계곡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귀청사면의 주계곡보다는 진행하기 나을 듯... 워낙 정신이 없어놔서 정확히 확인이 되진 않지만, 아마 이 부근이었고, 사진 중앙부 왼편의 골짜기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곳까지 내내 폭포..

Sorak/Sorak_Walking 2011.06.09